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지어 먹는 사람의 일상과 고민 그리고 보람
'우리 글자'가 창제되어 세상에 나온 것을 기념하고, 그 우수성을 기리는 '한글날' 이른 아침, 거실에 앉아 장강명 작가의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부지런히 글을 지어 먹는 소설가의 일상과 고민 그리고 보람에 대해, 담담하며 솔직하게 서술해 나간 에세이집입니다.
자고 일어나는 시간은 물론 글을 쓰는 방법과 장소, 만나는 사람, 평소 즐기는 술 등 시시콜콜한 일상은 물론 특정 회사, 학교, 지역명과 같이 민감할 수 있는 실존 고유명사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실제 수입의 형태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도 담겨 있어 흥미롭게 읽어 내려갈 수 있습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서 출판계와 작가들도 변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텍스트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시대, 작가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회를 더욱 세밀하게 살피며 보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고료 체불이나 인세 지급과 같은 출판계의 고질적인 문제, 과거의 담론에 얽매어 '북의 인권문제'에 눈과 입을 닫아버린 문인 단체의 현실, 변화하고 파편화되는 사회를 치열하게 분석해 나가야 한다는 사명감 등 민감할 수도 있는 이슈에 대한 솔직한 서술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장강명 작가는 신촌에 있는 대학의 '공대'를 졸업한 후 건설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동아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하던 중 2011년 '표백'으로 한겨레 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습니다. 이후 2013년 9월부터 전업작가로 활동 중입니다. 다수의 재미있는 작품들을 써 냈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리의 소원은 전쟁', '댓글부대', '열광금지, 에바로드', '한국이 싫어서'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기자 출신다운 치밀한 취재력과 재미있는 발상이 드러나는 작품들입니다.
20여 년 전 하이텔(당시 케텔) SF 동호회 모임에서 접한 작가님의 모습은 과묵한 '모범 공대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 현대 사회를 대표하는 멋진 작가 중 한 분이 되었습니다. 역시 개인의 성장을 바라보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소설가는 참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펜과 종이만 있다면(오늘날에는 노트북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같지만) 언제 어디서든 나만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소설에 출현시켜 괴롭힐 수도 있지요! 여기에 돈까지 벌 수 있으니 대단한 '업(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책을 출간하면 나중에 도서관에 '책'이 남으니 보람도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강명 작가도 크고 작은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소설가'가 헌신할 수록 더 좋아지는 직업이라고 당당히 고백합니다.
아무쪼록 작가님이 더 넓은 무대에서 더 크게 도약하시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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