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마운탱
information = 인포르마씨옹
family = 파밀리아
pharmacy = 파르마시아
스페인어가 참 매력적이었다.
영어처럼 멀쩡하게 존재하는 스펠을 읽지 않거나
굳이 번데기 발음, 혀끝 발음 따위를 만들어 읽거나 하는
이상한 과장과 수식이 없어 담백하다 싶은 게,
그래서 사람들도 담백하고 맑은가 싶었다.
유독 담백하고 맑은, 다듬어지지 않은...
한때 잡지기자들이 사랑했던 '날 것'이라는 단어와 제법 잘 어울리는 스페인 남자가 있었다.
산을 좋아하는 남자였다.
케이블카가 설치되거나 노점상이 마구 들어서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피레네 산줄기를 날다람쥐처럼 가볍게 타는 남자였다.
그러나, 날 것의 그 스페인 남자가 사랑하는 '산'을 이야기할 때,
담백하고 맑은 스페인어 발음은 큰 장애물이었다.
마운탱.
그 마운'탱'이 매번 귓가에서 부서지더니
결국은 그 내추럴한 스페인 남자도 희미해졌다.
미세먼지 지수가 82씩이나 찍고 있지만
그저 말갛게, 교묘하게 파랗게 눈부시기만한 어느 일요일 아침,
스페인의 마운탱은 그저 맑고 푸를,
문재인이 대통령인 첫번째 일요일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