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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산톡톡 Jan 08. 2023

작별인사

"필멸(必滅)",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저주이자 축복

미세먼지가 도심을 뒤덮은 2023년 첫 주말의 아침, 화장실 청소를 마치고 거실에 앉아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를 읽었다.

'작별인사'는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이 모방하지 못할 '사람다움'은 무엇인가를 다룬 SF 소설이다. 이 책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다룬다. 유명한 IT 기업 연구원인 아버지와 쾌적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소년은 어느 날 갑자기 미등록 안드로이드라는 판정을 받고 수용소에 수감된다. 소년은 혼돈의 세계에서 만난 소외된 이들과 떠난 여정에서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 인공지능(AI)은 무한한 네트워크에 기반해 사람의 지능을 추월하고, 대부분의 감성적 요소를 흡수한다. 여기에 불멸성까지 획득한다. 작가는 이러한 존재 앞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무엇일까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일부는 저항하고, 때로는 미쳐 버리고, 혹자는 가상의 세계로 떠나 버릴 것이다. 또한 몇몇 이들은 문명의 이기와 단절된 자연 속에 은둔할 수도 있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주인공은 일반적 관점에서의 인간이 아니다. 그럼에도 결국 삶에는 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순간 인간 클론과 안드로이드는 인간이 인간성을 상실한 세계에서 가장 사람다운 방식으로 스스로와 작별인사를 나누게 된다. 

SF의 장점을 잘 살린 재미있는 소설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으로 주제를 규정하자면 "'유한성'이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한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죽음'이 있기에 인간의 상상력과 지혜 그리고 문명이 태어났다는 것은 매혹적인 가설이다. 

작별을 한다는 것은 또한 어디론가 떠나간다는 것이다. '작별인사'의 등장인물들도 끊임없이 생(生) 이후 또는 이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에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또 하나의 가치가 숨어있는 것 같다. 그것은 '영성(靈性)'이다.

#독서노트 #작별인사 #김영하 #복복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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