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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산톡톡 Dec 25. 2020

여행의 기술

방구석도 의미 있는 여행지가 될 수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문밖을 나서기도 조심스러운 성탄절,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었다. 올해 완독한 45권째 책. 특별한 일이 없다면 2020년의 마지막 독서가 될 것이다. 

불과 일이 년 전까지만 해도 연말 여행은 시대적 흐름이기도 했다. 크게는 연말에 휴가를 내서 해외로 나서거나, 해넘이, 해맞이 명소를 찾아 1박 2일 가족여행을 떠나는 것이 주변의 흔한 행사였다. 그러나 시대는 급변했다. 5명도 함께 외식을 할 수 없는 시기다. '방구석 랜선 여행'이라는 용어가 보편화될 정도로 먼 길을 나서기도 어려운 시절이 도래했다. 왜 하필 이러한 시기에 나는 올해의 마지막 책으로 '여행의 기술'을 집어 든 것일까.

거의 십여 년 전 출간된 '여행의 기술'에서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의미에 대해서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저자는 바베이도스, 마드리드, 시나이 사막, 프로방스, 레이크 디스트릭트, 암스테르담에 대한 본인의 여행담을 통해, 우리가 여행지에서 받는 위안과 깨달음, 경험과 성취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요약하자면, 우리가 낯선 땅에서 모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겸허한 마음가짐과 사려 깊은 관찰력으로 주변을 대할 때, 더 큰 위안과 재미, 그리고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드 메스트르의 '나의 침실 여행기'를 통해, 우리가 주변의 가까운 사물에도 새롭고 진지한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다면, '방구석'도 하나의 '여행지'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이 대목에서 개인적으로 킥킥거리기는 했다. 하지만, 일리가 없는 내용은 아니다.

갑갑하기만 한 코로나 시기, 일상의 폭은 더욱 좁아지고 있지만, 알랭 드 보통의 조언처럼 우리 주변의 일상과 경험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노력한다면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어서 자유롭게 주변을 거닐 수 있는 시기가 돌아오면 좋겠다.

깊이도 있고 내용도 풍부한 좋은 책이다. 다만 다정한 문장으로 포장하기는 했지만, 철학적인 개념과 다양한 담론이 중간중간 튀어나오니, 인문학적인 글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독서노트 #여행의기술 #알랭드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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