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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산톡톡 May 03. 2020

코로나-19 이후 안양중앙성당 첫 주일미사

일괄 고백 일괄 사죄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로 인해 오랫동안 중단되었던 안양중앙성당의 주일미사가 재개되었다.

​​​사전에 신자들에게 신원확인을 위한 바코드가 전달됐고, 성당 입구에서는 수녀님과 봉사자들이 발열 체크, 소독약 분무 등을 진행하느라 부산했다. 자리도 평소보다 2~3배 이상 띄엄띄엄 앉도록 안내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그럼에도 예전보다 많이 한산해진 성당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렸다.

​​특히 오늘은 40여 년을 신자로 살아온 나도 처음 겪는 경험을 했다. 미사 중에 신부님이 '일괄 사죄'를 진행한 것이다. 일대일로 진행되던 개별 고해성사가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사를 하기 모인 신자들에게 단체로 약식 처방을 해준 셈이다.

​​가톨릭 교회에서 고해성사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이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보수적인 가톨릭 신자'라면 꽤나 반감이 들 만한 일일 수 있지만, 그만큼, 지금이 '비상상황'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일괄 고백과 일괄 사죄의 기원은 '제1차 세계대전'이라고 한다. 당시 전쟁터에 파견될 병사들이 너무 많아서, 개별 고해성사를 할 수 없을 경우, 일괄 고백 및 일괄 사죄가 가능한지 교황청에 문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그러자 당시 베네딕토 15세 교황은 그러한 중대한 상황이라면 가능하다고 회신한 바 있다. 물론 병사들이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면 온전한 고해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했지만.

​​전쟁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쓰이는 다양한 신기술과 시스템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종교에도 이런 식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신기하다.

어쨌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가 빠른 시일 내에 종식되고, 만물이 푸르름을 찾는 5월의 정취를 모두가 만끽하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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