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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까미노 18] 어서와, 포르투엔 몇 번째야?

포르투갈 까미노 18. 상호앙 데 마데이라 ~ 포르투

by Roadtripper

어서와, 포르토엔 몇 번째야

2019.05.11 _ 18th day


• 구간 : 상 호앙 다 마데이라 São João da Madeira - 포르토 Porto

• 거리 : 35.8km

• 난이도 : ★★★☆☆

• 비용 : Cafe 1.3 파나셰 + 0.8 panache 점심 버스 2.6 숙박 18

• 숙소 : Cool Hostel (17유로)



드디어 포르토가 코앞.


35.8km면 거리를 쪼개 이틀간 나눠서 걷거나

어쩌면 하루만에도 도착할 수 있는 거리.


가급적 하루 20km 언저리로 걷자는 주의여서

첫 계획은 물론 이틀간 걷고 포르토에는 내일 도착할 생각이지만

출발 전 계획은 그리 의미 없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지 않나.



해도 뜨지 않은 깜깜한 새벽에 출발하기 일쑤였는데

모처럼 #알베르게 아닌 곳에서,

호텔급 펜션에서 묵은 기념으로 충분히 자고 일어나

브런치까지 하고 나오니 출발 시각 오전 9시쯤.


세상은 물론 환하고,

아마도 #포르투갈까미노 시작한 이래 가장 늦은 출발.




+ 0km, @São João da Madeira

늦었다 싶게 나왔지만 거리는 여전히 조용.

상가가 많은 도시 중심가여서 그랬을 테지만

그래도 시골이었음 이미 소와 양떼들이 들판을 누비며 아침 먹을 시각-


역시 도시는 시골보다 게으른 걸까?


#존브라이어리 #가이드북 추천 코스는 이렇다.


마데이라에서부터 포르토까지 하루 일정으로 잡아두었고,

큰 도시에서 더 큰 도시로 이동하는 날이니

지역을 관통하는 국도를 따라 #까미노루트 가 이어지고,

맵에도 초록이 그닥 보이지 않는다.

산길, 들길, 풀밭길 보다 아스팔트 밟는 시간이 많을 거라는 얘기.


아마 지금껏 보아왔던 포르투갈 중남부의 호젓한 자연보다는

도시 외곽 주택가, 트럭과 차들이 질주하는 N-1 국도를 따라 걸을 것이다.


물론 직선으로만 걷진 않을 것이다.

국도 양옆을 오가며 좌우에 들어선 크고 작은 동네, 골목길을 샅샅이 들르도록

화살표를 이리저리 걸쳐놓지 않을까 짐작한다.


개인적으로는 난항이 예상되지만 어쨌든 출발.



구도심 중심가 호텔,

그것도 까미노 루트가 지나가는 길가에 위치한 곳에서 잔 터라

호텔 옆길로 곧장 걷기만 하면 된다.


얼마 걷지 않아 화살표는 도시 외곽으로 안내하고,,,




+ 1.8km, @Arrifana #아리파나


고도가 깨나 높아진 다음 마을, 아리파나.


이미 해가 드는 길을 걸으려니 벌써 땀이 삐질 솟지만

점점 더 더워질 것이니 그나마 오전에 가급적, 부지런히 걸어두어야 한다.


외곽에서

더 외곽으로

이어지는 #화살표 .




+ 3.8km, @Escapães

아직 #포르토 까지도 가지 않았는데

벌써 산티아고라니 ㅋ


더 외곽으로 화살표가 이어지고,

사진으론 잘 구분되지 않지만

사진상 저 끝까지 까미노 루트는 쭈욱 이어지고

쭈욱 오르막이다. ;


사진 끝지점에 왔더니

다시 한번 무단횡단 권유하는 화살표.


#포르투갈까미노 를 걷다보면

하루에 한두어 차례 무단횡단은 기본.

많을 때는 서너차례 건너뛰기도 하고,

깨나 폭 넓은 국도를 가로질러야 하기도 한다.


그중 압권은 아마도 13일째 걷던 날,

#코임브라 5km 지점에서 아예 고속도로 갓길로 연결되던 화살표를 따라 걷던 순간.



아스팔트를 걷고 싶지 않거나

차도 갓길로 걷기 무섭다면 그전 마을에서 버스로 이동하기를 권함 ;



그리고 마을에서 다음 마을로 이동하기까지

쭉 뻗은 국도변 옆 아스팔트 블록을 걷는다.


3km에 가깝도록 찻길 옆을 따라 걷다보면

이번엔 보도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정말 갓길.


+ 7.5km, @Malaposta #말라포스타


그리고 다음 마을에 닿는다.

#포르토 라는 큰 도시에 인접한 지역이니

지금부터 포르토까지는 아마 거의 이런 길일 것이다.


도시를 향해 여러 방향에서 국도와 고속도로가 이어지고,

보이는 풍경이라고는 집, 상가, 공장 등이 대부분일 테고.


간간이 공사장도 보인다. 역시.


한참 찻길 옆을 따라 걷다보니 드디어 눈에 띄는 레스토랑 광고판.


빵 + 잼이나 버터 / 주스나 차 / 커피 = 1.9유로.


스페인에 비하면 확실히 물가가 저렴하다.

스페인이었음 3~4유로 가량 했을 텐데.


뜬금 팁이지만,

그리고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알 테지만,

포르투갈에선 빵이 맛있다.


우리가 지칭하는 이름 '빵' 어원도 포르투갈어 pão(빵) 으로 알고 있다.

같은 라틴어에 뿌리를 둔 민족들 역시 비슷한 단어를 쓰고 있고.

가령 스페인어로는 빵 Pan, 프랑스에서는 Pain 으로 쓴다.


포르투갈 수퍼마켓 체인 '핑고 도세 Pingo Doce' 같은 곳에 가면

빵 코너에서 판매하는 종류도 워낙 많고 다양하지만

심지어 번들로 몇 개씩 넣어 파는 기본 빵도 맛있다.

5-6개 넣어 파는 가격이 0.7유로 정도.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한 두 나라.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생활만 놓고 봤을 때

많은 측면에서 비슷하지만 또 의외로 다른 면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빵'의 퀄러티 차이.


스페인 마트에도 바게트 종류가 다양하고 퀄러티에 따라 가격이 나눠지지만

2유로 넘는 바게트를 주문해도

포르투갈 마트에서 대여섯개 번들로 파는 빵보다는... ;;



또 한가지 차이는 '쌀'

까미노를 걷다 길가 아무 레스토랑이나 들어가 #순례자메뉴 를 주문하면 한눈에 비교된다.


고기나 생선 등이 메인 메뉴인 건 기본,

샐러드, 감자튀김 등이 사이드로 제공되는데

포르투갈엔 그에 더해 밥이 꼭 나온다.


#안남미 라고 부르는 #인디카쌀 이라 포슬포슬하지만

그래도 늘 쌀을 먹어서였을까,

포르투갈을 걸을 때는 한국 음식에 대한 갈증이 덜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초반이어서 그렇기도 했을 테고.


그리고 포르투갈 국경마을 #발렌사 에서 국경을 건너는 순간,

스페인 첫마을부터는 굳이 리조또를 주문하지 않으면 쌀 구경하기 어렵다.




곧 커피라도 한 잔 마실 수 있겠거니 하며 다시 걷는다.


보기엔 황폐하고 정비되지 않은 돌이 뒹구는데

고대 로만로드Roman Road 라고.


이어지는 고대 로마식 돌길.


딱 쉬어가고 싶을 때쯤 카페가 하나 나타났지만

왠지... 멈추기엔 어중간한 듯해 스킵.


멈추지 않고 걷는다.


까미노를 걷다보면 곳곳에 이런 길이 많다.


마차가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폭에

길가 가장자리엔 넓고 평평한 박석이 깔려 있고,

내부에는 그리 고르지 않은

들쭉날쭉 돌들이 박혀

황폐하다 싶은데 왜 이대로 뒀을까 싶은.


로마제국이 번성했던 몇 천 년 전.

유럽은 물론 지중해 너머 아프리카 땅에까지 진출했던 로마는

드넓은 영역에 식민지를 개척했고 ,

현지 문화와 사람들을 적극 수용하면서 오히려 로마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다는데

까미노에도 그 흔적이 남았다.


유럽 각지, 구석구석에까지 닿을 수 있고

또 그곳으로부터 로마에 접근하기도 편하도록 길을 닦아놓은 것.


매캐한 화학약품 잔뜩 섞어

아주 잘 다져둔 아스팔트 밟고 사는 우리는 모르겠지만

문명의 손길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영역에서

먼지 날리는 흙길, 아니면 걸쭉한 진흙밟고 다니곤 그 시절 사람들에게 이 로만 로드는

아마 최고 퀄러티 인간의 문명 중 하나 아니었을까.


이렇게 남은 흔적이 로만로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을 어릴 때부터도 들어왔지만

그저 그런, 있는 말이려니 하다가

까미노를 여기저기 걸어보고서야 실감했다.


그저 여행이나 출장으로 유럽에 갔을 때는

중세, 근대를 거쳐 현재에 이룩된 문명 내에서만 움직였지

정말 옛길을 걸어볼 기회는 없었으니까.


관광과 까미노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스페인 정부에서는

까미노가 재활성화된 1990년대 이후 이렇게 버려진 길들을 정비하고 있고

간혹은 로만 로드라는 표식을 세우기도 하지만

이제 까미노 비즈니스에 눈 뜨기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포르투갈에서는

아직 원형 그대로(?) 방치된 길이 대부분이다.



로만 로드가 끝나는 곳에 산과 마을을 잇는 아스팔트 도로가 지나고,

그 옆엔 새로 들어선 듯한 공장.


그리고 공장지대가 끝나면 다시 옛길이 이어진다.




+ 9.3km, @Souto Redondo #소우토레돈도


정오에 가까운 시각.


뜨거운 포르투갈 태양은 제대로 끓기 시작하고,


외곽 소도시를 가로지르는 황량하고 단조로운 길에는


태양을 가릴 그늘이 조금도 없다 , ;;


더위에 쫓기지 않는 계절이었다면

좀더 느긋하고 수월하게 걸으면서


남의 나라 평범한 주택가를 기웃기웃 구경했을 텐데

마치 쫓기듯 걸음을 서두른다.




+ 11.3km, @Ferradal #페라달

넓은 유칼립투스 숲 주변을 에둘러 길이 났나 싶었는데,

저만큼이라도 유칼립투스가 남아 있어 다행.


한국이었음 아마 저 자리에도 뭔가 들어섰겠지.

'모퉁이까페' 내지 '모퉁이밥집' 류의 간판을 내걸고.



햇볕은 쨍쨍-


걷는 사람은 나 하나 ㅋ


붉게 익어가기 시작한다.

얼굴도, 두피도.




+ 13.2km, @Bolhão #볼량


이 골목 저 골목 뱅뱅 돌며 주택가 사이를 망연자실 걷다보니

시야가 확 틔는 도로가 길게 펼쳐지는 볼량 Bolhão.


#포르토 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볼량시장 .

그 볼량과 같은 단어다.


아마 이 길을 따라 걷기만 하면 #포르토 에 곧장 닿을 것이다.


까미노루트는 그 사이 크고 작은 동네들을 두루 들르도록

이리저리 지그재그로 연결되겠지만.



포르토를 향해 쭉 뻗은 국도를 따라가도록 화살표가 이어지고


길을 한번 건너도록 지시하더니

건너편 골목을 가리키는 화살표.


골목으로 들어가 요리조리 동네를 한바퀴 돌고


까미노 루트를 설정했던 포르투갈 공무원들 의도를 이제 제개로 파악한 걸까, 나는.


예상했듯 다시 큰길로 연결된다.


+ 15km, @Vergada #베르가다

1km쯤 더 걸으니

다시 한 번 반대편을 가리키는 화살표.


그리곤 꼬불꼬불 골목 탐방이 다시 시작된다.


도시와 도시를 잇는 중간 마을들이라

아름답거나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곳들은 아니다.


소박하고

어쩌면 남루한 골목길.

더러는 길가 담벼락에 빨래를 내다 널었고


까미노 루트가 아니었으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평범한 외곽 동네.


걸었던 길을 잊지 않으려고

가급적 자세히 이곳저곳 사진을 찍으며 걸으려니


더위를 피해 골목 그늘에 나앉은 일가족이 그들 사진도 찍어달라고.


동남아와 달랐던 건,

"1달러"를 요구하진 않았다.

"1유로"를 요구하지도 않았고.


어딘지도 모르겠는 골목길을 미로찾기하듯 이리저리 걸었는데

어느덧 정돈된(?) 주택가.



포르토에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구나 싶다.



+ 20.5km, @Grijó #그리조

좀 정리된 듯한 주택가 외곽으로 접어든 뒤

10분 남짓 더 걸었을까.


모처럼 제법 커보이는 동네가 시작된다.



파란색 #아줄레주 타일로 외벽을 장식한

작은 예배당을 지나고


화살표를 따라 골목길을 걸어가면


따란-

노란색 페인트로 칠한 외벽이 돋보이는 #그리조알베르게 .


하루에 35km는 무리라며,

오늘은 이곳에 묵어야지 내심 점찍어둔 곳이다.


하지만 막연하게 뭔가 맘에 들지 않았나보다.

- 차가 오가는 길가에 들어선 알베르게라니.

- 좀 작은 것 같은데?

- 멈추기엔 너무 이른 시각 아닌가.

- 겉으로 보기엔 왠지 내부가 그닥 청결하지 않을 것 같은 이상한 느낌적인 느낌... 이라며


누가 잡지도 않았건만,

이곳을 건너뛸 핑계를 혼자 계속 생각해낸다.


- 아침부터 지금껏 걸어온 거리를 다시 생각하건대

아마 지금부터 포르토까지는 더 자연과 거리가 멀 것이다.

포르토에 가까울 수록 오가는 차량과 사람은 더 많아질 테고,

건물과 상점들은 더 빼곡하게 들어섰을 것이고...


그리하여 그리조알베르게 건물을 지나는 몇 분간 내린 최종 결론은

- 포르토로 직행, 버스를 타고.



결정하기가 힘들지,

방향을 결정했다면 그저 움직이면 된다.

아이폰 앱을 열어보니

#알베르게 가 있는 골목은 #그리조 에서도 외곽에 속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마을 어귀에 꼭 하나씩 있는 세메터리.

#포르투갈길 걸으며 지금껏 지나온 중에서도 깨나 큰편이다.


묘소마다 성모 마리아와 예수님, 그리고 가브리엘 대천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고인의 생전 사진과 그들에게 전하는 메세지,

그리고 숫자로 짤막하게 요약된 그들의 연대기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내 정서에 죽음은 멀고, 묘지는 무서운 곳인데

이상하게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세메터리를 지날 때는

그런 감정이 전혀 없다.


그저 생활 공간의 한 카테고리,

사람의 일상이 확장된 영역 같은 느낌...


차를 타고 한참이나 이동해

야트막하나마 산을 올라야 겨우 닿는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가

이렇게 집 가까운 곳에 있다면 어땠을까 싶다.



해가 정수리 위로 제대로 내리쬐는 시각-

끝이 없을 것 처럼 길게 이어지는 세멘터리 담벼락을 따라 걷는다.


그리조 도심을 향해서.


카페 벽에 붙은 버스 시간표를 친절하게 손으로 짚어주는 사장님.


밥을 먹기엔 어중간한 시각.

대신 #빠나셰 한 잔 하며 버스 시각을 기다린다.


#빠나셰 Panache

맥주에 레몬소다, 또는탄산수를 섞은 음료.

시원하고 달고... 여름에 까미노를 걷는다면 한번쯤 드셔보시기를 추천.

스페인에선 #끌라라 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한참이나 버스를 기다렸지만,

타면 금방이다.

땡볕 아래서 헥헥거리며 걸었던

긴- 세메터리 담벼락을 순식간에 통과하고


아까 지나왔던 마을을 다시 뱅- 돌아서



+ 32.5km, @Vila Nova de Gaia #빌라노바데가이아


포르토 도심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간다.





그리고 곧,

포르토 구시가로 진입하는 길.

포르토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법 중

시내버스를 타기는 또 처음이다.



+ 35.8km, @Porto #포르토


4년 만에 다시 찾은 포르토는 여전히 빛나고 있다.


세계를 한순간에 뒤덮을 코로나,

아니 전염병의 존재를 언감생심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작년 초여름 포르토는

도시 전체가 축제인냥 활기가 가득하다.


분명 내가 찍은 사진인데

다시 꺼내보려니 이게 현실이었을까 싶은...

생소함마저 물씬- 하는 풍경.


공사장 풍경마저 아름다운 포르토 감상하라고

추가 영상 붙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여행하며 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여러분...

하지 않기를

곧 다시 이렇게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치 방역

- 손 자주 씻기

- 가급적 외출 자제하기

- 외출해야 한다면 마스크 반드시 착용

하며 다들 끝까지 버텨봅시다.. ;;







*
포르토에서부터 까미노를 시작하는 방법,

혹은 #크레덴시알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다음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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