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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 Jun 23. 2022

군산 우체통 거리,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친구야! 너게 이렇게 편지 쓰는 것도 오랜만이다. 학창 시절 주고받던 우리 편지, 기억하니? 매일 만나면서도 무슨 할 얘기가 있어 그렇게 편지를 주고받았을까?


그런데, 그때는 주변에 우체통도 많았는데, 이젠 보이질 않네. 우표도 어디서 사는지 모르겠고. 이 편지, 잘 보낼 수 있을까?


좀처럼 시간을 낼 수 없다던 너와, 결국 군산엘 다녀왔어. 거봐! 뺄 수 없을 것 같던 시간도 만드니까 되잖아.


새만금 방조제에서 바다 보며 창문 다 열고 맘껏 소리 질렀던 기억, 맛있는 짬뽕 먹었던 기억, 경암도 철길마을에선, 과거 이곳이 어땠는지 진지하게 설명해주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우리 이제 이렇게 시간 내서 여행 다니자, 친구야!

이번 군산 여행에서 우연히 우체통 거리를 발견했지.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어 한산한 거리를 같이 걸어서 더 좋았다. 경암동 철길마을은 사람이 많아 정신없었잖아. 네가 신경이 예민해서 복잡한 곳을 싫어하잖아. 난, 무뎌서 그런 거 신경 안 쓰지만 말이야.

생각해보니, 너의 예민한 감정이 네 삶을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아.  남들은 별것 아닌 일에도 신경이 쓰이고 그게 또 네겐 스트레스로 돌아오고, 그래서 힘들고. 네가 그랬지. 어려서부터 남들이 "넌 참 유별나다. 넌 성격 참 까탈스랍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예민한 성격은 남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볼 수 있기에 그렇다고 하네. 그래서 남들에게 얘기해도 이해 못 받고, 결국 입을 닫고 피해버린다고.


타인의 감정을 잘 이해하는 공감능력이 뛰어난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되잖아? 그들은 네 조언이 맞지만 맘은 불편한 거지. 내가 첨에 그랬던 것처럼.


밥 먹을 때 소리 내는 거, 주름진 셔츠, 깨끗하지 못한 안경 등등. 이런 잔소리가 듣기 싫었지. 다 맞는 말인데 말이야. 지금이야 어디서도 깔끔한 사람이라는 소릴 듣지. 네 충고를 들었기 때문에 말이야.


네 예민함은 병이 아니야. 인간의 10~20%가 그런 성격이라네. 지금껏 잘 살아왔잖아. 너를 이해해주는 사람도 많이 곁에 두었고 말이야.


이 얘기를 꺼내는 건, 네 성격에 모든 걸 다 잘하려고 하는 거 알지만, 포기할 것은 정했으면 해. 아니 포기라는 단어보다, 일에 우선순위를 정하면 좀 쉬울 것 같아. 그리고 완벽할 필요도 없고. 힘들겠지? 모든 것에 완벽을 추구하는 네게? 그래도 노력했으면 좋겠어. 내가 네 충고를 들었듯이, 너도 내 얘기를 귀담이 들어줘.


예민함은 신의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라고 생각해. 남을 잘 이해하고, 공감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잖아. 네 능력 때문에.

우체통 거리를 같이 걷고, 둘이 찍은 사진을 가만히 보다가 갑자기 옛날처럼 편지가 쓰고 싶어 졌어. 이제 우표를 사고, 편지 붙일 일만 남았네. 우리 또 조만간 여행 가자. 이번엔 더 멀리! 그때까지 잘 지내 친구!



군산 우체통 거리는 2016년 도시재생사업으로 추진된 주민공모사업에 우체국 주변 주민들로 구성된 '도란도란 공동체'가 참여하면서 주민들이 직접 폐 우체통을 손질하고 그림을 그려 상가 앞에 설치하면서 조성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은 2017년 '군산 우체통 거리 경관협정 운영회'를 결성해 경관협정을 체결했고,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으로 2018 제1회 손편지 축제를 개최하며, 평범했던 거리는 '우체통 거리'라는 도로명까지 얻으며 활기를 되찾았고 '우리 동네 살리기'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우체통 거리에는 캐릭터 우체통과 특색 있는 경관조명, 아트월 등 조형물이 조성되어 있어 거리를 찾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버려진 폐 우체통을 활용하지는 작은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우체통 거리를 만들고 손편지 축제까지 여는 관광명소 마을이 된 것이다. (출처: 매거진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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