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최근 로스터리 공장을 오픈하면서
사무실을 꾸미고 싶었다.
남자의 로망처럼
아지트 같은 공간.
책과 위스키, 음악, 그리고 커피가 있는 곳.
주변의 인테리어 하는 사람들과 몇 번의 접촉 끝에
공사를 진행했다.
내 기준에서는 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핀터레스트와 인스타그램에서 모은 레퍼런스들.
그건 ‘만들기’보다는 ‘따라 하기’에 가까웠다.
가격에도 민감했다.
결국 합판이나 저렴한 자재들을 선택했다.
이미지는 얼추 비슷했다.
하지만 마치 화소가 깨진 사진처럼
어딘가 비어 있었다.
그러던 중
인테리어를 해준 분이 아파트에 입주했다며
집들이에 초대했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달랐다.
잡지에 실려도 이상하지 않을 집.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 공간은 한 번에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사람들은 다 안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만 시간의 법칙 같은 이야기들.
그럼에도
과정은 건너뛰고
결과만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이 액자는 몇 년도에 어디서,
이 화분은 여행 중에,
이 소품은 유럽에서,
이건 일본에서,
이건 프리마켓에서.
모든 오브제에는
각자의 스토리가 있었다.
그 순간 떠올랐다.
내가 봐왔던 핀터레스트와 인스타의 레퍼런스도
결국 누군가의 스토리였겠구나.
나는 그 이야기는 지운 채
겉모습만 따라 했구나.
지금 하고 있는 커피 브랜드를
다시 떠올렸다.
사실 다 해봤다.
상품 기획, 판매, 광고.
그런데도
나는 또 이 과정을 스킵하고 싶어 했다.
돈으로 밀어붙이면 빠르고,
컨설팅을 받으면 효율적이다.
하지만 그렇게 남는 건
또 하나의 ‘사진’뿐이다.
그러다 깨달았다.
그 사진 한 장에도
스토리가 있다는 걸.
내 스토리는
그냥 ‘좋다는 건 다 가져다 써본’ 이야기였다는 걸.
원두 패키지를 준비하면서
유행하는 필름지 포장이나
트렌디한 생두를 찾기 전에,
이제는
내 인생의 스토리를
천천히 모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