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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까미노 14]
하루가 데려다주는 곳

포르투갈길 14일째. 코임브라 ~ 아나디아

by Roadtripper

2019.05.07 _ #포르투갈까미노 14th day


- 구간 : 코임브라 Coimbra ~ 아나디아 Anadia

- 거리 : 31km

- 난이도 : ★★★☆☆

- 숙소 : Centro Social de S. Jose (17유로)




역시 새벽 출발.

코임브라에 이틀 머무르며 하루를 통으로 쉬는 동안 보다 더 좋을 수 없을 만큼 날이 맑았고,
떠나는 날 딱 맞춰 아침부터 비가 추적댔지만 비 맞으며 시원하게 걸을 생각하니 그마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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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 시선 분산되기 좋은 대도시에서는
마치 #숨은그림찾기 하듯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집중해야
도시 곳곳에 숨듯 희미한 화살표가 겨우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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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이지만 오래된 #대학도시 여서 그런지

도시 전체에서 중후한 아우라가 뿜뿜- 하는 코임브라 도심을 즐겁게 걸어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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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으로 접어들어야하는데...
예고없이 공사판이 펼쳐진다.


그리고 붉은 펜스 앞 위태하게 선 표식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표식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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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텅 빈 도시 외곽 버스 정류장에 서서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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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ps.me #앱 을 열어 맨눈으로 지리를 읽으며 방향을 잡는다.

산티아고가 북쪽에 있으니 북쪽으로만 가면 어디에선가 이정표가 나타나겠지 생각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혼란스러운 찰나,

그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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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길에서 계속 마주쳤지만 존재를 모르고 있었던,


1년이 훌쩍 지난 며칠 전까지도

며칠 뒤 통과할 #알보르헤 에서 만났다고만 생각했던 크리스티나.


둘이 함께 철길을 가로지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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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외곽 버스정류장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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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노란 화살표와 조우.



+ 3.8km, @Rotunda 로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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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사이즈 창고형 마트 하나와
작은 카페 몇 개가 있던
전형적인 주택지역을 금방 벗어나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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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빗방울이 듣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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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지만 짧아 마냥 아쉬운 숲길을 지나고



+ 6.5km, @Cruce Ademia da Baixo 크루스 아데미아 다 바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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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마로 향하는 포르투갈 순례자 그룹과 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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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계속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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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작은 마을들을 지나는 터라 줄곧 아스팔트길이 이어진다.
이런 굴다리도 지나고.



+ 10km, @Trouxemil 트로우세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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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까지처럼 하늘이 파랬으면 풍경이 확연히 달랐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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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잔뜩 낀 하늘 아래,
오래되고 낡은 소도시는 우중충해 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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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이 물 튀기며 질주하는 N-1 고속도로 갓길을 걸어



+ 13km, @Santa Luzia #산타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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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화살표는 왼쪽으로 커브 돌아 산으로 올라가라지만
제법 거세진 비 맞으며 한참이나 아스팔트를 걸었던 우리는
저편 까페에 잠시 들러 쉬기로.

이후 산길이라 걱정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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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나와보니 정상까지 비탈이 심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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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기분좋은 #유칼립투스 숲이 펼쳐진다.


게다가 정상에 닿았으니 한동안은 평지를 걸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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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려 서늘하고 낮은 기온 속에
더 청량하게 번지는 유칼립투스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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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한 시간,
4km여를 타닥타닥 빗소리에 발 맞춰 기분좋게 걸었더니



+17km, @Mala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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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이름이 이랬었구나.
말라...

스페인에서 나쁜 애, 나쁜 놈, 욕할 때 사용 가능하다는 꿀팁. (단 상대가 여자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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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동네로 들어서니 빗줄기가 더 거세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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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둥바둥 걷기보단
서울에서 비 내리는 날 카페에 앉아 멍 때리던 놀이하던 생각이 나
근처 팬시해 보이는 카페에 잠깐 멈춤.

이날 가이드북이 권했던 종착지,

#메알하다 까지 5km 남짓 남았던 상황이라

크리스티나를 먼저 보낸다.


안녕, 난 좀 놀다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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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동네 카페에서 놀다 나왔더니
그새 거세던 빗줄기는 기세를 잃었고,
올리브나무 가득한 이스라엘 중부 고원지대에 비가 내리는 듯한...
참 묘한 분위기 속에
능선이 부드러운 구릉을 걷는다.



+ 18km, @Lendiosa #렌디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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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도 뭣도 없이 의자만 두개 덩그러니 있지만
명백한 버스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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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ning!
#리스본 ~ #포르토 사이 포르투갈 시골길을 걸을 땐,

유독 이렇게 작고, 연한 갈색 껍질을 가진 달팽이가 많이 눈에 띄어요.

혹시 비라도 내리는 날에 걷는다면, 특히 발밑을 주의하세요!



가급적 얘네를 밟지 않고 걸으려고 노력했는데

잠시 무심하게 걷다

딱- 하며 껍질 깨지는 소리가 발 밑에서 들려오면...

그때의 소름과 미안함이란...ㅜ.ㅜ




+ 20km, @Vimjeira #비메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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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1km, @Mealjada #메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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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날의 종착지,

#메알하다 에 진입.


줄곧 30km 넘는 장거리를 걷다 모처럼 이렇게 짧은 코스라니.

보너스로 반나절을 득템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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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알하다소방서 로 먼저 가, 숙박 여부를 묻는다.


가능은 한데,

파티마로 향하는 포르투갈 사람들이 이미 자릴 선점했다고.


Tip.

신심 깊은 카톨릭 국가, 포르투갈. 1917년 5월 13일 파티마에서 양치던 어린 목동들 앞에 성모가 처음 발현한 이후, 이날은 국가적 명절이 되었다. 이후 매년 5월 언저리에는 많~은 포르투갈 사람들이 자기가 사는 곳에서부터 파티마까지 걸어 순례하는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다.

걸어 파티에 닿으면 생추어리에서 참배? 하고 대개는 대중교통으로, 간혹은 픽업하러 온 가족들의 차를 타고 돌아가는데 극히 일부는 집까지 다시 걸어서 돌아가기도 한다고.


+ 사족

리스본에서부터 함께 걸었던 성당 사람들도 그렇고 파티마로 향하는 포르투갈 순례자들은 공사장에서나 입을 법한 노란 형광 조끼들을 어떻게 구해 입나 궁금했는데, 대형마트 한켠에 형광 조끼류를 잔뜩 쌓아두고 판매한다. 파티마 순례가 연중행사인 포르투갈에서는 공사장 조끼가 중요한 생활용품 중 하나이고, 티비 뉴스에서는 하루에도 여러차례 전국 곳곳 순례 현장을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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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슬그머니 비가 그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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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컴컴한 도시 구석구석을 헤매며 숙소를 찾았지만
모두 Full이다.

이미 몇 개월 전에 이미 예약이 끝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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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한시간 쯤 일찍 메알하다에 도착한 크리스티나는
어느 카페 2층에 방을 구했다며 함께 자자고 메세지를 보내왔지만
왠지 그러긴 싫어서 다음 도시까지 가기로 한다.


새끼 통돼지 구이, #레이타옹 으로 유명한 메알하다에 왔으니

저녁엔 크리스티나와 함께 레이타옹 정식을 먹어야지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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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 포기하고, 도시를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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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에서 메알하다로 걸어오는 포르투갈 순례자들을 지나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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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갓길을 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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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5km, @Aguim #아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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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 모호해진 화살표 행방에 길도 좀 헤매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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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에속 도로 갓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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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이 쌩- 지나가면 잠깐씩 호흡을 참으며 걷다보니
드디어 다음 도시 입구에 다다른다.


+ 31km, @Anaida #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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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유치원, 양로원 등이 들어선 시설 옥탑층에
이렇게 넓은 홀이 있다.

남/녀 샤워실도 구분되어 딱히 불편하진 않았으나
바닥에 매트리스만 펼쳐진 방에
이미 가득 자리잡은 포르투갈 사람들.

겨우 한자리 얻어 안도...하다가
너무 배가 고파 얼른 샤워만 하곤 동네로 마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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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오후 6시쯤이지만,

#스페인 #포르투갈 에서 저녁 먹기엔 너무 이른 시각.


할 수 없이 동네 바에 들어가 와인 마시며 놀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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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부녀 저녁 식사에 초대받았다.

그런데... 채소가 1도 없다.
삶아 기름에 볶은 파스타, 구운 돼지고기, 계란 후라이... ㅎㄷㄷ

그야말로 칼로리 폭탄 ;;

고맙지만 너무 피곤해 배고프지 않다며 극구 사양하곤
맛있는 포르투갈 화이트 와인을 몇 잔인가 더 마시며
상냥한 주인과,
바에 놀러온 손님들과 누구랄 것없이 함께 얘기하며 앉았으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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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를 잔뜩 썰어넣고 토마토 소스로 볶은 파스타를 대접한다.

감동 ;;


계획이 어긋나고 꼬여 계획에도 없던 이 작은 동네에까지 어찌어찌 왔는데

이곳에서 좋은 사람들 만나 따뜻한 저녁 대접 받으려고 그랬나 싶은, 셀프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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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더 놀다 숙소 소등시간에 맞춰 들어가려고 일어섰는데
결국 파스타 값은 받지 않았다.
그냥 대접한 거라고.

결국 바 주인과 페친이 되었다.
그녀가 새 칵테일을 공개할 때마다 라이크를 꼭꼭 눌러주는.


언젠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날,

아나디아에 다시 오라고 꼬득이는 그녀에게 매번 강한 긍정으로 화답하며 사는 요즘.

그저 그런 일상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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