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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산톡톡 Jan 01. 2021

랄랄라 하우스

묘하고 유쾌한 이야기들

2021년 신축년을 시작하는 새해 첫날 새벽, '랄랄라 하우스'를 읽었다. 

뭔가 범상찮은 이름의 '랄랄라 하우스'는 『살인자의 기억법』 『너의 목소리가 들려』 『퀴즈쇼』 『빛의 제국』 『검은 꽃』 『아랑은 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이다. 

스토리로 승부하는 소설가들의 산문집을 선택하면 어지간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경우 꽤나 재미도 있고 얻는 것도 많다. 소재거리를 위한 취재와 참신한 아이디어 구상에 목매는 소설가들의 산문집에는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 거리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랄랄라 하우스'도 일상에 대한 탐색과 통찰이 가득한 책이다. 얼음과 석유를 왜 함께 파는지, 때밀이는 수영팬티를 입는지 등 작은 궁금증부터 태극기에 대한 단상과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유감 등 굵직한 사유까지 우리의 삶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통찰이 담긴 글들이 이어진다. 

특히 두 가지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대략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첫 번째는 '번안과 번역'.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임꺽정'의 저자인 벽초 홍명희가 번역했는데, 순수한 우리말로 된 그 제목은 다음과 같다. 『너 참 불쌍타』.

두 번째는 '결심 산업'. 새해가 되면 헬스클럽, 수영장, 어학학원, 다이어리, 금연초 등 결심 산업이 흥행한다. 그러나 대부분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사람들은 추락한 자존감 회복을 위해 연말이 될수록 주식투자와 복권에 매진한다. 구매하고 확인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달력을 보면 어느새 12월, 사람들은 다시 결심 산업 쪽으로 눈을 돌린다. 그게 인간이다.

'랄랄라'라는 수식어가 붙은 제목처럼 출퇴근길에 킥킥거리며 읽으면 좋을 책이다. 다만 수년 전 책이기도 하고, 시대적 배경지식도 요구하는 에피소드 들도 여럿 있는 만큼, 약간은 연식이 있는 분들이 읽으면 공감하기 좋을 것 같다.

#독서노트 #랄랄라하우스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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