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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산톡톡 Nov 28. 2020

유럽의 첫 번째 태양 스페인

모스크와 대성당이 나란히 서 있는 칵테일 같은 역사!


제법 차디찬 한기에, 본격적인 겨울이 다가왔음을 느끼는 11월의 마지막 주말 새벽, '유럽의 첫 번째 태양, 스페인'을 읽었다.

이 책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했던 스페인의 역사와 전설을 다룬 책이다.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꽤나 다르다. 단일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한국과는 달리, 스페인은 여러 민족이 칵테일처럼 섞이며 성장해 온 나라이다. 스페인의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그 땅을 거쳐 간 페니키아, 그리스, 카르타고, 로마, 게르만족, 무슬림의 발자취를 쫓는 일이기도 하다. 모스크와 대성당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모습은 이러한 스페인의 정체성과 역사를 보여 주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스페인의 역사는 신화와 전설 그리고 끝없는 투쟁의 기록이기도 하다.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과업 중 하나였던 에리테이아 섬에서 게리온의 황소 떼를 몰고 오는 것이었는데, 바로 세상의 끝에 있다고 믿어지던 에리테이아 섬이 스페인의 세비아 지방이었다고 한다. 로마와 카르타고의 운명을 갈랐던 제2차 포에니 전쟁은 한니발이 이베리아 반도의 로마 도시에 속하던 사군툼을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스페인에서 자신의 정적인 폼페이우스의 잔당들을 물리치고 권력을 쟁취하게 된다. 유럽으로 세력을 뻗치던 이슬람과 가톨릭 세력이 충돌하며 오랜 기간 전쟁을 벌였던 지역도 스페인이었다. 대서양을 개척하고 대항해 시대를 여는 거대한 역사적 발자취를 남기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스페인이 '다양성'을 인정할 때 부흥할 수 있었고, '독단'으로 치달을 때 몰락했다는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종교적, 민족적 다양성을 어느 정도 포용하고, 현실과 타협하며 관용적인 정책을 펼칠 때, 스페인은 전 유럽을 아우르는 제국을 그나마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특정 종교에 함몰되고, 타 민족을 박해하는 정책을 펼칠 때마다 스페인은 역동성과 내적 역량을 조금씩 잃어 갔다. 

대항해시대를 통해 거대한 '부'를 얻고, 군사, 정치적 역량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할 때, 그러한 쇠락이 시작되기 시작했다는 주목할 만하다. 종교적, 국가적 명분 그리고 대중의 분노를 기반으로 진행된 유대인, 무슬림의 퇴출과 종교재판이 실제로는 개인들의 재산을 국가 재정으로 흡수하기 위한 '목적'이 컸음도 상기할 만한 사실이다. 

'유럽의 첫 번째 태양, 스페인'은 흥미로운 책이다. 그러나 너무나 복잡한 사건들, 특히 거미줄같이 엮여 있는 유럽 왕가의 혈통들이 한두 문장에 압축되어 기술되는 통에 혼란스러워지기도 한다. 서양사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이 있는 분들이라면 무겁지 않게 재미있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책!

#독서노트 #유럽의첫번째태양스페인 #스페인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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