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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산톡톡 May 30. 2020

홍어 삼합

때로는 무뎌지는 일상의 향을 일깨우는 맛


며칠 전 먹은 홍어 삼합.

이 음식을 처음 배운 것은 직장 초년생 시절. 당시 부장님이 워낙 삼합을 좋아해서 손수 흑산도 홍어를 주문해 아는 식당에 요리를 부탁해 회식을 하곤 하셨다.

돌이켜 생각하니 비정할만한 직장에 충실하신 분이셨다. L모사 연구원으로 있던 아드님이 출장 복귀 길에 사고로 횡사했는데,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3일 만에 복귀하셨다.  일하는 태도나 표정에 변화가 하나도 없으셨던 것이 기억난다.

그런 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회사가 성장하고 후배들이 월급을 받고 세금으로 국가가 재정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일 게다. 그리고 그 재정이 복지가 되어 많은 이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나 개인적으로 직장에 임하는 태도와 성실함의 중요성을 배웠다. 고마운 분이다.

그리고 얼마 후 부서행사로 실미도를 함께 보았는데... 평소에는 그렇게 모범적인 직인이던 부장님이 눈시울이 붉게 물들며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당시에는 울 정도의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요즘에서야 조금 이해가 될 것 같다.

한평생 열정을 바쳐 일해도 결국은 잊히고 사라지는 것이 삶.

그래도 홍어삼합의 진한 향은 입을 맴돈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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