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길 13일째. 라바싸우 ~ 코임브라
- 구간 : 라바싸우 Rabaçal ~ 코임브라 Coimbra
- 거리 : 29.2km
- 난이도 : ★★★☆☆
- 숙소 : Portagem Hostel (17유로)
가벼운 걸음으로 출발한다.
한동안 아침부터 줄곧 산을 오르락내리락했던 고단한 지형을 지나
너댓시간은 평탄한 길이 펼쳐질 예정.
아침햇살이 들기 시작하는 조용한 마을을 벗어나
#노란화살표 따라 우회전하면 라바칼을 벗어난다.
그리고 곧 펼쳐지는 올리브나무 군락.
#행복 의 개념은 얄팍하게도 상대적이어서
며칠간 지속되었던 고난 시리즈 - #급경사 #오르막 #봉우리이어지는산길 #끓는태양
뒤에 펼쳐지는
이 멀건, 특색없는 아스팔트를 딛는 걸음걸음이 즐겁다.
무의식 어딘가 깊숙한 곳에 있었던
90년대초 댄스곡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걷다보니
에너지가 가득하던 시간대여서 굳이 성당에도 들어가보고
이정표를 확인해가며 동네를 벗어난다.
포르투갈길 전체를 통틀어 유칼립투스를 원없이 볼 수 있다면
지역별로 식생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중남부 일대에는 유독 올리브나무들이 눈에 띈다.
반질반질 윤이 흐르는 카키색 이파리가 유독 반짝이는 풍경이 아마도 이 일대 시그니처 뷰.
내내 아스팔트를 걷고 있지만,
초록초록한 풍경에 여전히 하이텐션-
#파티마 와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까지 거리를 써둔 낙서 발견.
어떤 재간둥이가 이런 짓을 해놨나 싶었는데
풀밭에 세워둔 초록색 텐트 몇 동이 눈에 들어온다.
텐트 매고 다니며 비박하는 순례자나
#알베르게 동이 났을 때 난감한 순례자들 자고 가라는 야외 숙박지다.
마을 입구에 비교적 최근에 세워진 듯한 주택 몇 개를 지나면
동네가 거의 빈 상태다.
엇, 이 사진.
#존브라이어리 가이드북 삽입컷과 같은 곳임을 지금 발견.
중세시대 연결된 다리, 폰테 피리피나 로 향하는 길,
온통 들판에 비포장 흙길이다.
저 나즈막한 산 옆구리를 돌아내려가면
로마시대 대규모 유적이 발굴된 #코님브라가 에 닿는다.
풀밭에서 그야말로 자유로운 초원 라이프를 만끽하는 양떼와
충실한 양몰이 개 한마리,
묵언수행이라도 하듯 조용히 양만 응시하는 양치기 가족을 지나치고,
오르막이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태양이 맹렬하지만 산이라 중간중간 그늘이 많고, 바람도 시원-
까미노 시작 이후 가장 가벼운 걸음으로
여전히 노랠 흥얼거리며 걸으려니
뒤에서 또 누군가 부른다.
벤?
아니고,
전날 라바칼 호스텔에서 함께 잤던 알렌카 & 루이지 커플.
호스텔 만실이어서 어쩌나 하는 중에
다인실에 둘만 묵게 되었던 이 커플이 선뜻 자릴 내주어
셋이 사이좋게 잤는데
그때 잠자리가 편했던 건지
아님 #라바칼 동네와 내가 잘 맞았던 건지
밤새 깨지 않고 꿀잠 +
이날 오전 내내 하이 컨디션을 유지하는 중.
#유칼립투스 숲으로 불어오는 기분좋은 바람과
그 바람에 더 진한 향을 발산하는 유칼립투스에 취해
혼자 천천히 걷겠다며
알렌카와 루이지를 먼저 보내고-
아침도 먹지 않고 걸어 도착한 카페에서
이날의 첫 #빠나셰
그리고
또 벤이 나타났다. ㅋ
덥고 힘든 와중에 항상 벤이 나를 앞섰던 이유가
성큼성큼 넓은 보폭으로 잘 걷기도 하지만
어쩌면 항상 나보다 더 푹자고,
느즈막히 출발해 더 기운차게 쭉쭉 잘 걸어 그런 듯;
내가 항상 새벽같이 출발해 10여 km를 걷다가
뭐라도 먹으며 쉬어 가려고 멈춰서면
그제서야 쌩쌩한 얼굴로 Ben이 짠 나타나는 패턴-
이때만 해도 몰랐지만,
이 패턴이 유지되는 것도 이날이 거의 마지막이었다. ㅜ.ㅡ
로만 유적은 구경할 엄두도 못 내고.
30여분 카페 그늘에 널부러져 있다가 다시 출발.
아름다운 유칼립투스 숲과
숲에서 불어오던 향 좋은 바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다시 도시 언저리로 진입.
이제 남은 건 #아스팔트길 #오르막 #삭막한도시외곽
그리고 정오의 끓는 태양 등.
다들 그늘에 들어앉은 건지
거리 가득 내리쬐는 태양을 온몸으로 영접하는 건 우리뿐이다.
이 로터리에서 첨으로 둘이 동시에 화살표를 놓쳤다.
방향을 잘못 들어 한참을 헤매다가
(아마 더위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
드디어 다음 동네가 내려다보이는 지점.
태양이 잔뜩 화가 난 시각.
붉은 수건을 찾아 질주하는 투우 소처럼
오로지 카페를 찾아 직진한다.
카페가 있다고 지도에 큼지막하게 표기된 곳에 도착했는데...
폐쇄 중.
주변에 차가운 물 한 병 사마실 마트도 없음 ㅋ
OTL...
내친 김에 코임브라까지 쭉 걷겠다며 벤은 떠나가고
그늘이 잔뜩 드리운 카페 계단에 걸터앉아 신발부터 벗고 일단 휴식-
쉬어보지만
어차피 남은 건 도시의 남루한 뒤안에서 아스팔트를 딛고 오르막+내리막 반복하며
코임브라까지 이동하는 수 밖에.
이런 골목,
저런 골목,
아마도 산을 뚫어 낸 도로를 건너도록 연결하는 코스.
예측이 맞다.
마치 해방촌에서 남산터널 앞 좁은 육교 건너 남산 기슭으로 건너가듯
도로가 생기며 단절되었을 산마을 저편으로 건너가도록 급조된 시멘트 고가를 건넌다.
건너선 또 오르막,
더 오르막,
이게 끝이 아니다.
아직 오르막,
드디어 오르막길 끝이 보인다 싶을 때쯤...
왼쪽 노란벽 건물이 카페이긴 한데
마치 영등포, 대림동 어느 골목 선술집에 들어선 분위기였어서
그렇게나 절실했던 카페였지만 곧바로 퇴장.
대신 사람없는 작은 성당 뒷계단에 철푸덕 걸터 앉는다.
쓰레기 버리러 나오는 동네 사람들과 매번 어색한 눈인사를 나누면서.
그새 태양이 정점을 살짝 지났고,
저 아래로 펼쳐질 #코임브라 를 향해 다시 출발.
도시로 이어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생각보다 도시의 경계는 먼 듯 보이지 않고,
삭막하게도 저 아래로 고속도로와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고가가 슬쩍 보여 미리 긴장한다.
긴장이 긴장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말로 고속도로(?) 갓길로 걸어가도록 노란화살표가 이어진다... ;;
#실제상황
윗사진에서 봤던 그 고가를 정말 두 발로 가로질러,
저어기 보이는 중세 석조 아치교까지 걸어간다.
이렇게 도로 갓길을 따라서... ㅎㄷㄷ
차가 없지만 나도 모르게 어깨를 최대한 바짝 웅크리고,
뻣뻣한 발걸음을 옮긴다.
드디어 도시 외곽에 도착했다며 좋아했는데,
섣부른 환희.
물론 산타클라라가 지나면 코임브라에 닿는 건 맞지만
#광화문 까지 가야하는데 겨우 #영등포 에 도착했던 것.
좋아하기엔 갈길이 구만리였다. 아직...
도시를 부지런히 걸어...
아니, 끌다시피 기계적으로 몸을 움직였더니
드디어 이날 종착지, #코임브라 전경이 펼쳐진다.
#노란화살표 를 따라 내려가면
#산타클라라 에 서 있는 #코임브라 알베르게.
수도원을 개조한 곳인데 강을 건너야 #코임브라,
강 이편 오르막에 수도원 겸 알베르게가 있는 곳은 #산타클라라 이다.
하지만 벤을 비롯, 다른 친구들과
며칠 전 #또마르 에서 만난 한국인 동생이
강 건너편 코임브라 호스텔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담장 위로 강을 굽어보고 있는 산타클라라 왕비 동상에 인사만 하곤
강가로 계속 이동.
이 다리를 건너면 코임브라가 펼쳐지는 건데...
뭔가 어수선한 분위기.
경찰도 거리를 통제하는 듯 보이고,
이 난리통 무엇?
때는 5월.
아름다운 계절에,
그야말로 아름다운 #대학축제 가 절정을 치닫고 있었다.
다리 바로 앞에 들어앉은 호스텔 위치 덕에
밤새 쿵쾅거리는 소리에 잠을 설쳤지만,
생생한 축제 현장을 체감.
알고보니 이날이 축제 마지막날이었다.
그래서 모두들 술에 취해 길거리가 난장판이었지만,
그래서 분위기는 더 후끈-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내친 김에 코임브라에서 하루 쉬어가기로 하고,
한국인 동생과 하루종일 먹고 놀 물과 식량을 재어놨다.
쉬는 날, 빨래를 해다 널 겸
호스텔 옥상에 올라가보니
밤새 깨끗하게 정리된 도시-
밤에도 여전히 예쁜 코임브라 야경을 내려다보며
#까미노 를 끝낸 뒤,
친구나 가족들과 다시 여행오겠다고 결심.
하였으나, 때아닌 #코로나 에 당분간 모든 여행 계획 올스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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