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누군가 나에게 꿈을 물어보지 않는다."
드라마에서 나이든 여배우의 대사다. 무릎을 치는 대사였다. 늙은 여배우가 맡을 역할은 무척 제한적이다. 드라마 속 그녀는 연애하는 여성의 역할을 꿈꾼다. 그 꿈은 허황된 것인가?
내 나이의 여성이 갖는 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내 나이의 여성이 직업으로서의 꿈, 긴 시간이 필요한 목표를 말하면, 그것은 곧 망상이라고 불릴 것이다.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꿈은 건강, 가족의 안녕 등일 것이다. 일상에서 겪는 걱정거리를 풀어놓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매일매일 나쁘지 않은 신체조건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다른 꿈을 이야기하자면, 하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가 섞인 것일 수 있다. 마치 해외여행을 꿈꾸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지중해 연안과 남미 여행이다. 이런 여행이 가능하겠는가? 물론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단체 여행으로는 가능하겠지만, 난 그런 여행을 원하지 않는다. 짐짝으로 이동하는 여행은 아직은 선택하고 싶지 않다. 조금 불편하지만 내가 여행계획을 잡고 싶다. 불편도 여행 내용 중 하나란 것을 나중에 알았다. 할일 없이 보여도 사람구경을 많이 하고, 주삣주삣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여행을 하고 싶다. 이런 여행이 나에게는 이제 현실과 먼 꿈으로 남을지 모른다. 다. 우선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진지하게 꿈을 묻는다면, 그것은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정리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일 수 있다. 이는 꼭 필요한 것이나, 내 나이가 더이상 많은 시간이 필요한 꿈이 성립될 수 없다는 믿음하에 이루어질 질문이다. 그것이 틀린 판단이 아니라, 현실적인 판단이다.
그럼에도 나는 꿈꾼다. 여행하는 꿈과 글쓰는 작가로서의 성취를 꿈꾼다. 그리고 나와 수다를 나누는 것을 즐거워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