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함께 사는 느린 기술
나는 여전히 불안한 사람이고, 꾸준히 약을 먹는다. 사소한 일에도 조마조마해서 가슴 떨리고, 작은 일에도 온 신경이 쓰이는 예민한 상태이다.
불과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나날들에는 불안감에 온 방 안을 서성이기까지 했는데, 좀 나아지긴 한 걸까? 잘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하루가 흘러갔다는 것이다.
그때의 나는 다소 무기력하게 중소기업 재취업 면접을 준비하던 중이었는데, 불안함에 가만히 있지도 못했다.
책상에 앉아 자소서를 고치다 창밖을 보면, 먼 데를 바라보는 시간만 길어졌다. 쉬지도 못하는데 쉬고 있는 기분, 움직이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기분이었다.
그런 날이 며칠이고 이어졌지만, 그래도 하루는 끝났다.
그건 어쩌면 작은 회복의 증거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러면서 천천히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깊은 심호흡과 더불어 너른 바다나 사막의 풍경을 상상하는 일종의 이미지 명상법을 익혔다.
누구한테 배운 것도 아니었다. 다만 불안이 나를 휘두를 때마다, 그 넓은 풍경이 나를 가만히 붙잡아주었다.
넓은 풍경은 불안을 도닥여주기에 적절하다. 답답하고 울렁이는 마음이 탁 트인 시각과 만나면, 무언가가 해갈되듯 사르르 풀린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진정은 오래가지 않는다.
바람이 잦아들면 다시 작은 파도가 밀려온다.
이제는 그걸 두려워하기보다, 파도가 오면 젖을 각오부터 하는 쪽이 편할지도 모른다. 그게 나의 새로운 기술이다.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지만, 그와 함께 사는 리듬은 만들어진다. 불안을 달래기보다 불안 속에서도 숨을 고르는 법을 배운다. 언젠가 이 감정이 다시 커져 나를 삼키려 할 때도, 나는 아마 또 그때의 나대로 견딜 것이다. 비 오는 날 슬리퍼나 샌들을 신듯, 그렇게 내 마음에 맞는 신발을 고를 것이다.
그리고 그 신발로 또 하루를 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