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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산톡톡 Dec 16. 2023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우리의 마음속에는 나만의 도서관이 있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우리의 마음속에는 나만의 도서관이 있다]

창밖으로 흰 눈이 쏟아지는 12월 중순 주말의 새벽, 거실에 앉아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라카미 하루키다운 소설입니다. 술술 읽히는 담백하고 감성적인 문장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내용은 불친절하고 혼란스럽습니다. 첫사랑, 이성에 대한 욕망과 호기심, 미지의 도시, 변화하는 벽, 무서운 문지기, 깊고 어두운 호수, 그림자의 존재, 꿈을 읽는 도서관, 다시 만난 소녀, 신비한 소년, 반복되는 회귀 등 상징적인 키워드가 가득합니다. 

767 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책을 한달음에 독파하게 하는 필력과 이야기의 흡입력은 한 시대를 풍미한 작가답습니다. 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내가 무엇을 읽었고 또한 저자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에 대한 깊은 의문이 남는 것도 여전합니다. 그럼에도 과거에는 난무하던 과격한 '성'적인 표현이 줄어들고, 실현 불가능한 '욕망'에 대한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는 것을 보면 이분도 나이가 드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마음속에 나만의 '도시'를 짓고 살아가게 됩니다. 그 중심에는 내 삶의 모든 것을 보관하는 도서관이 있습니다. 또한 나를 지킬 벽, 필요한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할 문지기, 도시를 완성하는 주민들, 무언가를 잠재울 깊은 웅덩이 등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성장한다는 것은 그 도시의 확장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각자 마음속 도시에서 세상을 재해석하고 상처를 치유하며 삶의 의미를 찾고, 궁극적으로 살아갈 힘을 회복합니다. 

그렇기에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작가의 마음속 또 다른 '도시'를 이야기한 자전적 소설에 가깝다는 애매한 결론을 내려 봅니다.

하루키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권할 만한 책입니다. 저도 젊은 시절 좋아했던 작가에 대한 '의리'로 읽었습니다. 다소 추상적이고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가슴속에 무언가가 남는 '서사'를 즐기는 분들에게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독서노트 #도시와그불확실한벽 #무라카미하루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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