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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 Jul 06. 2022

죽도암, 마음 속 파도가 관음전에 닿기를!

민우는 언젠가 친구에게, 기도발 잘 받는 곳이 양양에 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죽도암이라고 바닷가에 위치한 작은 암자라고 했지요. 용왕님에게 기도 올리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라고도 했어요.


예전에 친구가, 여기저기 유명한  사찰을 찾아 다니던 중, 우연히 이곳을 알게되어 비구니 주지 스님과 많은 얘기를 하고 관음전에서 108배를 올리고 왔다는 말을, 전에는 흘려들었던 민우였습니다.


양양 근처 바닷가에 오자, 예전 친구 얘기가 떠올라 그곳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요즘, 하는 일마다 삐꺽대는 그는, 누군가에게 빌고 싶었답니다. 언제쯤 하는 일이 풀리게될지, 답 좀 달라고요.


친구에게 듣기론, 죽도암은 양양 휴휴암 근처에 있었다고 했습니다. 정말 휴휴암을 지나쳐 달리다 보니, 죽도암이라는 이정표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바다에 봉긋하게 올라온 작은 섬이 눈에 들어왔지요.


'아! 저 섬이 죽도인가 보다. 저곳에 절이 있단 말이지?'


죽도. 물론 예전에는 섬이었겠지만 지금은 육지와 연결이 돼있어 더 이상 섬이  아닌 곳. 지금은 그저 높이 50미터쯤 되는 바위산입니다.


민우는 죽도 근처에 차를 세웠습니다. 7월 초, 갑자기 찾아온 무더위에 사람들은 벌써부터 해수욕을 즐기고 있네요. 올 여름도 참 길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차에서 내린 그는, 잠시 바닷가를 둘러보곤, 죽도암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름처럼 이곳엔 대나무가 많네요. 하지만 소나무도 적지않게 눈에 띄었습니다. 잘 어우러진 모습이 이 섬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곳 대나무는 장죽(지팡이를 만들 때 쓰는 대나무)이랍니다. 이 장죽은 단단해서 화살을 만드는데 쓰였고, 옛날엔 매년 조정에 진상 하는 특산물이었다고 하네요.


죽도암 전경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인구리에 있는 죽도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말사입니다. 친구에게 얘기는 들었지만, 정말 작은 암자였습니다. 한 눈에 경내가 다 보였으니까요. 건물로는 요사채와 관음전이 전부입니다.


관음전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드넓은 바다를 앞에 두고 있으니, 이렇게 큰 절이 또  어디있겠습니까? 바닷가 모든 절이 그렇듯 말이죠.


민우는 먼저 해안가를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절 규모에 맞게, 바다를 보며 서 있는 아담한 크기의 해수관음상을 지나면,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는 바닷가를 한바퀴 둘러볼 수 있지요.


청허대

청허대라는 글귀가 새겨진 바위를 지나며, 민우는 그 뜻을 맘에 품어봅니다. '청허'란, 마음이 맑고 잡된 생각이 없어 깨끗함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곳에선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멋진 풍경에 어찌 지저분한 맘을 먹을 수 있겠어요.


청허대를 지나면, 농구암이라는 글귀가 있는 암석을 보게됩니다. 농구암이라? 무슨 뜻 일까요? 맘을 깨끗이 비우면 갈매기와도 뜻이 통해, 어울려 놀 수 있다는 얘기일까요? 이렇듯 이곳 죽도암 주변엔 이름을 가진 바위가 여럿 있답니다. 방선암,  롱구암, 주절암, 연사대 등등.


민우는 길을 되돌아 나와, 용왕단 앞에 섰습니다. 많은 무속인들이 이곳에서 기도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기도가 잘 이뤄진다고도 했어요. 그래서 그도  간절함을 맘에서 꺼내봅니다.


'신이시여! 저의 간절함을 알아주소서! 그리고 제 소원을 이뤄주소서!'


그는 기도를 들어줄 누군가에게 두 손을 모았습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참동안 고개를 숙였습니다. 여기선 꼭 그래야 할 것 같았죠.


용왕단

지금 그의 마음 속은, 눈앞에 보이는 잔잔한 파도와는 다르게, 거센 파도가 일렁이고 있습니다. 용왕단을 향해, 그리고 그 뒤에 있는 관음전을 향해, 민우의 파도는 거세게 달려오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파도가 관음전에 닿기를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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