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있을 법한 이야기의 '힘'!
[파도가 닿는 미래, 정말로 있을 법한 이야기의 '힘'!]
찬 바람이 불어오는 11월 중순 주말, 원래는 산에 갈 생각이었는데 종일 날이 춥다는 AI 스피커 '기가 지니'의 안내에 마음을 바꿨습니다. 간만에 게으름을 피우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따스한 볕이 내려앉는 거실 소파에 앉아 서윤빈 작가의 SF 단편집 '파도가 닿는 미래'를 읽었습니다.
이 책의 미덕은 '편안함'입니다. 정말 있을 법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바다를 포기하고, 이제는 우주쓰레기 더미에서 광물을 채취하는 우주 해녀들,
△ AI를 인해 일자리를 잃은 미술가,
△ 자율주행 AI와 대화하는 조사원,
△ 돈을 벌기 위해 우주로 향하는 젊은 파이어족 등등
그들이 마주한 불안과 불합리가 넘실거리는 미래의 현실은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위 인물들의 겪는 '갈등'의 공통점은 바로 '일자리'입니다. 제대로 된 일터, 혹은 수익이 없다는 현실에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빠르게 이동하는 우주선에서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는 물리법칙에 착안해, 무려 100년간의 '거대한 이자수익'을 노리는 파이어족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거대한 '이자'가 쌓인다는 논리는 이론적으로는 완벽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지요. 100년이면 지구에서는 엄청난 시간입니다. 사람도 세상도 바뀌게 마련이지요.
오래간만에 좋은 SF 소설을 읽었습니다. SF 소설은 어깨에 힘을 준 그야말로 판타지를 넘어 '우주'로 날아가는 서사를 가지기 쉬운데, '파도가 닿는 미래'는 '일상'이라는 무게중심을 잘 잡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야기도 재미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디테일도 충실합니다. 작가님이 자료 조사 등에 공을 많이 들였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렇기에 공감하며 아주 편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탁월한 '한글' SF 소설들을 많이 접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독서노트 #파도가닿는미래 #서윤빈 #허블 #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