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꽤 인기를 모았던 미드 '위기의 주부들'을 연상시킨다. 내가 위기의 주부들을 좋아했던 이유는 다양한 여성 캐릭터 때문이었다. 미국 중산층 주부를 상징하는 여러 캐릭터들이 매일 맞닥뜨리는 작고 큰 위기가 긴장감 있게 전개되었다.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아슬아슬하게 피해가는 모습 또한 드라마의 다음 회를 기다리게 하곤 했다. 물론 그 속에서 여성들의 연대도 재미가 있었다. 서로 시기하다가 손을 잡는 모습들이 있었다.
'빅리틀라이즈'도 마찬가지다. 중산층 지역의 여성들이 주요 인물이며, 여성간의 질시, 경계 그리고 연대 등이 비슷하다. ‘위기의 주부들’과의 차이는 ‘라이즈’의 인물들은 초등학생의 학부모라는 공통성이 있다. 학교는 이들이 맞는 위기의 배경 역할을 한다. 또 다른 차이는 가부장적 여성상을 조금 더 벗어던진 점이다. 여성의 지평이 넓어졌다. '위기의 주부들'과의 시대적 차이, 페미니즘 운동의 영향인 듯하다. 가정 내에서의 여성과 남성간의 가부장적 위계 변화도 눈에 띤다.
가장 매력적인 장점은 여성 캐릭터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다. 자신의 성공에 도취된 여성(레나타), 매사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야 하는 직설적인 여성(매들린)에 대한 기존의 시선을 벗어났다는 점이다. 보통 주부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드라마에서는 이러한 캐릭터에 대해서 반감을 보이지는 않으나 주변화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주변화하거나 이상하게 보지 않고 그들 캐릭터를 중심으로 가지고 와서 캐릭터의 정당성을 보여준다.
드라마의 핵심 사건은 학교기금 마련 가면파티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다. 이 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학교 내의 다양한 얼굴들과 관계를 비춘다. 드라마의 초반에는 헬리콥터 맘들의 경쟁이 주요 화제로 등장한다. 그러나 곧 드라마는 가정 내에서 부부 위기가 주요 소재가 된다. 살인사건을 쫒아가는 미스터리식 접근으로 드라마 긴장을 상승시킨다.
나에게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셀레스트(니콜 키드먼) 부부를 상담하는 심리치료사의 태도이다. 기존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심리치료사의 태도와 많이 달랐다. 그녀는 듣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남편의 폭력성을 인지한 치료사는 적극적으로 여성을 위한 제언을 한다. 부인의 수동성, 주저함에 현재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시키는 것 외에 가출을 위한 준비, 이혼을 가정한 구체적 제언들이다. 심리치료사에 의해 셀레스트는 자신의 혼란스러운 상태를 조금씩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심리치료사의 흔들리지 않는 냉정한 태도가 위안을 준다.
나는 시즌 1보다 시즌 2가 좋았다. 시즌 2의 중심 스토리는 셀레스트의 폭력남편이 죽은 뒤, 시어머니가 나타나서 자녀의 양육권을 가지고 법정 다툼을 하는 것이 주요 스토리이다.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시어머니는 착한 아들이라는 환상에 젖어있다. 아들의 폭력은 우발적이고 여성의 잘못 때문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도 폭력을 인지했을 것 같지만 그를 부정한다. 아들의 상실을 손주들에 대한 집착으로 대신하려 한다. 그 자신도 아들에게 결함없는 사랑이 가득한 어머니가 아니었음에도 그는 가족에게 순결한 어머니 상에 대한 전형적 상에 집착한다. 자신이 옳다는 믿음, 고집 쎈 여성을 메릴 스트립이 잘 보여준다.
여기서 폭력남편에 대한 피해여성의 심리적 묘사는 폭력 피해자 상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자녀의 양육권 법정에서 왜 폭력 남편을 떠나지 않았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피해여성, 셀레스트는 “처음에는 사랑해서, 남편이 변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우울증이 심해져서 무기력 때문에 떠날 수 없었다. 또 자신이 떠나면 자신의 안전이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자녀들의 행복을 위해서 떠날 수 없었다” 고 말한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던 그간 과정을 니콜 키드먼은 흔들리는 눈으로 연기한다.
드라마는 마지막에도 여성들의 연대를 드러내려 애쓴다. '위기의 주부들'과 비교하여 이 드라마를 보면 미국 중산층 여성이 갖는 위기와 사회의 여성상에 대한 변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