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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미역 Jun 12. 2018

플로브디프, 2019 유럽의 문화 수도

발칸, 22일  #5

발칸 여행을 꿈꾸기 전만 해도 내가 아는 불가리아의 도시는 부끄럽지만 소피아 하나뿐이었습니다. 여행 일정을 짜면서 플로브디프, 하스코바, 바르나, 부르가스 등의 이름을 알게 되었지만, 그 안다는 것도 지도상에서의 위치 정도였습니다. 플로브디프(Povdiv), 정말 생소한 도시입니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런 것입니다. 생판 모르고 있던 장소에 가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설렘, 그리고 거기에 내가 서 있다는 믿기지 않는 현실이 사실이 되는 경이로움 등을 맛볼 수 있는, 그것이 여행입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낯선 도시를 무작정 걷다 보니 학교도 나오고 교회도 보입니다


플로브디프는 불가리아 제2의 도시이며,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가운데 하나로, 불가리아 남부의 중심부인 마리차 강에 접해 있다. 트라키아 시대에 동쪽 3개의 언덕 주위에 풀푸데바라고 불리는 고대 거주지가 형성된 뒤, 기원전 342년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2세에 의해 점령되면서 이름도 필리포폴리스로 바뀌었다.

이후 로마제국 점령기의 트리몬티움을 거쳐 1365년 오스만투르크 제국에 점령되면서 필리베로 불리기 시작해 1885년 불가리아에 합병될 때까지 투르크의 지배 아래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현재의 명칭으로 불리기 시작하였고, 1989년 11월에는 민주화 시위를 통해 불가리아 인민공화국을 불가리아 공화국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잠에서 덜 깬 거리와는 달리 공원에는 아침이 먼저 오나 봅니다. 바실 레프스키는 언제나 뜬눈으로 밤을 새고.


꼭두새벽부터 퉁명스러운 역무원 '투말로' 할머니로부터 어이없는 대접을 받고 기차역사를 빠져나오니 괜히 움츠려 들고 의기소침해집니다. 6시를 조금 넘어가는 시간이라 어둠은 물러가고 희부연 여명이 걷혀 가고 있는데, 산뜻하게 시작되어야 할 내 첫날의 여정은 자꾸만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입니다. 당장 인터넷 접속이 안되니 현재의 위치가 파악이 안 되고, 그러다 보니 어디부터 먼저 가야 할지 가늠이 안됩니다. 차선책으로 폰에 저장된 이미지 파일들을 참고해서 호텔의 위치를 우선 파악하고 별수 없이 내 전매특허인 무작정 걸어 다니기를 시도하기로 합니다. 플로브디프는 인구 34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입니다.



플로브디프는  공업도시로 식품·화학·섬유·기계·자동차·담배 등의 공업이 이루어지며, 인쇄산업도 활발하다. 근교에서는 야채·포도·쌀 등의 농산물이 재배된다. 유럽의 대표적인 고대도시로 알렉산드로스 대왕 시대에 건설된 역사 유적을 비롯해 로마의 원형경기장과 원형극장이 있다. 그 밖에 산타마리아 성당, 고고학 박물관, 불가리아의 각종 민속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민속박물관, 바로크 양식의 건물 등 곳곳에 역사 유적이 흩어져 있다. 또 맥주·식품·요리·빵 등 식료품 산업이 발달해 해마다 전시회가 열리고, 특히 인쇄박람회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일단 ATM에서 현지 화폐인 레바를 인출합니다. 불가리아는 EU에는 가입했지만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고 자국 통화를 사용하고 있는데 환율은 대충 1 유로 대 약 2레바, 우리 돈으로 1레바는 630원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일단 20레바만 인출해 봅니다. 한국에서와 같이 비밀번호를 눌러라는데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네 자리가 아닙니다. 6자리 숫자를 눌러야 되는데 앞의 4자리는 자기의 원래 비밀번호고 뒤의 두 자리는 0을 두 번 누르면 됩니다. 만약 이것도 미리 알고 오지 않았더라면 엄청 당황했을 겁니다. 지나고 보니 예습 때의 정보가 모두 일치하고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인생사처럼 그렇게 하지 않고 왔을 때보다는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됩니다.



신시가지 입구의 로마의 경기장 유적 주위의 건물들


걷다 보니 거리는 서구의 여느 도시들과 크게 다른 것은 없는데, 낡고 무너지고 파손된 채로 방치되고 있는 건물들이 많이 보이고 정돈이 덜 된 느낌을 줍니다. 아침인데도 거리를 걸을 땐 맑은 공기를 마신다는 느낌 대신 벌써부터 매연 냄새가 납니다. 공사 중인 길 가장자리를 피해 공원길을 걸으니 비로소 맑은 기운을 느낄 수 있고 군데군데 동상과 조각상들이 보입니다.

걷다 보니 내가 오늘 묶을 호텔도 보이고,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마주 보며 이름 모를 도로를 지나고, 골목을 돌다 보니 올드 타운과 인접해 있는 신시가지가 나타납니다. 플로브디프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거주지 중 하나로 그 역사가 7,000년이 넘으며,  구 시가지는 고대 트리몬티움(Trimontium)의 세 개의 언덕에 위치해 있습니다.  유서 깊은 고대 로마 제국의 유적지인 로마 경기장, 포럼 그리고 원형극장이 있는 이곳은 불가리아의 주요 명소입니다.



고대 로마의 원형 경기장 유적지


필리포폴리스 스타디움(The Stadium of Philippopolis)은 기원후 2세기 초 로마 황제 하드리안 치세에 건설되었고, 규모는 길이가 240미터, 그리고 넓이가 50미터로 30,000여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었답니다. 역사가 오래된 도시답게 플로브디프는 지금도 시내 곳곳에서 유적 발굴이 진행 중이며, 우리의 고도 경주처럼 땅을 파는 곳마다 고대 유적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더 오래된 유적들이 켜켜이 쌓여 퇴적층처럼 포개져 있답니다. 이 로마식 스타디움(Roman Stadium)도 건물을 지으려고 땅을 팠다가 발견되었습니다. 현재 방문객들에게 공개된 부분은 경기장의 트랙과 반원형의 관람석  일부분이며,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야 됩니다. 그래야 원래 고대 도시가 위치해 있던 높이에서 유적들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테라스형 레스토랑이 지하 유적의 흔적들 자리에 들어서 나로서는 이해 못할 취향을 가진 고객들의 욕구에 부응하고 있습니다.



아직 잠에서 덜 깬 신시가지의 보행자 거리


여기서부터 신시가지는 남북으로 길게 이어져 보행자 거리를 형성하고, 이 길을 따라 많은 상점과 식당 그리고 각종 의류점들이 늘어서 있으며 그 끝에는 시청과 공원이 있습니다. 아직 이른 시간, 그리고 어제 일요일 밤의 열기가 늦게까지 이어져서인지 거리는 아직 깨어 날 줄 모르고, 청소하는 아줌마들의 빗질로 거리는 정화되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여행객이 지나다니기에는 뭔가 어색한 시간의 길이지만 나는 이런게 좋습니다. 이 보행자 거리의 지하에 로마 원형 경기장의 나머지 부분이 묻혀 있고, 플로브디프 시에서는 이를 모두 발굴하여 투명 유리로 덮는다는 계획을 수립해 두고 있답니다. 만약 그 계획이 실현된다면 정말 굉장한 볼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괜히 2019년 유럽의 문화 수도로 선정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보행자 거리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갤러리, 서점, 공연 전문 극장 등 다양한 문화 활동 공간들이 있다. 카지노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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