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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 Jun 22. 2022

새만금방조제, 우리 삶은 언제쯤 여유로울까?

새만금방조제


"열개 중 포기할 것을 정해, 다하려고 하지 말고. 그러다 너 쓰러진다!"


서해안고속도로에 진입하며 정훈은, 옆자리에서 초점 없이 창밖만 바라보는 친구에게 말을 붙였습니다.


"모든 걸 다 잘하려고 하면, 하나도 제대로 하기 힘들어!"

"그래, 나도 알지. 근데 그게 잘 안되네."


친구는 집안일, 생업, 심지어 지인들 모임까지, 신경 안 쓰는 것이 없습니다. 자기가 안 하면 모든 것이 제대로 안 돌아간다고 생각하지요. 그러

다 보니, 몸은 항상 지쳐있습니다.


"집안일이라는 게 끝이 없어. 그런데 심지어 티도 안나지, 가게일도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을 거치지 않으면 문제가 꼭 생기고, 사람들 모임도 내가 주도 안 하면 1년이 가도 안돼!"


친구는, 자기는 왜 이렇게 힘들게 사는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합니다.


정훈은 오랜만에 멀리 떠나고 싶다는 친구에게 여행을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떠나온 것이지요.


그들의 목적지는 군산입니다. 가장 적당한 거리, 그리고 당일로 가능한 거리를 택하니, 군산이더군요.


옆자리에서 친구는 깊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창밖 경치를 보는 것 같지만, 유난히 짙은 눈은 초점이 없습니다.


새만금 방조제. 쉼터


군산까지 둘은 아무런 말없이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바다가 보고 싶다는 친구 부탁에, 정훈은 새만금 방조제를 생각해냈습니다.


바다도 보고, 시원하게 드라이브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니까요.


정훈도 이곳에 오랜만에 왔습니다. 이곳 방조제가 막 생겼을 때 와봤으니, 까마득하네요.


이곳은 군산에서 시작해 김제를 거쳐 부안까지, 섬들을 연결하는 방조제입니다. 길이는 33.9km로 세계에서 제일 깁니다.


앞으로도 계속 개발계획이 있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이 가면 좋겠네요.


쉬지도 않고 달려온 길이기에, 방조제 초입에 마련된 쉼터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바닷바람이 머리를 휘날리게 만들어 정신없지만, 어디를 봐도 시원한 풍광에 기분이 좋아지네요. 도시에선 이렇게 멀리 시선을 둘 곳이 없잖아요. 하늘 한번 보기도 힘든데 말이죠. 그만큼 여유가 없지요.


둘은 바람이 거세게 부는 데크에서 내려와 신호등이 있는 건널목을 지나, 반대편 휴게소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해넘이 휴게소

"뭘 포기할지 정했어?"


정훈의 물음에 친구는 "아무래도 지금은 집안일을 포기해야겠어."라고 답을 합니다.


친구는 새벽 6시에 일어나 8시까지 운동을 하고, 8시부터 12시까지 집안일을 하고. 1시부터 일을 시작합니다. 밤 10시까지. 그리고 집에 11시쯤 들어와 지쳐 쓰러지지요. 이런 생활의 반복. 잠시도 쉴 틈이 없습니다.


"나 같으면 집안일은 대충 주말에 몰아서 하겠구먼..."

"그러게 나도, 대충 지저분해도 그냥 지내고 싶은데 그게 안되네. 머리카락 한 개도 눈에 거슬리니, 문제는 문제야!"


친구에게는 휴식이 꼭 필요합니다. 성격이 깔끔한 친구 성격을 알기에 집안일을 포기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이젠, 다 붙들고 살기엔 체력이 따르지 않을 나이가 되었지요. 예전처럼 모든 걸 다 완벽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쉼이 필요한 중년이니까요.


그러나 정훈은, 과연 친구가 뭔가를 포기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완벽주의자인 친구 성격을 알기 때문이지요.


제발 친구가 하나는 포기하길 기원해봅니다. 그래야 살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니까요.


휴게소 주차장

친구와 주차장 쪽으로 걸음을 옮겨봅니다. 캠핑카와 텐트가 눈에 들어왔거든요. 바닷가에서 즐기는 캠핑이라?


주말도 없이 일하는 친구가 제일 부러워하는 풍경입니다. 담에 꼭 한번 이곳에 캠핑장비 들고 오자고 둘이 손가락 걸고 약속해봅니다.


"난 언제 저렇게, 남들처럼 여유가 생길까?"


흘리듯 얘기하는 친구 한마디에 가슴이 아프네요. 반평생 열심히 살았는데, 진짜 죽을힘 다해 살았는데, 왜 아직 우리 삶은 힘들까요? 언제쯤 좋아질까요?


"부러우면 지는 거야, 우리 갈 길이나 가자!"


둘은 다시 부안 방향으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방조제를 달립니다. 그들 삶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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