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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 Jun 30. 2023

미케 비치에서 만난 부부, 그들이 사는 법

베트남 다낭, 미케 비치

제가 묵은 숙소는 미케 비치 근처에 있는 "로열  로터스 호텔 다낭"이었습니다. 



미케 비치는 베트남 다낭에 있는 해변으로, 남북으로 무려 20킬로미터에 달하는 길이를 자랑합니다.  또, 다르게는 선짜반도 남단에서 오행산까지 약 10킬로미터에 달하는 길이라고도 하고요. 



더불어 세계 6대 해변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럼 나머지 순위는 어디 있는지, 아무리 검색해 봐도 나오지 않네요. 



누군가 얘기하길, 베트남 전쟁이 한참인 1960년 대, 미국 출판물  <포브스 잡지>에, 그런 얘기가 실린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럼 지금 상황과 맞지 않겠지만, 해변이 세계적으로 큰 건 사실이겠죠? 여기서 세계 6대의 뜻은 아름답다의 의미보다 규모가 크다는 의미라고, 베트남에 사는 사람이 얘기해 줬습니다. 



암튼,  시내 어디서든 접근성이 좋아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은 맞습니다. 



해변의 밤은 화려합니다.


그래서 저도 짐을 풀고, 해변에 나갔지요. 보기엔 가까워 보였지만, 실제로는 걸어서 약 15분 정도 거리였습니다.



맥주와 코코넛을 샀습니다.


코코넛을 사고, 맥주도 사고, 해변에 앉아서  파도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 옆에서 한국말소리가 '도란도란' 들렸습니다.  


'역시 다낭은 한국인들이 많구나!'


이러고 있으니, 마치 강원도 어느 바닷가에 있는 듯 친숙하더군요. 


그러다가 살며시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그들에게 무심코 맥주 한 캔씩 건네고, 합석을 하게 되었지요. 


"신혼부부인가 봐요? 너무 다정해 보이네요!"


저는 신혼부부인 줄 알고 물어보았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그게 아니었지요. 결혼 8년 차 부부라고 자신들을 소개했습니다. 


저는 순간 아무 생각 없이, "애들은 할머니가 봐주시나 봐요? 두 분만 여행 오신 걸 보니?" 이렇게 물어보곤 아차 싶었습니다. 


난임부부일 수도 있는데, 혹은 불임부부이거나 말이죠. 제 곤란한 질문에, "저희 부부는 딩크족입니다."


그들 부부가 사는 법



파도 소리도 어색한 침묵에 도움이 못돼는 상황에서 남자가 건배를 하자는 듯, 맥주 캔을 머리 위로 올리고 눈짓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시원하게 한 모금씩 마시고 다시 얘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코코넛 속도 긁어먹으니. 고소함


그들 부부는 결혼 전부터, 취미가 같았답니다. 여행이었지요. 그것도 익사이팅 위주로.  뉴질랜드에서의 감성 캠핑과 태국 꼬따오에서의 프리다이빙 얘기를 할 때는 둘이 흥분에 휩싸였지요. 그 분위기에 저도 함께 취했습니다. 



https://youtu.be/RS23ktQNplA


https://youtu.be/R_DnLJ6JJuM


둘은, 코노나 팬데믹 전에는 주기적으로 해외를 많이 다녔다고 했습니다. 


사이판, 필리핀. 몰디브, 뉴질랜드, 태국, 베트남, 일본 등등


"둘이 벌고 있으니, 여행경비 부담은 덜해요. 그리고 취미가 같으니 더 좋지요!"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보니, 그들의 삶이 멋지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더 깊은 속은 모르겠지만 말이죠. 


그리고 지금은, 주말이면 맘 맞는 사람들과 국내에서 백패킹을 한다고도 했습니다. 솔직히 부럽기도 합니다. 


무의도 호룡곡산


강원도 양구 노지 캠핑


그들을 바라보며, 저는 아내가 생각났습니다. 

아마 아내도 저들과 같은 삶을 바랐을지도 모르지요. 


고등학생 때부터 홀로 전국을 여행하는 강인함과 실천력을 가진 그녀였고, 저도 아내 덕에 지금 이렇게 여행을 다니고 있게 되었지요.


아마, 저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아내는 유명한 여행 칼럼니스트가 됐을지도 모르죠. 세계 여기 저도 다녔을 것이고요.  가끔, 아내 발목 잡은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합니다. 


참, 지금 제 아내는 호텔에서 쉬고 있습니다. 낮 동안 정신없이 걸어서 다리가 아프다고 쉬고 있지요.


자신들을 딩크족이라고 소개한 부부와 헤어지며, 페이스북 친구를 맺고 가끔, 서로의 여행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저도 이제, 미케 비치 파도 소리가 더 커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아내와 다음 일정 얘기도 해야겠네요.


https://youtu.be/v5X873fHOsA


덧붙여> 해변에서 만난 분의 허락을 받고 그의 영상과 사진을 일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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