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을 꿈꾸는 여행일기⑦
히말라야 트레킹 3

네팔 음식여행에 실패할 때

by roads


여행은 오감을 통한 경험과 감상의 과정이다. 오감 중 미각을 통한 경험은 나에게는 항상 주요한 부분이다. 여행 중 현지 음식에 대한 기대는 높다. 네팔 음식도 서울에서 몇 번 먹었던 기억이 났다.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잘 적응하고 그 느낌으로 여행을 기억하리라 생각했다. 네팔에서 우리가 많이 먹었던 음식은 마늘 스프와 달밧이었다.


끼니 때마다 마늘 수프를 먹었다. 마늘 스프는 우리의 고산병에 대한 공포를 의미했다. 고산병이 언제 누구에게 들이닥칠지 모르는 일이었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경험한 사람이 두 사람이 있었으나 고산병은 각 개인이 담당해야 할 몫이었고, 그 경험이 전수되는 것도 아니었다. 고산병에 좋다는 마늘 스프를 먹는 것이 우리가 아는 예방법이었다. 어떻게 효험이 있는지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자료는 없었다. 네팔 민간요법이라 했다. 정작 현지인은 마늘 스프를 먹지 않는 듯 했다. 결국 트레커들을 위한 음식이었다.


마늘스프는 육수에 그야말로 마늘만 넣은 것이었다. 육수는 기름이 조금 떠 있는 것으로 보아 닭 육수일 것이다. 닭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살상을 금지하는 티베트 불교를 믿는 사람들이 주로 히말라야 트레킹 로지,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들의 입맛에 의하면 이 닭 육수는 강한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닭 육수의 감칠맛을 느낄 수 없었다. 다만 마늘 맛만 났는데, 이도 한국사람 입맛에는 밍밍한 수준이었다. 나는 주방에 부탁하여 마늘을 더 찧어서 넣어달라고 부탁하여 먹곤 했다. 그래야 간이 맞았다. 마늘 스프는 맛이 있든 없든 산을 오르는 중에는 약처럼 먹었지만, 하산할 때 우리는 모두 마늘 스프에 입도 대지 않았다.


고산병을 극복하는 방법은 마늘수프 외에 다른 것도 있었다. 천천히 산을 오르면서 고산에 적응하는 것이 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체력이 약한 나는 처음부터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었으므로, 예방법이 될 수 없었다. 고산에 오를수록 식욕이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였다. 식욕을 일으킬 음식을 마땅히 찾기 힘들었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도 찾기 힘들었다. 로지에서 생오이나 당근, 사과를 요청하면 접시바닥에 살짝 넓게 펴서 나왔다. 수북이 야채와 과일이 몇 겹으로 나오는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들의 주식인 달밧은 빨리 진력이 났다. 처음 맛본 달밧은 완전식단이었다. 한 접시에 밥과 반찬이 함께 나오는 것이 보기도 좋고, 맛도 괜찮았다. 그들이 말하는 한국식 김치와 같다는 짠지는 처음부터 입맛에 맞지 않았지만, 렌틸콩 스프는 구수했고, 감자카레도 강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문화와 같이 반찬과 밥이 리필이 되었다. 그러나 매일 접하는 변화가 없는 달밧의 식단은 지겨웠다. 카레가 자극적이어서 식욕을 자극할 것 같지만 그도 식욕을 돋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침에는 오믈렛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할 때가 많았다. 빵도 없었다. 과자만 있을 뿐이었다. 네팔은 아직 제빵 기술이 많이 전파되지 않은 것 같았다. 오히려 과자가 많이 먹혔다. 비록 기성제품이기 했지만 과자 맛은 한국 과자와 비슷했다. 과자로 허기를 채울 수는 없지만 그것이라도 먹으면서 다른 음식을 찾았다. 피곤으로 인한 식욕 감퇴일 수 있었지만, 나 같이 식욕이 과한 사람에게도 반복되는 비슷한 메뉴는 고역이었다. 그런 중에 모모가 우리를 살렸다. 모모는 만두와 같은데, 튀김 모모가 가장 인기가 있었다.


트레킹에서 카트만두로 돌아와서도 네팔 음식을 먹어보고 싶은 욕구를 가지지 못했다. 오히려 중국 음식을 찾으러 다녔다. 오랜 여행을 하다보면 한국 음식이 당긴다는 데 나의 경우는 달랐다. 나는 오히려 장기 여행 중에는 한국음식과 유사한 중국음식과 일본음식이 더 구미에 당겼다. 네팔 에서는 일본 식당을 많이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생선회나 초밥이 신선할지 의심이 되었다. 바다도 없는 곳에서 생선 요리를 기대한다는 것이 사치 같았다.


그런데 중국식당에서 생선찜을 먹은 것은 신기했다. 수입 생선인 줄 알았는데, 다행히 양식한 생선이라 했다. 히말라야 트레킹으로 본격적으로 오르는 삼거리인 ‘샤브르베시’에서 무지개 송어 양식장 간판을 본 기억이 났다. 랑탕의 계곡물을 받아서 양식하는 것 같았다.


나의 네팔음식 여행은 실패했다. 네팔 속에 중국음식 여행이 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오감 여행은 실패했다. 오감 중 가장 보수적인 감각이 미각이라 한다. 미각을 느끼는 차이는 개인과 인종에 따라 차이가 크다고 한다. 그러니 다른 나라 음식에 적응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음식을 먹는 행위는 생존 활동이며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는 활동임과 동시에 누군가와 함께 하는 문화이다. 서로에게 통하는 맛있는 음식을 함께 하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갖는 음식문화는 중요하다. 비록 내 미각은 보수적이었지만 음식을 함께 나누며 대화를 나눌 사람들과 할 수 있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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