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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 Jun 12. 2022

휴휴암, 당신은 인생 목걸이에 매듭을 잘 묶었나요?

강원도 양양 휴휴암


휴휴암 전경


"내 인생은 구슬 목걸이야. 그것도 매듭이 묶여있지 않은 목걸이. 구슬 하나마다 아픈 사연과 한 맺힌 인연이 있지. 어느 날, 그 구슬 중 하나가 톡 하고 빠지면, 내 인생은 그만큼이 허물어져. 그중에 제일 처음 구슬이 빠지면, 나는 송두리째 모든 걸 잃고 말지. 그렇게 내 인생은 쉽게 허물어져. 잘 꿰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한순간에 무너지지."


민우는 친구 혜민의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인생 후반전에 들어선 우리이기에, 지금이면 모든 구슬을 다 꿰고, 마지막 끈을 묶어 완성시켜야 할 시기인데, 아직도 미완성 목걸이라니요!


"왜?  자꾸 구슬이 빠지는 거야?"

"과거 인연이, 그리고 지금 상황이 그렇게 만드네! 모든 게 이어져 있어서 그런가 봐."


민우는 혜민의 말을 듣고,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관령 고개를 내려오는 길이 더 멀게만 느껴지네요.


'이놈의 안개!'


대관령 고개를 내려오면서 보였던 안개. 둘의 마음을 아는지, 오늘따라 더 짙습니다. 그렇게 자욱한 안개를 뚫고 내려오자, 길은 둘로 나뉩니다. 동해와 양양.


분기점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운전대를 돌려 양양 방향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현남 IC를 빠져나와한 5분 정도 달렸을까요? 휴휴암이란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민우는 휴휴암에 여러 번 와봤습니다.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전인 작은 암자일 때부터 왔었죠. 그러다가 절이 커지기 시작하고, 사람들로 넘쳐나면서 발길을 끊었었죠.


"너, 저 절에 안 가봤지?"

"안 가봤지! 바다를 보는 것도 10년 만인 것 같다!"

"뭐래? 정말?"

"응. 그동안 진짜 여유가 없었어. 왜 그랬나 몰라. 바다가 이렇게 가깝다는 걸 왜 몰랐을까?"


아마도 혜민에겐 심리적 거리가 멀어서 이쪽으로 올 생각도 못했을 겁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웠습니다. 평일이라 자리가 넉넉하네요. 주말이면 대형버스에, 수많은 차들로 항상 북적였는데 말이죠.


야트막한 언덕을 넘자 보이는 동해바다 푸른빛에 눈이 부셨습니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모를 정도로 온통 파랗습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많은 바위 군락과 운동장 같이 넓은 바위, 그 사이로 조그만 해변도 보입니다.


관세음보살님의 형상이 보이시나요?


"2003년에 여길 처음 와봤는데, 그때는 이렇게 크지 않았어! 그때 보살님 한 분이 절에 대해 설명을 해주더라.  몸도 쉬고 마음도 쉬고 팔만사천 번뇌를 모두 놓고 쉬고 쉰다는 휴휴암(休休庵)은 조그만 암자였는데 1999년, 이곳 주지스님(홍법스님)의 기도로 관세음보살님의 누워있는 형상이 (물이 빠지면서) 바닷가에 나타나게 되면서부터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고 했어. 물이 빠지기 전에는 그 위에서 수영도 하고 어부들이 고기도 잡았다고 하더라."


"이름처럼, 여기서 기도를 하면, 모든 번뇌를 놓고 갈 수 있을까?"

"글쎄?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지 않을까? 된다고 믿으면 될 거야, 분명!"

 

민우는 혜민이  모든 걸 이곳에 내려놓고 가길 바랬습니다. 말처럼 쉽진 않겠지요? 해안가로 먼저 내려가 보기로 했습니다. 예전엔 해안가 바로 앞에 민박집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네요. 예전에 민우가 이곳에 왔을 때, 민박집에서 하룻밤 자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답니다. 조용하고, 아담한 바닷가를 앞에 두고 있으니 얼마나 멋집니까!


아담한 해변 건너편에는 연화 법당이 있습니다. 약 천명의 사람이 서있어도 될 정도로 아주 넓은, 자연이 허락해준 법당이지요.


연화 법당에 서면, 기암괴석이 참 많이 보입니다. 부처님 몸의 일부가 이렇게 떨어져 나왔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발다닥 바위, 발가락 바위, 기외 이름 없는 바위들이 말이죠.


연화법당


"정말 시원하다.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야!"


혜민은 두 팔을 벌리고, 깊은숨을 내쉽니다. 항상 호흡이 짧아서 문제라고 말하던  그녀가, 오랜만에 긴 호흡을 하고 있네요.


"나! 여기서 내 구슬 목걸이를  다 풀어버릴래! 그리고 이제 돌아가서 다시 하나씩 단단하게 꿰봐야겠어!"


혜민은 용왕단에서 간절히 기도를 올립니다. 민우는 그녀가 무슨 기도를 드리는지 알 것 같았어요. 속으로 그녀의 기도가 꼭 이뤄지기를 바라봅니다. 둘은 다시 해변에서 돌아 나와 위로 올라왔습니다.


지혜관세음보살


삶의 지혜를 주시는 지혜관세음보살님이 동해바다를 등지고, 인간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저희에게 무지와 어리석음을 깨우치게 해 주시려는 모습으로 그렇게 말이죠. 마침 그 앞에서, 불경을 외는 스님의 낭랑한 목소리가 휴휴암 전체에 울려 퍼집니다.


여행이 주는 힘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네요. 올 때는 답답하고 혼란스럽지만, 돌아갈 때는 시원하게 답을 얻아가는 것 말입니다.


민우는 혜민이 이번 여행에서, 약하게 잘못 꿰어진 구슬을 단단하게 다시 잘 꿰어 가길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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