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잠자리에 들자 또 잠을 방해하는 생각들이 또렷하게 스며든다. 내가 어제 읽었던 편혜영 소설집에 실린 것이 어떤 내용이었더라? 할머니가 철거 직전에 아파트에 살면서 아들이 기다리는 것이 첫번째고, 그리고 다른 내용은 뭐였지? 내가 읽다가 중단했나? 아닌데 내가 독후감을 짧막하게 썼는데. 노인에 대한 묘사가 너무 단선적이라는 감상 평이었는데. 도저히 무엇을 지적한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러한 생각들이 내 잠을 방해할 정도로 시급한 문제도, 내일에 결정해야 할 문제거리도 아니다.
잠을 몰아내면서 번지는 아무짝에도 쓸로없는 생각들 끝에는 걱정으로 이어진다. 기억이 가물거림은 새삼스럽지 않으나 이럴 때마다 두려움이 생긴다. 내 기억의 문제, 치매 등으로 번진다.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을까. 그러다가 심각한 상태이며? 그러다가 갑자기 내가 좋아했던 작가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작품 명이 이어도이었지. 그런데 작가 이름이 ? 이청준, 기억이 났다. 다행이다. 그런데 섬에서 환자들이 모여있던 이야기가 뭐였지. 그래, 당신들의 천국, 그런데 그 환자들의 병명이 뭐였지? 문등병인데. 모르겠다. 일어나서 찾아볼까 했는데 참았다. 더욱 잠의 기운에서 멀어질까봐.
아침에 눈을 떴다. 7시다. 튼튼이가 옆집문이 열리는 소리에 짖으며 현관 쪽으로 나가는 바람에 눈을 떴다. 이웃에서 불만이 나올까봐. 반사적으로 그대로 일어나 달려나가 튼튼이를 안고 들어왔다. 갑자기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허리에 무리가 되지 않았나싶다. 눈을 떴으니 잠을 다시 들기는 글렀다.
검색을 한다. 편혜영, 밤이 지나간다. 그 속에 작품명을 읽는다. 그렇지. 이거였구나. 그리고 편혜영 작가 검색을 하다가 한센병이란 병명이 떠올랐다.
난 읽는다. 그런데 고이지 않는다. 그저 새어나갈 뿐이다. 그래도 그 감상은 남아서 그 감정의 기운은 다른 글로 옮겨가서, 다른 글의 감상도 흐리게 한다. 얼룩이 번져가듯 책마다 넘나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