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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adtripper May 14. 2020

#포스트코로나시대 ,
우리는 여행할 수 있을까?

그래서 답은 결국 #까미노산티아고


사람들은 지금껏 축적한 정보와 공공연한 경험을 기반으로 닥쳐올 일들을 예측하고, 대비해왔죠. 

그간 인류가 쌓은 데이터가 적지 않아 웬만해선 그게 잘 먹혔어요.

#코비드19 , 기껏 몇 개월에 벌써 지긋지긋한 #코로나시대 전까지는요.



물론 인류가 병 없이 건강하게만 살아오진 않았어요.


1720년, 프랑스 남부에서 발병한 #페스트 (a.k.a #흑사병)이 유럽을 점령했고요,

1820년엔 인도에서 시작한 콜레라로 그 유명한 #콜레라시대 가 열렸어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콜레라시대의사랑 영문 북커버.


1920년엔 스페인에서 가장 연구가 활발했단 이유로 이름붙은 #스페인독감 이 있었고,

2020년... 우리가 맞닥뜨린 #코로나 는 대륙을 너머, 한순간에 지구를 휩쓸었어요.


아무도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겠죠.

게다가5월 초까지만 해도 한국 방역시스템은 #K방역 이란 이름까지 붙으며 세계 이목을 모았고, 

그 덕에 기분좋은 국뽕에 취해 우쭐한 동시에 '이제 끝났겠거니' 맘 놓았던 것도 사실이예요.


몇 개월을 인내하며 희생해온 의료진 및 관련자들은 끝이 없는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 들겠지만, 지금 시점에 2차 사태가 번지며 모두들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갖게된 건 장기적으론 오히려 잘된 일 같기도 합니다.




#코로나시대 , 여행자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학교를 졸업하고 잡지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일상처럼 여행을 다니며

여권 만료 전, 지면이 부족해 재발급 받기도 하며 살던 전 사실 좀 멘붕이었어요. 


1개월이면 지나가겠지, 그래도 2개월이면 끝나겠지 싶다가

유럽 국경이 속속 닫히고, 급기야는 타국 수입 진단키트를 공항에서 웃돈 얹어 스틸하기도 하는... 지금껏 익숙했던 국제사회 질서라는 게 일시에 무너진 듯한 세상이 참 혼란스럽더군요. 



*2020년3월, 관광객이 2/3 줄었다는 스페인 신문 #엘빠이스 화면 캡처.



시스템이 붕괴하고  지금껏 보지 못했던 세상이 시작되는 듯 한데
그중 가장 크게 진동하는 영역이 하필 '여행' 언저리.
십수년을 여행하며 글쓰고, 기획하고...
마치 숨 쉬듯 당연하게 다음 여행을 꿈꾸며 살았는데
여행을 못 하게 되는 세상이 온다면 난 더 뭘할 수 있을까.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는 #코로나종식 을 2024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더군요.


처음엔 막막했고, 나중엔 좀 무서웠다가

그 뒤로는 우울했어요.


사실 #까미노 원고 작업을 멈춘 지도 한참입니다.

더이상 여행할 수 없는 세상에서 이게 다 무슨 소용이며

생사가 관건인 마당에 대체 누가 여행 얘길 읽을 건가. 싶기도 했고요.


겨울잠에 접어든 두더지처럼 어둡고 긴 터널에  갇힌 기분이 절정일 때,

어느덧 #포르투갈까미노 를 시작한 지 1년을 맞으며 유럽 친구들이 안부를 물어오더군요. 


- 한국 상황은 어때, 넌 괜찮니?

- 우리 포르투갈에서 만난  지 벌써 1년이야.

- 책은 다 썼어?


아직 원고도 끝내지 못한 멋쩍음은 순간이었고

몽글몽글 떠오르는 포르투갈에서의 시간들,

그 순간을 공유했던 많은 얼굴들과 포르투갈의 하늘과 땅, 공기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구글 드라이브에 시간 순서 따위 무시하고 뒤엉킨 사진을 재정리하고,

가만히만 있기엔 답답해 집 근처 남산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포스트코로나시대, 그래서 더 #까미노

 

오늘 아침에도 일찌감치 일어나 남산에 다녀왔어요,

#릴리브 에 걸은 기록도 남기고요.


https://www.relive.cc/view/v7O9w8WWwLq


처음 한번, 답답한 맘에 나가니 좋더군요.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을 지나 이어지는 #남산둘레길 .


남산공원 입구에서 N타워까지 3km 남짓이지만 

사방에 빼곡한 나무의 초록이 주는 시각적 위안,

절로 깊이 호흡하게 되는 연둣빛 공기,

돌과 흙과 이끼와 나뭇가지가 아무렇게나 조화롭게 덮인 산길을 밟을 때 들려오는 자박거리는 소리에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그 외딴 길들을 걸을 때 받았던 위안이 어렴풋 떠올랐어요. 


어쩌다 한번 갔던 게 두번이 되고, 하루 걸러 한번씩 가게 되더니

지금은 특별한 스케줄이 없는 한 아침마다 남산에 발도장을 찍고 와요.


사부작사부작 다니는 동안 어느새 한달이 흘렀고,

한달새 어느 샛길이 가장 사람 왕래가 드문 지도 파악했으며,

일주일 전쯤부터는 애정하는 나무가 생겨 한번씩 쓰다듬고 오기도 합니다.


코로나가 진행되는 동안, 막막함 - 무서움 - 우울함 단계를 지나

이제는 남산과 친해졌어요.


더 다행인 건 코로나가 한바탕 세상을 헤집고 사라지는 시기가 오면

우리는 더 여행을,

아니 #까미노를 걸을 수 밖에 없겠구나 결론도 얻었고요.


온갖 인종이 복작이는 유명 관광지를 벗어나

유럽의 깊은 대자연에 폭 휩싸여 오롯이 혼자 걸을 수 있는 곳,

간혹 다른 순례자를 만나더라도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 안전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곳.



갈 곳 잃어 당황스러운 여행러버들에게,
까미노의 매력을 십분 공감하는, 이미 한번 이상 걸어본 순례자에게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로 이어지는 #스페인 과 #포르투갈 길들은 매우 분명한 대답이 될 겁니다.



예비순례자님들,

안전하게 길 위에 서는 그날까지

모두들 일상에서 #부엔까미노 ! :) 


#산티아고순례길 #까미노산티아고 #프랑스순례길 #포르투갈순례길 #포르투갈까미노 #순례길

#코로나여행 #코로나시대여행 #코로나이후여행 #포스트코로나여행 #포스트코로나시대여행 #까미노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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