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까미노 19. 포르토 ~ 바이랑
• 구간 : 포르토 Porto ~ 바이랑 Vairão
• 거리 : 25km
• 난이도 : ★★☆☆☆
• 숙소 : Mosteiro de Vairão (5유로)
포르토에서 하루를 더 쉬었다.
#파티마 에서 한 번,
#토마르 에서 한 번,
#코임브라 에서 또 한 번,
그리고 #포르토 까지.
총 거리 640km로 포르투갈길은 #프랑스길(780km) 보다 구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맘이 느긋하기도 했었고,
90일 있을 요량으로 출국한 터라 기간이 무한정 있는 듯 했으며
이후 포르투갈에 다시 갈 일이 있을까,
온 김에 천천히 보자 싶어 부러 더 여유를 부리기도 한참이었다.
게다가 세계 곳곳에서 관광객이 밀려드는 포르토는
선뜻 발길을 뗄 수 없을 아름다운 도시이기도 하다.
4년새 관광객이 얼마나 늘었는지...
이번엔 대여섯 걸음 걸으면 한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는 게,
마치 #치앙마이 포텐 터지던 2014~15년 분위기와 흡사한 듯 싶었다.
그래도 걸으려고 떠났으니 양심상 최대 스테이는 이틀까지.
아침 일찍 호스텔을 나선다.
아직 영업 전인데도 이미 #마제스틱카페 앞에 몰린 사람들.
닫힌 카페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
마제스틱은 #조앤롤링 이 #해리포터 를 집필했다는 곳.
마침 머물던 호스텔 근처여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잠시 앉아 기를 받아볼까 싶어 몇 번 지나쳤는데
그때마다 사람이 넘쳐 결국 포기한 참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가벼운 옷차림으로 카페 오픈을 기다리는 관광객 사이로
중무장한 채 15kg 배낭을 메고 지나간다.
포르토에서 순례를 시작한다면
출발지는 무조건 #세Sé 대성당이다.
포르투갈 내륙을 가로지르는 #센트럴루트 ,
대서양과 맞닿은 포르투갈 서부 해안을 따라가는 #코스트루트
모두 #세성당 에서 출발한다.
맵 하단 원으로 표시해둔 대성당을 중심으로
#센트럴루트 는 주황색 점선,
#코스트루트 는 파랑색 점선 을 따라가되
포르토 강변의 아름다운 뷰를 감상하고픈 사람은
도우로 강을 따라 초록색 점선으로 표시된 얼터너티브 루트로 안내하기도 하는데
요즘은( #코로나 전까지는) 이 강변으로 내려와 하루 걷고,
그 다음날 내륙길로 들어가 센트럴로 합류하는 길이 가장 복작댄다.
강변으로 안내하는 노란 화살표.
#대성당 정문 바로 맞은편 계단을 통해 강변으로 내려간다.
그러나 내 선택은...
성당 입구 기마상 뒤로
시티월을 따라 이어지는 #센트럴루트 .
얼마나 황폐하고 복잡하길래 악명이 자자한가 궁금했고,
직접 걸어본 다음에 권하든 말든 할 참이었다.
놀랍지만 윗 사진 모두에 #노란화살표 가 그려져 있다.
공사장, 넓은 찻길, 남의 집 창문 등에 그려진 화살표를
마치 숨은그림찾기 하듯 찾아내 발길을 잇는다.
이틀이나 쉬었지만 떠나기가 못내 아쉬워
영 마뜩찮게 걷고 걸어 도착한 이곳이 거의 도시 변두리.
이곳에 #알베르게 가 있다.
#포르토공식알베르게 다.
하지만 구도심 기준 2-3km나 떨어진 곳에 있으니
대부분 젊은 순례자는 도심 호스텔에 머무르고,
이곳엔 정말 순례 목적으로 온 경건한, 나이 지긋한 순례자들이 많은 편.
내부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당연히) 아직 오픈 전이라
문이 굳게 잠겨 있어 그냥 패스.
알베르게에서 직진하면 곧바로
정신 산란해지는 교차로가 나타나고,
교차로 중간에 그려진 화살표는 오른쪽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 화살표가...
이날 본 마지막 화살표였다... ;
이경규 아저씨가 농담삼아 자주,
하지만 언중유골 좌우명처럼 강조하던 말이 기억난다.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고."
아주 오랜 세월 초지일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같은 워딩하시는 걸 보면
좌우명 급에 해당하는 생각인 듯.
복잡한 포르토 도심을 잘 빠져나와서
이제 부쩍 한가해질 외곽을 걷기란 식은 죽 먹기인데...
시끄럽고 먼지 날리는 공사판이 일단 정신을 쏙 빼놓고,
원형 교차로를 중심으로 정신없이 오가는 차들에 2차 머리가 복잡해진 나는
뜬금없이, 이 지점에서 지도를 덮는다.
감을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해외 출장 등 초행지에서도 길을 잘 찾는 편이다.
우선 지도를 펴서 살펴보면, 동네 전체 윤곽이 머릿속에 잡히고
그 틀 안에서라면 어렵지 않게 방향을 잡고 움직인다.
마지막으로 화살한 확인표가 '오른쪽'을 가리켰으니
방향을 믿고 쭉쭉- 가보기로 한 것이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났으니 굳이 지도를 손에 쥐고 다닐 필요도 없겠고,
어차피 목적지는 #산티아고.
동네를 구석구석 둘러보도록 좌우로 꼬아놓는 화살표를 몇 개 놓치더라도
어찌됐든 한 방향으로만 가면 다시 노란화살표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믿음도 한몫 했다.
그래서 이후 무.작.정. 오른쪽으로만 걸었던 것이다...
그 이후의 엉망진창 멘붕 상황이 만발했던 것은 물론이고... ;;
엉망로드가 시작되는 헬게이트 열리기 전,
지금 구글 맵을 다시 열어봤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긋났던 건가 싶어서...
사진 하단 초록색 알베르게로 들어가는 한 남자.
그리고 노란색 선을 따라 올라갔다.
헬게이트 열리기 직전 교차로.
마지막으로 본 화살표가 저 길다란 가로등 중간쯤 그려져 있었고,
저걸 확인한 이후 나는 지도를 덮고, 화살표를 따라 무작정 오른쪽을 향해 걸었다.
화면을 확대하니 내가 본 화살표가 그대로 있다. ㅋ
그 다음 화살표가 대체 어디에 있었길래 길을 잃었던 걸까 싶어
방향을 조금 이동하고, 화면을 확대해보니...
그 길이 끝나기도 전 바로 옆 가로등 담벼락에
급격하게 왼쪽으로 꺾는 화살표를 발견.
이제서야...
1년하고 3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에서야...
심지어 가로등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 길거리에도 작은 화살표가 하나 더 있다 ;
길눈이 밝으니 지도를 덮고도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거라는 신념을
하필 그 순간에 무한 탑재하고 이후 루트를 망가뜨리다니.
길을 잃지 않으려고 복잡한 포르토 도심을 벗어나는 내내 잔뜩 긴장했으면서
한산해지기 시작한 거리에서 긴장이 풀렸던 걸까.
정말 한 끗 차이로 발걸음은 나를 아주 엉뚱한 곳으로 데려다 놓았다.
혹시나 싶어 화살표가 안내하는 방향으로 맵을 좀 더 움직여보니
그리 무리없이 다음 화살표가 나타나고 길은 좀더 수월해진다.
그러니 포르토에서부터 여정을 시작하는 그 많던 사람들 역시
다음 도시까지 무사히 찾아온 거겠지.
앞으로 뜬금없이, 무작정 감을 믿고 싶어지는 순간이 또 오면
그 배경 모를 자만과 신념을 의심해보는 계기로 쓰면 되지 뭐, 위안한다.
(암튼 당시 나는 이게 틀린 방향이라곤 전혀 의심조차 않고 있었지만)
아무리 걸어도 화살표는 나타나지 않고,
점점 더 황량해지는 풍경에 당황해 길을 물어도
오직 포르투갈어만 구사하는 사람들 ;
할 수 없이 gps 맵을 열어 순전히 방향으로만 길을 잡아도
화살표는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정오가 넘었고,
정수리 위로 쏟아지는 태양이 더 뜨거워질수록
덩달아 더 헝클어져가는 정신을 억지로 붙들고 타협한다.
큰도시에 진입하거나 벗어날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자,고
출발 전부터 지침을 세웠으니 오늘 오후는 포기하기로 한다.
결국 지하철을 타고
다음 구간이 시작되는 지역 인근까지 가기로.
그렇게 도착한 프란코스 역.
지금 생각해보면 지하철역을 찾아가는 길에 까미노 루트와 한번 교차했을 텐데
그 역시 미처 못 보고 지나치고 말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멘붕로드 ;
지하철로 40분을 이동해 내렸더니 휑 -
이후는 더 엉망이다.
가능한 걸어 다음 장소로 가고 싶어서
두어 정거장 전에 내린 거였는데...
이 정류장 개념이 서울에서 지하철 기준과 달랐다.
게다가 한낮 지글거리는 태양 밑에 숨쉬는 건 나 혼자인가 싶은 와중에
지나가는 버스나, 자동차도 없다.
오로지 구글맵에만 의지해 땡볕 아래를 5km나 걸었을까.
이날 고생 분량은 그쯤이었는지
지나가던 포르투갈 천사 하나가 차를 세우고, 방향을 묻더니
기꺼이 타란다.
핑크색 원으로 표시한 지하철역에서 내려
노란 네모 박스 속 #바이랑 을 향하던 국도 어느 지점이었다.
고맙게도 천사가 차를 내려준 곳은
#바이랑 마을 언덕 위 수도원에 가까운 어느 골목.
#리스본 에서 #포르토 까지는 알베르게가 있는 곳도, 없는 곳도 있지만
#포르토 에서부터는 하루치 거리 모든 마을에 #공립알베르게 가 있다.
#바이랑알베르게 는 옛 수도원을 개조한 곳.
알베르게 시설은 건물 3층에 있다.
일단 무거운 가방부터 현관에 벗어던지고 잠시 쉬었다가
일사천리로 방을 배정받고,
간단한 알베르게 수칙을 들은 뒤 방에 가보니 이미 거의 만실이다.
하지만 한자리 득템했으니 다행.
깨끗하고 넓은 공간에 낡았지만 정갈한 철제 침대가 놓여 있고,
옛 어느 신학생이 썼을 작은 책상도 하나 있다.
-
더 신났던 건 수속하느라 알베르게 사무실에 앉았는데
익숙한 목소리로 누군가 이름을 불렀다.
돌아보니 독일 여자 실비아.
며칠 전 비오던 날 이틀 쯤 루트에서 마주쳤고,
같은 알베르게에 묵었던 이후 통 못 보고 있었는데
종일 혼자 헤매던 끝에 등장한 아는 얼굴에 어찌나 반갑던지.
둘이 냅다 포옹한 채 서 있으려니, 누가 또 부른다.
놀랍게도.
내 포르투갈 절친, 영국 아이 Ben.
#코임브라 에서 하루 먼저 출발한 이후
하루에도 여러차례 왓츠앱 메세지만 주고받던 중이었는데
이날 이 알베르게에서 극적상봉.
나와 헤어진 이후 코스가 꼬여
코 엄청 고는 프랑스 할배 그룹과 매일 같은 알베르게에서 잠을 설쳤다며
그간 에피소드를 대방출하려길래 일단 진정시키고,
천천히 씻고,
빨래까지 해서 쨍한 햇살 아래에 갖다 넌 다음
산골 마을에 딱 하나 있다는 수퍼마켓 오픈 소식에
벤과 둘이 저녁거리를 사러 나왔다.
덥다고 종일 그렇게 불평했으면서
둘이서 맥주까지 한 캔 들고,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수다수다.
그렇게 혼자 있고 싶었으면서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임을 인정해야한다며
둘 다 깊게 공감하고 돌아와도 아직 해가 중천.
여전히 해가 쨍한 수도원 뒷마당과
그 뒤로 펼쳐지는 동네 뷰가 너무 예뻐 한참을 감상하다가
낮잠도 한숨 자고
사람들과 함께 저녁 식사.
사진 오른쪽이 실비아.
혼자 걷는 여성 순례자를 노리는 치한이 있다는 유칼립투스 숲을 함께 걸었던
드레드 헤어 캐내디언도 다시 만났다.
이때가 오후 8시쯤.
저녁까지 먹고도 한참이나 해가 남은 포르투갈의 늦봄.
혹은 초여름.
결국 혼자 동네 마실을 나간다.
성당 겸 수도원 바로 옆에 조성된 공동묘지도
쏟아지는 햇살 아래서는 마냥 아름답다.
혼자 앉아 다음날 지도를 살펴보고,
책도 읽고
그러다 거의 해가 지고 나서야 자리를 뜬다.
물론 #리스본 과 #포르토 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지만
이렇게 사람 손길에서 먼 데 있는,
포르투갈스러운 자연과 풍광이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는 마을의 서정에
좀더 맘이 기운다.
맑다 못해 대기 따위 생략하고 우주가 그대로 내려온 듯한 밤하늘.
종일 엉망로드에 지쳐
별을 헤아리기는 커녕
침대에 눕자마자 곧바로 골아떨어진 열아홉쨋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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