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까미노 15. 아나디아 ~ 아게다
- 구간 : 아나디아 Anadia ~ 아게다 Águeda
- 거리 : 17.4km
- 난이도 : ★★☆☆☆
- 숙소 : Albergue de Peregrinos Santo António de Águeda (12유로)
30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 잔 공동 숙소에서 혹시 방해될 세라
침낭만 챙기면 되도록 전날, 모든 짐을 싸두고 잠들었다.
빛은 커녕 암흑 천지인 이른 새벽에 일어나
오롯이 비상구 초록형광등 불빛에 의지해 밖으로 나와선
기꺼이 자릴 내어준 수녀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도네이션 박스에 10유로짜리 지폐 한장을 넣고 길로 나선다.
일찌감치 마을을 벗어나고 싶었는데 문제 발생.
가로등은 있지만 그저 캄캄한 골목에서...
도무지 노란 화살표가 뵈질 않는 거다.
아이폰 라이트를 켜고 골목 이끝과 저끝을 오가며 살피는 데도 뵈지 않음.
알고 보니 아나이다 도심은 #까미노루트 에서 비켜나 있다.
그저 스쳐지나는 작은 마을이라 마을 외곽을 스치듯 지나가는 정도인데
전날 숙소가 없어 꾸역꾸역 8km 더 걸어온 마을에서 화살표를 찾으니 없었던 것;
결국 다시 오프라인 gps 열고
다음 도시가 있는 방향으로 골목골목을 돌아나간다.
마을을 벗어나고, 다음 마을 외곽쯤 닿으니 그제서야 화살표 등장.
큰 도시에 들고 날 때는 으레 그렇지만
이 지역도 코임브라 바운더리여서
#고속도로 #공장단지 등을 통과하고,
묘하게도 숲과 공장이 교차하며 들어선 지역을 걷고 있지만
이른 아침부터 내리는 비에 젖고,
바람결에 숲에서 날아오는 #유칼립투스 향 맡으며 자동 아로마테라피 각.
공장지대가 끝나는가 싶더니 곧 넓은 공동묘지가 펼쳐진다.
한 마을이 시작된다는 사인.
아직 깨어나지들 않았는지 고요한 아침 거리를 걸어
마을 중심으로 접근하니 그제서야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동네 사람은 아니고,
이들 역시 #파티마 로 향하는 #포르투갈순례자 .
쌓인 세월이 고스란히 보이는 남루한 포르투갈 중부 소도시.
우루루 단체로 걷는 순례그룹을 보니
리스본에서부터 5일간 함께 먹고, 자며 함께 걸었던 사람들이 급 떠오른다.
파티마에서 헤어진 지 십여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침 저녁으로 와츠앱 단톡방에서 안부를 물어오며
잘 걷고 있는지,
포르투갈에서 힘든 점은 없는지 상황을 체크해주던 착한 사람들.
동네 사람들은 여전히 눈에 띄지 않고,
길게 직선으로 이어지던 이 골목을 걷는 동안
저 흰차가 몇 번이나 서다 가다를 반복하길래
짐짓 경계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아침 빵을 배달하던 차였다.
큰 도시에서 비교적 떨어져 있고, 큰 마트가 없는 동네여서 그런지
베이커가 새벽같이 빵을 굽고,
그 따끈따끈 + 고소한 냄새 솔솔 풍기는 빵을 차에 가득 싣고 다니며
집집마다 배달하는 시스템.
일상이었는지,
현관문에 우유 배달 주머니를 매달아 두듯
이 골목 집들 대문 문고리에는 빵을 담으라는 비닐이 더러 걸려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시각장애인 아저씨가 혼자 사는 집이었는지,
베이커가 빵을 들고 그집 벨을 누르니
천천히 문을 열고 나온 아저씨 손을 베이커가 살짝 잡으며 인사를 하곤,
손에 빵 봉투를 쥐어주었다.
둘이 서서 몇 마디 주고받으며 인사를 하는가 싶더니
아저씨는 손으로 대문을 더듬으며 천천히 돌아서서 들어갔고,
베이커는 밖에 서서 대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나기를 기다렸다가 그제서야 차에 타고,
다시 배달을 시작했다.
그건 아마도 포르투갈스러운 정.
스페인과 매우 비슷하지만,
한편으론 매우 다른 이 나라가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른 시각,
빵을 배달하던 차가 지나간 뒤론 여전히 길에 아무도 없다.
문을 연 카페도 없고 ;;
사실 화장실이 급해 3km쯤 전부터
문 연 카페가 있는지 계속 주위를 살폈는데
정말 아무데도 갈 곳이 없다.
그러다 지도에 표기된 작은 교회 건물이 있길래 (사진 속, 나무 뒤 빨간 지붕)
후다닥 달려갔는데...
성소만 딱 하나 있는 작은 건물.
그나마도 철창살로 입구가 봉쇄된 상태.
난감하던 차(순간)에, 차(자동차)가 한대 지나간다.
염치불구 차를 세워 운전하던 여자에게
"쎄르비시오스, 뽈 빠보르 (화장실 좀)" 했더니
3초쯤 생각하더니 자길 따라오라고.
왔던 곳을 뒤돌아 100m쯤 가니
아까 지나쳐온 와이너리 겸 레스토랑 벨을 누르곤
안에서 나온 남자를 시켜 화장실로 안내받았다.
알고보니 이 와이너리 안주인.
호텔급 화장실을 사용하고, 명함까지 챙겨 나옴.
정말 좋은 사람들이라며 혼자 이생각저생각하며 걷다
손에 쥐고 있던,
포르투갈 가기 직전 막 개통한 따끈따끈한 아이폰x를
길가 진흙탕에 85%쯤 잠수시키곤
그거 줍느라 또 팔과 다리에 진흙칠 ;;
아이폰과 옷에 묻은 진흙을 닦느라 입고 있던 우비까지 벗어 길가에 걸어두고 아주 난리통이다.
며칠간 뜨거운 태양 아래서 삐질삐질 땀 흘리며
오르막내리막을 반복하며 용을 썼는데
모처럼 선선한 날, 길마저 평탄하니 긴장이 풀린 터였다.
이래서 적당한 스트레스와 긴장은 필요하다는 교훈을 또 엉뚱하게 습득 ;
여전히 조용한 다음 마을...
카페도 문 닫힌 상태.
결국 커피 한 잔 못 마신 채 동네를 벗어난다.
삭막하다 싶은 굴다리를 지나
저 길 끝에 닿으면,
갑자기 펼쳐지는 큰~ 원형 로터리.
거대한 #공장지대 의 서막.
무려 3.5km를 고속도로 갓길로,
전력질주하는 트럭들과 함께 걷는 고난이도 구간.
keep going... via an industrial zone -o-
드디어 문 연 카페 발견 T.T
30분을 앉아 쉬며 이때 역시 #빠나셰
지구의 내밀한 단면을 보는 듯한 동시에
인간의 파괴력이 동시에 느껴지는 길을 통과해
이날 종착지, #아게다 거의 진입.
길 맞은 편에 정차한 용달 트럭도 #포르투갈순례자 지원 차량인 듯.
선명한 #까미노싸인 을 따라서
깨나 큰 공원을 통과하며
도시 사이즈를 짐작해본다.
#아게다강 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넘으면
저편으로 펼쳐지는 #아게다 도심.
알베르게로 곧장 가기로 방향을 잡는데
생각보다 먼 듯한 기분.
........
@Albergue de Peregrinos Santo António de Águeda #산안토니오알베르게
종일 평지와 내리막을 편안하게 걸었는데,
아게다 도착해서부터 알베르게까지 1.1km 구간만
난데없이 급 오르막.
그리고 알베르게가 도시 외곽에 있다는 걸 미처 몰랐었다...
사립이지만 아게다에는 공식 알베르게가 없어
많은, 아니 거의 모든 순례자가 이곳에 머무른다.
시설도 훌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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