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국수

by roads

어렸을 때부터 밀가루 면을 좋아했다. 밥보다 면이 좋았다. 엄마도 국수를 자주 해주었다. 밥보다 입안에 감기는 느낌도 좋고, 넘김도 수월했다. 그리고 빵을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어렸을 때 빵은 귀한 것이었다. 둘째오빠가 저녁에 일마치고 사오는 특식이었다. 그때 오빠는 우리 형제 중 유일하게 돈을 버는 사람이었는데, 그 일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매일 돈을 벌어 사온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제과점에서 저녁에 떨이하는 것을 사온 것 같다. 빵 안에 들어있는 앙꼬도 팥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학교에 들어가고 삼립크림빵을 봤다. 하교시간 때에, 학교 앞에 군것질 거리를 파는 장사꾼이 오던 때였다. 종류가 다양한 것은 아니었다. 뻥튀기, 번데기, 설탕 뽑기를 파는 아저씨, 아줌마가 있었다. 달고나는 인기가 많았다. 설탕 맛보다는 잘하면 하나 더 달고나를 얻을 수 있다는 욕심에, 달고나 연탄불 앞으로 친구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내 기억에는 아무도 달고나 새긴 모양을 깨지지 않게 하려고 작은 손가락을 아무리 조심해도 항상 실패였다. 나는 돈이 없어서 달고나를 많이 하지 못했다. 좌판에서 파는 것은 불량식품이라고 학교에서 가르침을 봤던 때였다. 그런 군것질 거리보다 더 격이 높은 것이 공장에서 나온 빵이었다. 삼립빵은 위생적이고 고급빵으로 보였다. 비닐봉지에 낫개로 들어있는 빵은 가게에서 팔았다. 대량으로 생산되던 빵들이 귀하게 여겨졌던 것은 자주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빵맛도 엄마가 해주던 술빵과는 달랐다. 우선 냄새가 달랐다. 밀가루 냄새가 덜 나고 시큼한 맛도 안 나오는 것이 고급스러웠다.


중학교 때는 버스비로 라면땅을 사서 먹었다. 치마 주머니에 라면땅을 넣고 하나씩 먹으면서 걸었다. 그래도 내가 내 인생에 제일 신기하고 맛있었던 것은 스파게티였다. 그 음식은 이제까지 먹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면의 쫀득함이 내가 먹었던 면과 달랐다. 뚝뚝 끊어지는 국수도 아니고, 질긴 냉면도 아니었다. 스파게티는 처음으로 먹은 곳은 언니가 경리로 일하던 회사 부근에서였다. 언니는 자신이 일을 하는 을지로 사무실 부근으로 날 불러 그걸 사주었다. 그 식당은 엄마가 하는 순대국 집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지금도 생각나는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주는 식당이었다. 빨간 토마토 소스의 스파게티였다.


비닐 봉지 속 크림빵과 빨간 색의 가느다란 면발의 스파게티는 더이상 좋아하지 않지만 나는 여전히 빵과 파스타를 좋아한다. TV 등에서 다른 음식보다 빵과 파스타가 나오면 당장 집 밖으로 나가서 사먹고 싶다. 요즘 유행하는 빵투어를 하고 싶기도 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행프로그램은 풍경을 즐기는 것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탄수화물 중독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다른 음식보다 탄수화물이 그런 중독성이 강하다하니. 나만의 문제는 아닐 듯하다. 한때는 빵과 국수로 며칠을 지낸 적도 있다. 빵집 냄새는 얼마나 사람을 자극하는지. 생각만으로 행복해진다.


그런데 이제는 건강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 어렸을 때 돈이 없어서 접근하기 힘들었던 음식이 건강 때문에 멀리 해야 하는 것이 되었다. 그런데 내 건강에 고단백 소고기는 좋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고기들은 비싸다. 현재 내 수준에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빵의 수준이 아니다. 몸에 괜찮은 음식은 다시 돈 때문에 귀한 것이 되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돈과 건강, 이 두 가지가 삶의 작은 행복을 좌지우지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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