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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 Jun 08. 2022

구읍뱃터, 스치는 인연이지만 반가웠습니다.

인천 영종도 구읍뱃터


민우는 가방 속을 한참 뒤졌습니다. 웬 잡동사니가 이렇게나 많은지, 차 키를 찾느라 항상 애를 먹으면서도, 그의 가방 속은 늘 버리지 못하는 물건으로 가득했답니다.


'아! 찾았다!'


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여인이 머뭇거리다, 그에게 말을 건 냅니다.


"혹시 인천으로 나가시는 길인가요?"


그녀 물음에 민우는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주차된 차는 민우 자신이 타고 온 낡은 승용차가 전부이군요. 무슨 일인지 짐작이 됩니다.


"아~~ 네. 구읍뱃터로 가서 배 타고 월미도로 나가려고요! 같은 방향이면 태워드릴까요?"

"그래도 될까요? 정말 감사합니다."


쓰레기로 가득했던 조수석을 말끔히 치우고, 그래 봤자 뒷자리 바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지만, 낯선 여인을 태운 민우는 시동을 켜고 주차장을 벗어났습니다.


"차 없이 인천에서 여기까지 오신 건가요?"


민우의 물음에 한 숨을 푹 쉬던 그녀가 입을 열었습니다.


아들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기도하러 왔다는 것과 전 날 남편에게 같이 가자고 했을 때, 피곤하다며 꼼짝도 안 하더라는 얘기에서 한 숨이 더 깊어졌죠.


월미도에서 카페리를 타고, 영종도 구읍뱃터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용궁사에 왔다는 그녀는, 버스 배차 간격이 너무 길어, 사실 돌아갈 일이 걱정이었다고 얘기하네요.


"SNS에서 봤어요. 이곳 용궁사에 소원바위가 있다는 것을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왔죠."


그래도 소원이 이뤄질 것 같다는 얘기를 하며, 그녀는 미소를 옅게 지어 보였습니다. 살짝 그 모습을 바라본 민우도 같이 미소를 지어봅니다. 웃음은 그렇게 바로 전염이 되나 봐요.


구읍뱃터에 도착했습니다. 승용차로 오면 15분 정도 걸리는 짧은 거리이지만, 버스로 온다면, 넉넉잡아도 45분 이상 걸립니다. 배차시간이 길기 때문이지요.


구읍뱃터


참고로, 월미도 선착장에서는 매시 정각에 이곳으로 오는 배편이 있고, 반대로 구읍뱃터에서 나가는 배편은 매시 30분에 있습니다.


민우는 매표소에서 승선권을 끊었습니다. 이왕 같이 왔으니, 따로 표를 끊는다는 그녀에게, 대신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라고 했습니다.


카페리에 차를 싣고, 잠시 내려 선상으로 올라갑니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갈매기들 날갯짓. 몸으로 바다를 느끼는 이 순간이 참 좋다고 민우는 생각했습니다.


어색한 느낌이 들었는지, 함께 왔던 여인은 민우에게서 한참 떨어져, 배 난간을 붙잡고 파란 하늘을 자유롭게 비행하는 갈매기를 뚫어져라 바라보네요.


육지와 연결된 고리를 끊고 월미도 선착장을 향해 출발합니다. 바다를 가르는 카페리는 후미에 흰 포말을 끊임없이 만들어냅니다. 민우는 항상, 배를 타면 그 포말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죠. 불 멍, 물 멍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번엔 어린아이처럼 갈매기를 향해 손짓하는 용궁사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왠지 이런 경험이 처음인 듯 보였지요. '에이! 설마!' 그런데 그녀는 지금 참 행복해 보였습니다. 아마도 바라던 소원이 이뤄질 것 같아서 그랬겠지요? 민우도 잠깐이지만, 같이 행복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인연이라?'


불가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전생에 인연이었다고 하죠. 민우는 이렇게 스치는 인연에도 감사했습니다. 아마 몰라도, 과거 어느 시점에 우리가 함께했던 짧은 시간이 있었을지도 모르죠.



배는 어느새 월미도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민우는 그녀와 간단하게 목례를 했지요. 그런데, 걸어서 배를 떠나는 그녀 모습을 차에 앉아 바라보던 민우는 왜 그녀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는지 알았습니다.


선착장에는 그녀 남편인 듯한, 사람이 나와 있었고, 그녀는 웃으며 그 사람에게 달려가고 있었어요. 둘은 다정스럽게 팔짱을 끼고 인파 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피식 웃음 짓고 민우도 사랑하는 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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