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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ads Jul 10. 2019

바람으로 전하는 애도

엘살바도르 부녀의 사진

 " 엘살바도르 이민자 부녀, 리오그란데강 헤엄쳐 건너다 익사 " 

사진을 보자 즉시 소름이 돋았다. 온 몸에 전율이 휘감겼다. 화들짝 놀라 급하게 손가락을 움직여 화면을 내려갔다. 그 기사를 피해 다른 기사로 넘어가기 위해서 위해서다. 그런데 핫뉴스라 그런가. 그 사진이 계속 나왔다. 결국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난 사진을 직시하지 못한다. 사진보다 더 많은 죽음이, 더 깊은 고통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사진 아래 기사를 읽지 못한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않는다. 충격적인 사진이 전하는 내용은 새롭지 않다. 중남미의 정치상황과 미국의 반이민 정책 그리고 그 가운데 놓인 멕시코의 접경강화 정책 등이다. 그들은 멕시코 접경지인 강에서 죽음을 맞았다. 미국의 접경지역도 아닌 멕시코 접경지역이다.     


그냥 피하고 싶다. 눈을 감는다. 그런데 그 사진이 이미 내게 진동을 보낸 후다. 아빠는 그들의 고향에서 멕시코까지 오면서 아기와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그 여정을 가족은 어떻게 견디었을까? 잠시라도 떨어질 수 없는 공포에 있었을 것이다. 동물적 감각으로 세상이 자신들을 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아이는 알았을 것이다. 그들이 죽는 순간에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눈이 흐려진다.      


그들은 자신들의 신에게 얼마나 많은 기도를 하며 그 곳까지 왔을까? 그 기도에 대한 응답은 어떻게 왔을까? 그들의 신은 어떻게 찾아오는 것일까? 하늘은 저렇게 막힘이 없는데, 하늘과 맞붙어 있었을 대지는 이제 하늘과 다른 얼굴로 살아가고 있구나. 오르지 못할 하늘을 올려다보며 살아가는구나.      


멕시코 접경까지 여정에서 불안과 두려움만 있지 않았을 것이다. 먼 여정에서 행복한 시간이 있었음을, 같이 웃었을, 노래했을 것을 믿는다. 신 앞에서는 그것들만 기억하길 바란다. 그들이 걸었을 땅에서 멀리 떨어진 땅에 사는 극히 작은, 그들을 위해 어떤 힘도 쓸 수 없는, 먼지 같은 이가 그들에게 애도의 기도를 보낸다. 내 애도가 바람을 타고 국경을 지나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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