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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산톡톡 Feb 08. 2021

예능작가

예능작가가 꿈인 분들께 필독서!


1995년 겨울, S촌의 S대의 신문방송학과 면접을 보러 갔을 때, 교수님이 지원 이유를 물었다. 별다른 목표 없이, 미디어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수능 점수에 맞추어 적당히 선택한 전공이었기에 '목적'이라고 할 것은 없었다. 그래도 대답은 해야 했기에, 고교 시절 문학상 몇 개 탔던 것을 운운하며 "방송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교수님이 고개를 갸웃하며, "신문방송이 방송작가에 큰 도움은 안 될 것 같은데..."라고 중얼거렸다. 이후 학교에 입학을 하고 나서 정말 전공이 큰 도움이 안 되는 것은 물론, 정말 끼를 타고 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일찌감치 포기해 버렸다. 

그리고 설날을 앞두고 권장휴가가 시작된 오늘, 예능작가 16인의 생생한 방송 이야기를 다룬  '예능작가'를 읽으며 잠시나마 옛 추억을 떠올렸다. 

'예능작가'는 대한민국의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왔고, 또한 만들고 있는 방송작가들이 걸어온 삶, 직업 및 작품관, 보람과 어려움,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후배 및 선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등을 소재로 주고받은 진솔한 대화를 엮어낸 인터뷰 모음집이다. 

한국 방송작가협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인 임기홍 작가를 필두로, '출발 드림팀'의 김기륜 작가, '청춘 행진곡'으로 유명한 김동용 작가, '복면가왕'의 박원우 작가, '1박 2일'의 지현숙 작가, '황금어장'의 최대웅 작가, '라디오 스타' 곽상원 작가, '슈가맨' 신여진 작가, '꽃보다 청춘'의 최대영/김대주 작가, '아는 형님'의 황선영 작가', '맛있는 녀석들'의 백성운 작가, '개그 콘서트'의 심봉기 작가, '웃찾사'의 최항서 작가', '쟈니윤/주병진/서세원 토크쇼'의 김경남 작가 등 대한민국 예능 프로그램의 틀을 만들고 변화를 이끌어온 방송작가들의 치열했던 어제와 오늘이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다.

이와 함께 'PD'과 '작가' 간의 미묘한 갈등, 유튜브 등 뉴미디어에 밀려 점차 쇠락해가는 '방송매체' 실무자로서의 고민, 글로벌 시대에 발맞춘 '저작권' 정비의 필요성, 크리에이터로서의 비전 등 대한민국의 '예능작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담아냈다.

방송작가는 본질적으로 본인의 실력으로 승부하는 크리에이터다. 본인의 역량으로 하나하나 기획하고 실현해 나가야 한다. 인정받기 전까지는 박봉과 격무에 시달려야 한다. 어느 정도 지위에 오른 이후에도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과 쉼없이 경쟁하며,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도 적응해 나가야 하는 삶은 바뀌지 않는다.

읽다 보니, 막연하게 잘 나가는 줄만 생각됐던 '예능작가'들이 이런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공을 많이 들인 좋은 책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특히 방송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예능작가 #도토리북스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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