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프랑스길
1. Day 26 트라바데로 Trabadelo - 오세브레이로 O Cebreiro (18.5km)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오세브레이로가 #카미노프랑스길 모든 구간을 통틀어 가장 높고, 가장 힘든 구간이라길래
조금이라도 힘을 비축해두려고, 그 전날 #폰페라다 에서 출발해 굳이 #트라바데로 까지 33.6km를 걸었었다.
전날 거리를 많이 줄여 조금이라도 가벼운 맘으로 출발했건만...
오세브레이로는 역시 만만치 않았다.
트라바데로 이후 #라스에레리아스 Las Herrerias 까지는 매우 스무드한 #오르막 길.
그런데 그 이후 #라파바 La Faba를 거쳐 #오세브레이로 O Cebreiro 까지는 지옥의 경사가 펼쳐졌다.
10km 안팎의, 다소 단촐한(?) #배낭 을 메고 있었지만,
걷는 걸음걸음 몸을 바닥으로 당기는 기분이었고,
와중에 눈이 내리거나 바닥에 얼어붙어 있어 행여 미끄러질 세라
걸음걸음 신경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었다.
연신 가뿐 숨을 몰아쉬며 오르는 동안
너무 힘들어 누구랄 것도 없이 옆에 있는 아무에게라도 불쑥 욕지거리를 뱉게 될까봐
함께 걷던 일행들을 먼저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
카미노는 언제든 다시 걷고 싶지만,
오세브레이로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숨이 턱 막히는 기분 ㅜ.ㅡ
2. Day 1 생장피에드포르 Saint Jean Pied-de-Port - 론세스바예스 Roncesvalles (26.5km)
아마 누구라도 힘들 수 밖에 없을 구간.
장기간 걷기에 익숙하지 않은 카미노 첫날이고,
26.5km면 거리도 긴 편인 데다
피레네 산맥을 넘어야하는 만큼 경사도 만만찮다.
특히 오리손 산장에 닿기 전 2-3km 구간은 말 그대로 #급경사
숨이 턱에 닿아 꼴깍 넘어갈 지경 쯤 되면 뜬금없이 #오리손산장 이 뙇 나타난다.
오리손 산장 이후 #피레네 정상까지는 그리 급경사가 없지만
오르막을 꾸준히 걸어야 하고,
정상에서 #론세스바예스 까지는 급한 내리막이다.
#까미노 출발까지 여유가 있다면
#오래걷기 든, #등산 이든 미리 연습해두길 권한다.
3. Day 13 부르고스 Burgos - 온타나스 Hontanas (31.1km)
구간을 쪼개어 생각하다보니 긴 거리를 걸었던 날은 필연적으로 힘들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부르고스 - #온타나스 구간은 평지가 이어진다.
숨가쁜 오르막 대신 너른 농경지대를 지나야했는데,
겨울에 걸었던 터라 어떤 작물이 심어져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흙길에 내린 눈이 녹아 흙과 잘 버무려졌고,
아주 점도 높은 찰흙이 되어 걷는 족족 신발에 들러붙었다.
가뜩이나 지쳐 무거운 몸에,
걸음걸음 무겁게 달라붙는 진흙은 신발을 중심으로 뭉쳐져
나중에 '이렇게 무거워 어찌 걷는담' 싶었을 땐
발에 진흙으로 만든 배드민턴 채를 달고 다닌 것마냥 크게 반죽되어 있었다;
그리고 원래 머무르기로 했었던 #오르니요스델카미노 #알베르게 가 문을 닫아
찰흙이 된 눈을 밟고 지친 몸을 이끌고
거의 11km를 더 걸어서 온타나스까지 갈 수 밖에 없었다.
지금 같으면 그 정도로 지치면 알베르게 아니라 열린 #오스딸 에라도 들겠지만,
그땐 왜 그렇게 알베르게를, 그것도 #공립알베르게 만을 고집했는지 모를 일이다 ;
4. Day 15 이테로데라베가 Itero de la Vega - 까리온데로스꼰데스 Carrion de los Condes (34.2km)
이날도 본의 아니게 30km가 훌쩍 넘게 걸었다.
길은 아주 평탄한 평지의 연속이다.
그리고 #프로미스타 이후 #까리온 에 닿기까지는 무섭도록 곧게 뻗은 직선도로가 이어진다.
(까리온은 #jtbc #나의외사친 #심상정 편에 등장했던 그 소도시 맞다)
원래 까미노 루트인지, 순례자들이 늘어나며 길 찾기 쉽도록 배려해 코스를 정비한 건 지는 모르겠지만
굴곡 없이 평탄하기만한 길은 친절하다 못해 지루했다.
신호등에 걸리고, 커브길을 지나야하는 국도보다
곧게 뻗은 고속도로 운전이 더 힘든 것과 비슷하다.
주변 경관은 너무 예쁜데, 지루함에 지쳐 예쁜 풍경에 대한 감흥이 떨어졌달까.
다시 #프랑스길 을 걷는다면, 프로미스타 쯤에서 하루 쉬었다 가는 걸로 코스를 조절할 예정.
5. Day 32 아르수아 Arzua - 몬테데고소 Monte de Gozo (35.3km)
정리하고 보니 참 센스없이 무식하게도 걸었던 것 같다.
일주일 정도 걷고 나면 나름 길의 법칙을 발견하고,
거리를 융통성 있게 조절할 만도 했는데...
이날 원래 계획은 #아르수아 에서 #페드로소오피노 까지 거의 20km만 걷고
다음날 다시 20km를 걸어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에 입성할 거였다.
그러나... 걷다 보니 목적지로 가는 진입로를 놓친 거다.
#노란화살표 와 이정표를 제법 꼼꼼하게 확인하며 걸은 것 같은데
어쩌다 마을 진입로를 놓쳤는지는 아직까지 미스테리다.
총 7명이 함께 걷고 있었고,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계속 걷다가...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싶어 근처 바에 물어보니
원래 목적지에서 이미 3km를 지난 지점 ;;
그 마을엔 알베르게 없이 바를 운영하는 호텔이 하나 있었고,
가정집을 개조해 #오스딸 로 사용하는 곳들도 하나같이 가격이 비쌌다.
다시 돌아가기엔 지친 데다, 다시 돌아가기는 싫었고
결국 일곱명이서 머릴 맞대고 의논해 #몬테데고소 까지 쭉 걷기로 했다.
해가 떨어지고 저녁별이 나올 때쯤 도착한 몬테데고소 알베르게에선
마침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아... 그 추웠던 겨울의 한가운데,
사람들은 찬물에 샤워해야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