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드 Jun 10. 2022

선재도 목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모든 일엔 '감사'가 '답'입니다.


목섬과 갈매기


병훈은 친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에 깜짝 놀라 전화를 걸었습니다. 얼마 전, 통화할 때도 멀쩡하던 친구가 갑자기 입원이라니, 믿을 수 없었지요.


"창준아! 갑자기 무슨 일이야?"

"일하다가 다리가 부러졌어"


창준은 쉼 없이 일하느라, 항상 바쁜 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한 달에 많이 쉬어야 이틀 정도?


“병원에서 그나마, 강제로 쉬는 것 같다!  이렇게 맨 날 바쁘게 살아보니, 삶은 그저 수고와 슬픔뿐이라는 게 맞나 봐!”


창준은 병훈에게 퇴원하면, 가까운 곳이라도 같이 여행 가자고 부탁했습니다. 병훈은 워낙에 일만 하고 살아서 혼자 떠날 엄두가 안 난다고 얘기하는 친구가 안쓰러웠습니다.


********************************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이놈의 깁스 때문에 멀리는 안 될 것 같고, 1시간 내외로 갈만한 곳이 있을까?”


창준이 퇴원하고 며칠이 지난 어느 일요일, 목발에 의지해 걷기 힘든 몸이지만, 그는 병훈과 함께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제3경인고속도로를 타고 정왕 IC를 빠져나와 오이도 방면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지나쳐 시화방조제를 넘었습니다. 그럼 바로 대부도지요.


그리고 또, 대부도에 이르러 다시 영흥도로 길을 잡았습니다. 선재도를 거쳐 영흥도까지 가는 이 길은, 드라이브하기에 아주 좋은 곳입니다. 병훈이 가끔 기분 울적할 때, 오는 코스이지요.


둘은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가끔 통화만 하고 살았기에, 이렇게 만나는 것도 오랜만이지요. 창준이 너무 바쁘게 살았기에 친구들 모임에도 나오지 못했었습니다.


“근데, 창준아! 왜 다쳤냐?”


“아! 납품업체에 장비 시공을 서둘러 마치고, 마지막 날, 점심 식사하기 전에 용접을 했거든. 근데 직원들하고 밥 먹고 마무리하러 시공 장소에 오니까, 건물 지붕에 불이 나고 있었어. 용접 똥이 발화된 거지. 난!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어. 3억이 날아가는 상황이었거든.


그런데, 직원들이 소방호수를 찾아서 그 높은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불을 끄는 거야. 나도 정신 차리고 올라갔지. 그리고 같이 힘을 합쳐서 불을 껐어!


직원들이 너무 고마워서,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그러다가 내려오면서 그만 발을 헛디뎌 떨어지고 말았어. “


창준은 그나마, 건물 지붕만 소실되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고, 업체에서도 도움을 주어, 본인이 다친 거 빼고는 손해 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선 직원들이 있기에, 그의 회사는 앞으로도 발전하겠지요? 창준이 지금 마음만 그대로 유지한다면 말이죠.


둘이 얘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선재대교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병훈은 망설임 없이 대교를 넘었습니다. 대교 오른쪽으로 보이는 풍경은 꼭 남해바다에 와있다고 느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왼쪽으론 목섬이 당당하게 바다 길을 드러내며,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선재도 목섬, 그리고 풀등


“우리, 저기 가보자!”


창준은 병훈에게 바다 위 봉긋 올라와있는 섬에 가보자고 합니다. 걸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꼭 가보고 싶다고, 지금 아니면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고 말이죠.


목섬은 서해안 유명한 관광지답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물길이 닫히면 밖에서 풍경을 보고, 운 좋게 열려있으면 섬까지 걸어 들어가는 것이죠.


선재 어촌체험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병훈은 창준의 목발을 꺼내 그에게 주었습니다. ‘이 상태로는 아마 멀리 못 갈 듯싶은데!’ 병훈은 잠깐 망설였습니다.


“자! 가자!”


하지만, 창준은 병훈의 생각과 반대로 힘차게 목발을 내딛습니다. 그리고 당당하게 앞장을 섭니다.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병훈은 그 뒤를 쫓습니다.


둘은 먼저 갯벌 앞 모래사장에 섰습니다. 부서진 조개껍질과 모래가 섞여있는 모래사장입니다. 다행히 바닥이 딱딱해서 목발 짚고도 걸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창준이 그 자리에 멈췄습니다. 목발이 모래사장에 박혀서 걸을 수 없다고, 인상을 찌푸리네요.


무리해서 걸으면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혹시 중간에서 오도 가도 못하면 낭패이므로, 창준은 그냥 목섬에 가는 걸 포기했습니다. 대신 병훈에게 혼자라도 다녀오라고 등을 떠밉니다.


"그래, 그럼 금방 갔다 올게!"


병훈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찾아, 중앙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그 시간, 창준은 모래사장 입구 난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목발도 이런데, 휠체어는 어떨까?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여행이 쉽지 않구나! 젠장!'


자신은 잠깐 고생하면, 다시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만일 더 크게 다쳐서 혼자 걷지 못하게 되었다면?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모든 것이 감사해졌습니다.


병훈은 갯벌과 모래사장 사이를 흐르는 바닷물 앞에서 잠시 망설였습니다. 발을 크게 벌려 껑충 뛰어야 신발이 안 젖고 목섬으로 갈 수 있어 보였거든요. 그나마 좀 폭이 좁은 곳을 찾아 껑충 뛰어 바닷물을(?) 무사히 건넜습니다.  그리고 목섬을 향해 걸었죠.  


그런데 참 신기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명 바다에 잠겨있던 길일 텐데, 모래가 뽀송뽀송합니다. 물이 이렇게 잘 빠질 수도 있나요?


중간 정도 걷다가, 병훈은 혼자 두고 온 창준이 걱정되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끝까지 가보고 싶기도 했지만, 풀 죽어 있을 친구가 걱정되었지요.


아!  그런데, 아까 껑충 뛰어 건너왔던, 갯벌과 목섬 사이를 흐르는 바닷물이 더 넓어졌습니다. 이 길이 아닌가?  설마 나가는 길이 있겠지?  두리번거리다가 그냥 건너기로 맘먹었습니다.


‘그냥 건너보자? 거리도 얼마 안 되는데?’


목섬 풀등에서 왼쪽 발을 최대한 벌려, 바닷물을 지나, 갯벌에 디뎠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발을 내딛고 먼저 번 왼쪽 발을 빼려는 순간! 신발은 갯벌에 파묻힌 채 양말 신은 맨 발이 쏙 하고 뽑혀 올라왔습니다.


“아이코!”


여기서 중심을 잃으면 저 갯벌에 그냥 넘어지는 겁니다. 휘청 휘청, 다행히 중심을 잡고 갯벌에 빠져있던 신발을 다시 싣고, 힘을 주어 빼내어 뒤로 돌아섰습니다. 휴!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병훈이, 갯벌에 더러워진 신발을 바라보며, 좀 돌아오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다니는 길로 올걸! 하며 후회를 하고 있을 때, 갯벌을 가로지르며 시원하게 달리는 경운기를 보았습니다. 아마도 일하러 가는 길이겠지요.


병훈은 경운기가 안 보일 때까지 바라보다가 창준이 기다리는 입구로 걸어갔습니다. 시간상으로는 10분도 채 안 지났을 건데, 꽤 오래 그를 기다리게 한 것 같아 미안해졌습니다.


"뭔 생각하고 있었냐?"


병훈이 물었습니다.


"응. 모든 게 감사하다는 생각. 오늘 여기 온 것도 다 이유가 있었네!"

"갑자기 뭔 소리? 뭔 감사?"

"가자! 배고프다.  우리 바지락 칼국수 먹으러 갈까!"


창준은 차에 올라, 병훈에게 오늘 느낀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결국 '감사'가 답이었죠. 창준은 앞으로 모든 일에 감사하기로 했답니다.

작가의 이전글 향일암, 소원은 항상 가슴에 새겨둬야 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