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까미노 20. 바이랑 ~ 라떼스
• 구간 : 바이랑 Vairão ~ 라떼스 Rates
• 거리 : 14.9km
• 난이도 : ★★☆☆☆
• 숙소 : 공립 알베르게Albergue de Peregrinos de S. Pedro de Rates (5유로)
모두가 잠든 수도원을 조용히 빠져나와
닫힌 나무문을 밀어본다.
사람들이 잠든 곳은 3층이지만 혹시나 깰 새라 조심히 미는데도
오래된 나무대문은 여지 없이 소음을 낸다.
소음에 당황한 것도 잠시,
정확하게 정면에서 눈을 향해 빛을 보내는 햇살이라니.
왠지 하루를 잘 보내라는 인사를 받은 듯한 느낌과 동시에
하루가 덥겠구나 싶어 지레 지친다.
수도원 담벼락을 따라 걸으며
대체 얼마만인지 그림자 놀이도 해보고,
산 중턱에 얹힌 작은 마을을 벗어난다.
포르토에서 하루 차이이지만 풍경은 확연히 다르다.
복잡한 골목과 외곽의 낡고 닳은 건물 따위 없다.
정갈하고 폭이 넓은 바이랑 골목길에 박힌 돌마저 보존 상태가 좋고,
그냥 거기 오래 서 있었던 건물의 주황색 지붕은
주위 빼곡한 나무의 초록과 대비되어 한껏 우아하다.
전날 아침 포르토를 떠나오며 떠나기 싫었던 것과는 다른 의미로
또.
떠나기 싫다 ;
대체 일관성은 어떤 류의 사람이 갖는 건가하며 걷다보니
다음 마을 #빌라리노#알베르게 를 알리는 이정표 등장.
빌라리노는 비교적 큰 동네다.
바이랑이 그냥 #마을 이었다면, 빌라리노는 읍, 면 정도.
이른 아침이어서 빌라리노 역시 동네가 조용하긴 마찬가지.
곧장 시내를 벗어난다.
국도를 따라 아스팔트를 걸어야하지만,
주위가 온통 푸른 숲이고
숲의 팔할은 이번 까미노를 기점으로 애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유칼립투스가 온통 차지하고 있었고
다니는 차도 거의 없어 그저 평온하기만 하다.
얼마 걷지 않아 차도를 벗어나면 곧 더 초록이 펼쳐지고,
#아베 강. Rio #Ave .
대서양으로 흘러가는 물줄기인데
포르투갈 우기(4월 무렵)가 지났지만 여전히 수량은 풍부하다.
포스는 올드하지만,
역사가 중세까지 거스르지는 않는 돌다리를 지나
다음 산골 마을로 접어들지만
집을 몇 채 지나지 않아
곧 외곽으로 연결된다.
아무 것도 없는 작은 동네에
오로지 지나가는 순례자들에게 푼돈이라도 벌 요량으로
마을 누군가가 열었을 작은 스낵바가 하나 있고,
나름 마케팅 차원인지 작게나마 돌탑도 하나 쌓아뒀다.
난 그냥 스킵 ㅋ
금방 또 마을 외곽에 닿고
사람 키보다 높게 돌로 울타리를 쌓은 비포장도로를 걷다 보면
빌라리노 이후 처음 만나는 제법 마을다운 마을 #마메데 에 닿는다.
그리고 이날 일정 중 첫 #까페 가 나타나는 마을이기도 하다.
순례길을 한 번 이상 걸은 사람은 알잖은가.
길에서 만나는 까페의 중요성.
마치 사막 속 오아시스 만큼의 비중.
그 와중에 업다운을 한 번 하고,
시골 돌집에 테이블 몇 개 놓은 컴컴한,
#까페 라기 보단 #바 에 가까운 곳 입성.
커피와 작은 스콘을 하나 주문해
다 먹고도 십여분을 더 앉아 누가 지나가는지 내다본다.
이미 8km 가깝게 걸었고,
출발한지 세 시간에 가까운 터라 이 즈음엔 Ben이 나타나야 했다.
푹 잘 자고,
나보다 한시간 늦게 출발하지만
내가 첫 까페에 앉는 시간쯤 되면 어김없이 따라잡히는 패턴이었으니
나타날 만도 한데 아직 감감무소식...
다시 십여분이나 더 있었을까.
결국 혼자 출발.
하지만 여전히 이른 시각이라 태양의 기세가 그리 세지 않고,
내내 유칼립투스 숲이 펼쳐지는 터라 컨디션은 매우 좋은 상태.
#생장피에드포르 에서 시작하는 #프랑스순례길 에서는
길가에 놓인 비석과 추모 글귀, 사진 등을 제법 빈번하게 접하는데
포르투갈길에서는 아마 처음 만나는 길가 추모석.
18세기 말을 살다 가신 분의 추모석이
21세기에도 여전히 길가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고,
그 위로 하나둘 올려둔 작은 추모 돌멩이에 왠지 맘이 짠해
맘으로 잠깐 짧은 기도를 올린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등산 중 종종 묘지를 지나치지만,
마을 어귀나 외곽에 거의 반드시 공중묘지가 있고,
수도원과 성당 바닥 혹은 지하 전시관에 옛 신부님들 유해를 여전히 안치해두는 유럽에서는
유독 죽음이 삶과 닿아 있고,
가까운 거리감만큼이나 죽음을 대하는 막연한 두려움이랄까 경계가 옅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엔 에스떼 강을 지나는 #아르코스 다리 .
이제 곧 도착할 마을 이름도 아르코스다.
넓은 밭 사이로 길게 뻗은 마을 진입로를 따라 걸으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라떼스 성당.
11-12세기에 건축되었을 거라 추정되는 로마네스크 성당을 깊이 들여다보진 않고
무거운 배낭을 성당 문앞에 팽개치듯 놓고
한번 슥 훑어보고 나와선
바로 옆 골목,
아주 모던한 바 겸 카페로 직행.
이제 겨우 정오에 가까운 시각에 #빠나셰
순례길에서, 그것도 일과 마친 담이 아니라
걷는 도중 들이키는 맥주의 세계로 입문시킨 게 Ben인데
카페에 앉아 마을 어귀를 한참을 바라봐도
어쩐 일인지 여전히 나타나질 않는다.
본격적으로 해가 뜨거워질 시각에
동행이 있어야 지루하지 않게 걸을 텐데.
오후 1시.
결국 벤은 아직 나타나질 않았고
태양이 더 뜨거워져서야 길로 나선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다들 집에 들어앉았는지
아침만큼이나 고용한 마을을 관통해
마을을 점점 벗어난다.
그때 눈에 띄는 #알베르게 이정표.
#라떼스공식알베르게 다.
덥고 지친 데다
빠나셰까지 한잔 한 터라 알딸한 취기에
쉬어갈까... 싶기도 하지만
멈추기엔 너무 이른 시각이다.
오후 1시는.
그런데 이게 웬일.
비교적 최근에 오픈한 듯한 깨끗한 바 테라스에
이미 많은 사람이 배낭을 내려두고 주저앉았다.
뭐지. 여기서 다 멈추나?
그리고 진지한 고민이 시작됐다.
현재 라떼스.
#가이드북 이 권하는 종착지 #바르셀로스 까지 17km는 더 가야하는데
거리는 그렇다치고 이 지글대는 햇볕 아래서 그게 가능할까.
바르셀로스엔 대체 몇 시에 닿을까?
고민은 길게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미 고민하는 순간 답은 정해져 있었을 지도 모른다.
알베르게 문 앞에 배낭을 떡하니 내려 자릴 잡고,
바에서 1시간을 기다려 2등으로 알베르게 입장.
그런데...
큰 동네도 아니고,
알베르게에서 권하는 종착지도 아닌데
로비에 #태극기 가 걸렸다.
#프랑스길에 비해 사람 없고,
포르투갈에서도 작은 이 마을에 이미 누군가 쉬어간 거다.
알고보니 #포르투갈순례길 에서 가장 먼저 오픈한 알베르게가 바로 이곳.
#호스피탈레로 는 모두 자원봉사자들인데
이날 접수 받고 크레덴시알에 도장을 찍어주며
엄청 호스피탈레로 포스를 풍기던 독일 아저씨는
어제까지 나처럼 순례자였다가 호스피탈레로 모집 공고를 보곤
산티아고까지 걷기보다
이곳에서 멈춰 호스피탈레로로 일하겠다며 갑자기 결심했다고.
충동적으로 멈추긴 했지만
얘깃거리 풍부한 곳에 제대로 잘 도착했구나 싶다.
포르토에서 순례를 시작해 이제 걸은지 이틀 됐지만
벌써부터 다리에 강렬한 테이핑을 한 마리안나와
같은 방 배정.
브라질리언 마리안나도 알고보니 기자.
둘이 호구조사를 하며 가방도 풀지 않고 한참 수다를 떤다.
마리안나와 둘이 알베르게 곳곳을 기웃거리고
샤워까지 끝내고 나왔는데도
여전히 복도엔 접수를 기다리는 순례자가 한가득.
어제까지 강변 길을 따라 걷다
#센트럴루트 를 걸으려고 오늘 내륙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2층 침대 싫댔더니
일찍 도착한 베네핏으로 단층 침대를 떡하니 배정받고,
후다닥 빨래까지 해 갖다 널고
알베르게를 한바퀴 돌아본다.
이곳은 농경 관련 기구와 사진이 비치된 전시실.
전시실 있는 알베르게는 처음이다.
전날까지 순례자였다가 호스피탈레로로 1일을 맞은 독일 아저씨,
그리고 그외 독일 사람들과 함께 파스타로 간단한 저녁.
이날 총 인원수가 66명 쯤이었다는데
그중 80%가 독일 사람이었다고.
대체 가이드북에 추천된 곳도 아닌 이 알베르게에 왜이리 사람이 많냐 물었더니
독일인들이 많이 들고다니는 독일 가이드북 추천코스가 이곳이라고 ㅋ
바람도 서늘하고
해가 넘어가며 하늘색이 더 예뻐진 오후 8시쯤.
알베르게 맞은 편 바 테라스에 앉아
하루를 마감하는 와인 한 잔.
포르투갈에 있으니 특별히 #비노베르데
어느 곳이든 마찬가지지만 이 알베르게 역시
취침시각은 오후 10시.
9시 30분이 넘어서자 하나둘씩 침실 불이 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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