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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산톡톡 Aug 20. 2022

공정하다는 착각

과정의 공정함이 정의로운 결과를 보장할 수 있는가?

8월 중순 여름휴가를 맞아 대관령 산자락에서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었다.

이미 '정의란 무엇인가' 등의 저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이클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을 통해 나름 공정한 과정을 지킨 '능력주의'가 과연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사실 "노력하면 무엇이든지 얻을 수 있다"라는 능력주의는 너무나 이상적이고 당연한 사상이다. 오늘날의 미국 그리고 한국 사회를 꿰뚫는 근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수단은 교육과 입시다. 어찌 보면 능력주의는 고려 시대 과거제의 도입 이후 한반도에서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이념일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모든 것이 척박했던 대한민국이 짧은 시간 내에 압축적인 성장을 일궈낸 것도 '능력주의'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제 현대 사회는 개개인의 능력의 실현을 가장 큰 '가치'로 둔다. 이의 근간이 되는 교육 및 입시 시스템 등에도 지속적인 투자와 제도 개선 등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능력주의가 중시될수록 계층이동은 어려워지고, 불평등도 확고해지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성공한 이들에게는 "그대가 성공한 결과"라는 영광의 월계관을, 밀려난 이들에게는 "그대의 노력이 부족한 탓"이라는 모멸감과 절망을 덧씌운지 오래다.

능력이 입증한 이들이 도덕적 우월성까지 독점하는 사회의 삶은 가혹하다. 

입시경쟁이 이어지고 온갖 편법이 판을 친다. 나름 성공의 길에 접어든 이들도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상처 입을 수밖에 없다. 상관관계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심지어 미국인의 기대 수명이 감소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극단적인 출생률 감소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듯하다. 성공한 이의 오만함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좌절감이 교차하는 시대상은 슬프다. 사회는 분열되고 서로를 때로는 경외하면서 증오하는 현상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이제 이 책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도 줄 세우기식 능력주의의 '그림자'를 심각하게 돌아볼 때가 된 것 같다. 

내용의 특성상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책'이다. 철학, 사회학 등에 관심이 있다면 꺼내들 만하다.

#독서노트 #공정하다는착각 #마이클샌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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