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안양중앙성당 첫 주일미사
일괄 고백 일괄 사죄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로 인해 오랫동안 중단되었던 안양중앙성당의 주일미사가 재개되었다.
사전에 신자들에게 신원확인을 위한 바코드가 전달됐고, 성당 입구에서는 수녀님과 봉사자들이 발열 체크, 소독약 분무 등을 진행하느라 부산했다. 자리도 평소보다 2~3배 이상 띄엄띄엄 앉도록 안내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그럼에도 예전보다 많이 한산해진 성당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렸다.
특히 오늘은 40여 년을 신자로 살아온 나도 처음 겪는 경험을 했다. 미사 중에 신부님이 '일괄 사죄'를 진행한 것이다. 일대일로 진행되던 개별 고해성사가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사를 하기 모인 신자들에게 단체로 약식 처방을 해준 셈이다.
가톨릭 교회에서 고해성사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이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보수적인 가톨릭 신자'라면 꽤나 반감이 들 만한 일일 수 있지만, 그만큼, 지금이 '비상상황'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일괄 고백과 일괄 사죄의 기원은 '제1차 세계대전'이라고 한다. 당시 전쟁터에 파견될 병사들이 너무 많아서, 개별 고해성사를 할 수 없을 경우, 일괄 고백 및 일괄 사죄가 가능한지 교황청에 문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그러자 당시 베네딕토 15세 교황은 그러한 중대한 상황이라면 가능하다고 회신한 바 있다. 물론 병사들이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면 온전한 고해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했지만.
전쟁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쓰이는 다양한 신기술과 시스템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종교에도 이런 식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신기하다.
어쨌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가 빠른 시일 내에 종식되고, 만물이 푸르름을 찾는 5월의 정취를 모두가 만끽하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