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와 산문집의 차이

by roads

나는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구입하는 편보다는 지역 도서관에서 구입신청을 하여 책을 읽는 적이 많다. 최근 몇 년에 책 소장의 번거로움을 겪으면서 더 그렇게 되었다. 이렇게 얻어진 책은 내가 신청을 했기에 열심히 읽어야 하는 의무감도 더 생기는 것 같다. 그런데 며칠 전 실망스러운 책을 만나고, 세금을 허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00 시인의 산문집이다. 이 책은 SNS의 멘션을 묶은 것이다.


SNS란 짧은 시간에 순간적인 단상들을 피력하기 좋은 공간이다. 단상이라고 모두 가볍거나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단상도 쓰는 자의 기본적 사유를 바탕으로 하므로 유명 작가의 SNS는 남다르게 관심을 받는다. 그래서 어떤 작가는 장문의 글을 올리기도 한다. 신문의 칼럼 정도의 길이로 올려서 긴 호흡으로 읽게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SNS 멘트가 반드시 철학적이거나 시사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평범하고 식상해도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동정을 올려도 무방하다. SNS의 본래 역할이 그런 것이니까.


그런데 그것이 책의 형태로 나올 때는 다르다. 나 같은 독자들은 산문집 형식을 취하면 SNS에서 허용되었던 소식 전달 이상을 기대하게 된다. 글쓴이의 동정을 궁금한 것이 아니다. 특히 영향력 있는 작가의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오늘 읽은 시인의 산문집은 실망스럽다. 그가 진보적 지식인으로서 관심을 보이는 시사적 사건에 대한 멘트도 그저 일반인 수준에서의 분노와 호소에 머무르고 있다. 신선한 맛도 없다. 많은 경우가 자신이 어디에서 강연을 다녀왔다는 이야기이다. 무슨 내용으로 소통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그저 소식란 같다. 왜 독자들은 작가의 동정을 궁금해야 하는가. 동정이라도 좋은 문장으로 뒷받침된다면 읽을 수 있다. 그런데 문장도 투박하다. SNS 상이라면 무심코 지나가겠지만 산문집 이름으로 나온다면 정치한 표현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황현산,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는 선생님의 트위트 글모음이다. 이 책에는 줄을 긋고 싶은 문장이 많다. 문장력이 뛰어나기도 할 뿐만 아니라 짧은 멘션에도 신선함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신선함이란 새로운 소재, 주제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신선함은 뻔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노력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글을 읽는 사람과 조금 더 깊게 어울리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비록 트위트지만 소통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독자도 글을 읽으면서 한빰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요즘 SNS으로 올린 멘션을 책으로 엮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자신이 황현산 선생님 정도가 아니라면 제발 책으로 엮을 때는 조금 더 정선된 글로 바꾸었으면 한다. 왜냐하면 SNS는 공짜이지만 책은 유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보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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