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1
하루 24 시간의 약 절반 가량을 기내에서 보내야 하는 장거리 항공여행은 국적기가 편하고 서비스도 좋지만 상대적으로 운임이 비쌉니다. 그 사실은 주머니가 얇은 젊은이들이나 특히나 우리 같은 서민들에겐 항공기 선택 시 다른 모든 조건들을 압도합니다. 하지만 자주 하는 해외여행도 아니라며, 나이도 고려하고, 그 외에도 국적기를 이용해야 하는 갖가지 잡다한 핑계들을 갖다 붙여도 대한항공 선택을 합리화 하기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역시 힘든 일이었습니다. 출발 일주일 전에 여행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모객이 안되어 우리가 선택한 KAL을 이용하는 상품이 취소가 되었다고. 오랫동안 나름 고심하여 엄선했는데.
그래서 태어나 처음으로 터키항공을 타게 되었습니다.
외국계 항공사 비행기에 대해서는 괜한 선입견이 있습니다. 우리 국적기들의 기내 서비스가 워낙 좋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들의 서비스가 부실할 것이라는 점과, 또 국적기 여승무원들이 너무 친절하기 때문에 외국계 항공사의 여승무원들이 조금 무뚝뚝하거나 불친절할 것이라는 등입이다. 실제 경험상으로도 이런 편견들이 전혀 틀린 것만은 아닙니다.
일례로 내가 경험했던 중국계 항공기의 여승무원들은 정말 표정이 굳어 있고 별로 친절하지도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중국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많은 여승무원들은 뭔가 화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년 전에 20 여일 동안 중국 여행 중에 웃는 얼굴로 손님을 접대하는 중국 여종업원들을 거의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드는 외국계 항공기도 있었습니다. 예전에 유럽을 갈 때 JAL을 이용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비용 때문입니다. 동경 나리다 공항 근처에서 일박하고 프랑스로 가는 일정으로 나리다 공항에서 프랑스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내가 타고 갈 비행기가 JAL이 아니라 코드셰어로 에어 프랑스 항공이란 걸 터미널에 도착해서야 알았습니다. JAL도 우리 국적기만큼 승무원들이 친절하고 서비스도 좋아 선택을 했는데 조금 걱정이 되는 겁니다. 한참 후에 우리 비행기가 탑승을 시작하기 전에 에어 프랑스기 승무원들이 먼저 탑승절차를 밟는 걸 쳐다보는 순간 숨이 콱 막히는 느낌이었습니다. 줄지어 걸어오는 7-8명이 되는 승무원들이 모두 남자는 키가 크고 잘 생겼으며, 여자 또한 늘씬하고 이쁩니다. 배우들 같습니다. 괜히 외모에서 주눅이 드는 겁니다. 과연 저런 사람들을 상대로 우리가 마음 편히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외국인 울렁증이 발동되는 겁니다.
지금 정확하지는 않지만 승객을 압도하는 워낙 출중한 그들의 외모와 체격에 기가 죽은 상태로 기내식을 황송하게 받아먹고, 상대적으로 부실했음이 분명한 기내 서비스를 받으며 프랑스까지 가는 내내 아주 불편했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외국계 항공사를 회피하게끔 하는 요인들로 작용해 왔습니다. 여태껏.
하지만 그런 불편한 선입견은 터키항공을 이용한 후 수정될 것 같습니다. 기내 서비스는 성의 있었고, 기내식도 우리들 입에 맞게 신경 썼음을 느낄 수 있었고, 승무원들의 승객들에 대한 응대도 상당히 부드러웠습니다. 외국계 항공기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는 동시에 다음에도 이용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특기할만한 것은 환승을 위해 이스탄불 공항에 머무르는 동안 왜, 터키 이스탄불이 교통의 요지인지를 수없이 오가는 환승 외국인들의 엄청난 수를 통해, 그리고 이륙하기 전 항공기 창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줄지어 늘어서 있던 수많은 비행기들과 관제탑의 이륙 OK사인을 기다리며 서서히 이동 중인 항공기의 기다란 열을 보고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세게에 걸쳐 가장 많은 취항지를 가진 항공사란 그들의 광고가 헛말은 아닌 듯합니다. 어쨌든 터키항공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좋은 쪽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크로아티아 때문에 말입니다.
한국에서 크로아티아까지 가는 길은 멉니다. 유럽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역에서도 크로아티아까지 가는 직항은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적기를 타더라도 환승 비행기나 버스를 타고 오스트리아나 이태리를 거쳐 가게 됩니다. 터키는 크로아티아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이스탄불에서는 비행기로 한 시간 20분 정도만 가면 됩니다.
하지만 우리처럼 부산에서 출발하게 되면 고행길은 배가 됩니다.
인천까지 가는 비행기를 타거나 KTX를 타고 인천공항에 가는데, 비행기나 열차 공히 4시간 이상 걸립니다. 그리고 인천공항에서 대기했다가 터키행 비행기를 12시간 정도 타고 타고 이스탄불에 도착하여 기다리고, 환승 비행기를 타고 약 1시간 여를 가면 드디어 크로아티아에 도착합니다. 부산 집에서 출발해서 약 24시간을 타고, 대기하고 또 타고를 반복해야 합니다. 정말 노새 노새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하는 노랫말이 실감됩니다.
그렇게 파김치가 되어 도착한 두브로브니크에는 비가 내립니다.
유럽은 겨울이 우기, 맞습니다. 혹시나 했지만 왠지 맥이 빠지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