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까미노 17. 알베르가리아 아 노바 ~ 상호앙 데 마데이라
도시에서 길을 잃는 이유
• 구간 : 알베르가리아 아 노바 Albergaria a Nova - 상 호앙 데 마데이라 São João da Madeira
• 거리 : 24.1km
• 난이도 : ★★★☆☆
• 비용 : 카페 2 점심 5.10(산티아고 페) 저녁 13.45 숙소 30
• 숙소 : Residencial Solar Sao Joao +351-256-202-540 (30유로)
전날 저녁, 신나게 쏟아지던 굵은 빗줄기는 그쳤지만
여전히 그치지 않는 빗속으로 나간다.
또 알베르게에서 1등 출발.
더위 보다는 수면 부족을 택할 만큼 더운 게 부담스럽다. ㅜ.ㅡ
게다가 13kg이나 되는 배낭을 달팽이처럼 짊어지고 종일 걸어야하다니;
두 번 생각해도 더위보단 수면 부족.
국도변에 위치한 알베르게에서 잔 터라
알베르게에서 나와 몇 걸음 걸으면 아스팔트 블록도 없어지고
곧바로 국도변 갓길 걷기 모드.
#존브라이어리가이드북 및 어플에도 #브란카 에는 알베르게가 없었지만,
걷다 보니 까미노 루트에 버젓하게 자리잡은 신축 알베르게.
'이런 곳이 있구나' 하며 가볍게 스쳐지났는데
물론 이때만 해도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정확하게 보름 뒤.
굳이 이 알베르게를 찾아오려고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에서부터 기차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이 작은 마을 브란카로 다시 되돌아오게 될 줄은.
골목을 벗어나면 곧바로 철길.
철도 옆으로 나란히 난 길이 정말 #까미노루트다.
그래도 이 정도는 다행.
갑자기 기차가 오면 어디 도망갈 수도 없도록 펜스로 막힌 이곳에선 정말 식겁했다.
70m쯤 되는 폭 좁은 철길 옆을 걸으려니 어찌나 무섭던지.
기차 오기 전 통과하려고 젖은 자갈길을 달렸더니 신발은 젖고, 우비엔 흙탕물 범벅..;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었는지 철길 옆으로 홈이 팼다.
길은 다시 마을 안쪽으로 이어진다.
다시 철길을 넘어 다음 마을, @삐네이로 다 벰포스타
문 연 동네 까페를 발견하곤 들어가
당연히 #커피 ,
그리고 겁도 없이 아침부터 #초컬릿케이크 를 주문한다.
걷는 한달 간 마치 몸으로부터 면죄부라도 받은 양
탄수화물, 지방 가리지 않고 먹어댄다.
'먹어야 힘이 나지.' 스스로 위안하지만,
그리고 사실 먹고 나면 정말 발걸음에 힘이 실리지만,
막상 까미노가 끝나면 엄청난 후폭풍을 부른다.
더 이상 걷지는 않는데,
한달간 제대로 적응한 초컬릿과 탄수화물을 단번에 멀리하기는 어렵고. ;
((실제로 작년 7월 한국에 돌아온 후 9월부터 제대로 폭발한 요요로 고통받다가, 이제 겨우 뭔가 진정 국면에 들고 있다. ;))
그새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어둑어둑한 하늘.
길은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프랑스길 이든 #포르투갈길 이든 거의 직선으로 나아가는 까미노에서
저렇게 큰 구조물 (또는 자연지형물) 로 향하도록 화살표가 향한다면
그곳을 통과할 확률 95퍼센트 쯤.
아니나다를까 육교를 건너서 까미노가 이어진다.
비 내리고 흐려 어두컴컴한 날.
색이 바랜 화살표를 놓치지 않으려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마을 구도심이 통으로 #역사지구 로 선정된 #벰포스타
다시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노란 화살표 끝으로
폭 넓은 차선과 원형 로터리가 눈에 들어온다.
물론, 그곳을 건너도록 화살표는 이어지고.
마치 입체 #숨은그림찾기 라도 하듯 주위를 둘러보고
마을 외곽 골목으로 걸으려니
또 나타나는 #철길 건널목.
이날 걷게될 코스 지도를 펼쳐보면
그날 걷게 될 길의 컨디션과 주변 풍경이 대략 그려진다.
지도에 초록색이 많으니 주위에 산이 있고, 나무가 풍부하겠지만
주황색 점선으로 표시되는 #까미노루트 는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국도와 거의 나란히 이어진다.
마을과 도로를 많이 지날 거라는 얘기.
마을과 도로를 지나려면 일단 #아스팔트 를 각오해야 한다.
그리고 아스팔트로 지나가는 까미노 루트가
끊임없이 철길과 교차하거나 나란히 놓여 있다.
철도 옆으로 걷거나 종일 몇 번이나 철길 건널목을 넘을 거라는 얘기.
전체적으로 그리 자연친화적인 코스는 아닐 것이다.
이곳이 어디였는지 주변 풍경이 가물거려 구글맵을 돌렸더니
정확하게 같은 풍경.
반가워라..
이곳 역시 마찬가지.
구글에서 찾고나니
사진으로, 단편으로만 남았던 길 풍경이
마치 영상을 보듯 입체로 구현된다.
다시 #철길 .
심지어 굴다리 밑으로 이어지는.
밭 사이에 덩그러니
하지만 도로 상태는 잘 보존된 중세시대 다리를 지나
한번 더 철길을 건너며
아침부터 이어졌던 고만고만한 마을들을 거의 통과했고
이제는 #마을 수준을 벗어나
제법 #도시 반열에 드는 #올리베이라 로 향하는 오르막.
도시 중간에 선 성당 마당에 서서 구름 잔뜩 낀 시내를 향했는데,
정작 성당 사진은 실종..;
다시 오르막.
이날 고도표는 이렇다.
줄곧 오르막이면 미리 맘 먹고 준비를 하거나,
줄곧 내리막이면 아예 맘 편히 걸을 텐데
온종일 오르막내리막을 반복한다.
그나마도 급격히 내려가거나 올라가는 구간도 포함된다 ;
그중에서도 지금 통과하는 도시 #올리베이라 는
도시를 통과하는 내내 오르막을 오르다
정점을 한번 찍고, 산을 내려오며 도시 경계가 끝난다.
이 부근이 아마 도시에서 가장 높은 지점
내리막이 시작되며 천천히 도시를 벗어난다.
이젠 안 보이면 섭섭한 철길을 다시 한 번 건너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화살표는 이어지지만
갑자기 등장한 50m 뒤 카페 표기에 급 쉬어가기로 결정.
저 빨간 플래카드에 잘 보면
점심 4.5유로라고 ;
아직(!) 12시 언저리였지만
포르투갈, 스페인 기준 점심/저녁 식사시간이 오후 3시/9시 언저리인 걸 감안하면
좀 많이 이른 런치.
사람없는 작은 마을 조용한 골목에서
밥 먹고 한시간을 멍하니 앉아 있다가
이제 두어시간 뒤면 닿을 최종 목적지를 향해 다시 출발.
꼬불꼬불 중세 골목을 통과해 걸으려니
오락가락하던 비도 그치고
드디어 하늘이 쨍하니 갰다.
드러난 푸른 하늘에 기분 좋지만,
뜨거운 해와 더불어 치솟을 기온 역시 감당해야 할 타이밍.
뜨거워질 태양을 생각하니 지레 지치려던 찰나,
길에서 득템.
물 통 한병 옆구리에 끼고 터덜터덜 걸으려니
조용한 주택가 골목에 불쑥 나타난 아주머니.
팔에 바구니를 끼고 뭐라뭐라하길래
정신이 이상한 사람인가- 살짝 긴장하며 경계했는데
잘 들어보니... 어색하지만 영어였다.
자기는 걸을 수 없어 대신 순례자들을 응원한다며
저 패치워크를 하나 손에 쥐어준다.
#포르투갈 .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인심 좋고, 정이 많은 건가요 대체. 왜?
몇 걸음 걷다 돌아보니 여전히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지
다시 웃으며 손 흔드시는 아주머니...
#포르투갈까미노 시작한 이후 처음 혼자 걷게 되는 날이라
어쩐지 지치고 기운 없었는데
갑자기 발끝에서부터 에너지가 다시 솟는 기분이다.
지도에 아주 짧게 숲길 통과 구간이 있어 좋아했는데
나란히 놓인 철길이 한번 더 지나간다.
다시 한번 나타나는 중세시대 돌다리를 건너면
이제 종착지 #상호앙데마데이라 까지 내내 오르막 예정.
중세시대 다리를 건넌 이후 3km쯤 꾸준히 오르막을 올랐고,
이제 마데이라를 향해 급 오르막을 앞둔 시점.
이날 처음으로 다른 순례자가 나타났다.
수다스러웠던 남아공 아주머니와
까미노를 7번 걸었다는 조 아저씨.
가장 힘든 코스를 함께 통과할 사람이 있어 다행..
이날 종일 철도를 몇 번이나 건넜을까...? ;
드넓은 야외 주차장과 대형할인마트 창고를 통과해
드디어 #상호앙다마데이라 언저리에 도착했다.
유럽풍 혹은 포르투갈 전통 양식 건축이 남은 중후한 도시가 아니고
정말 모던한, 서울에 돌아온 듯 쨍한 쇼핑콤플렉스 건물이 반가웠던 곳.
자연이 좋고, 시골이 좋지만...
도시에 대한 애정과 익숙함을 뜻하지 않게 이곳에서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정말 말 그대로 #도시 이지만
이곳 역시 #공립알베르게 가 없다.
길게 뻗은 신시가를 통과하며 #소방서 라도 찾아볼까 했지만
#구시가 광장 중간에 떡하니 자리잡은 저 호텔을 보는 순간...
#까미노 건 #순례자 건 뭐건 다 포기하고
이날만은 호텔에 혼자, 편안하게 자기로 결정.
볕 좋고 바람 살랑이는 5월 포르투갈 공기를 만끽하며
떡하니 창틀에 신발 올려 신발도 건조시키며
셀프 해피엔딩으로 급조한 하루를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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