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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ads Jan 21. 2023

내 일상을 기억하기

일기 쓰기  

겨울은 날 책상에서 멀리하게 한다. 추위에 더 게을러진다. 방바닥 매트에 앉아 허리까지 이불로 감싸고 있으니, 매트 바로 옆에 있는 책상 앞에 앉는 것도 피하려 한다. 그나마 글쓰기의 전부인 일기도 안하게 된다. 

내 생활에 대한 기록, 그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예전에 글쓰기 작업 중 하나인 일기는 나의 필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내 생각을 정확히  정리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었다. 나아가 언제가 이 일기를 바탕으로 누군가와 공감할 수 있는 재료가 될 것이라고 믿었었다. 

그런데 일기 쓰기의 의미가 달라졌다. 이제는 내 기억을 지키기 위한 것이 되고 있다.  나의 일상을 기억하는 작업 중 가장 좋은 것이 일기이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날 위해서. 내 생활을 돌아보고, 기억하는 것이다. 기록해야 하는 의미는 분명하다.  기억이 점점 희미해지는 시간을 살아가는 나에게, 뇌의 건강을 위한 작은 운동이다. 마치 사진을 찍듯이. 그런데 옛날 사진을 보아도 그 곳이 어딘지, 같이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사람들은 누구인지, 왜 찍었는지 모를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진과 함께 일기가 필요하다.   

겨울이 되면 내 기억을 저장하는 일을 정지해도 좋은가?   이렇게 마구 게을러져도 되는 것일까? 내 뇌의 해마를 자극하는 활동이 많아져도 모자랄 시간에 난 오늘도 멍하니, 떠오르는 생각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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