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일영
두뇌싸움과 수싸움은 세련된 도둑의 필수조건이다. 극 중에서 케이트 블란쳇(루 역)은 사람을 홀리는 홀덤 실력으로 여유롭게 승리를 거둔다. 처음 홀덤을 접했던 <더 지니어스>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케이트 블란쳇을 보니 더욱 더 ‘홀덤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능숙하게 카드를 다루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상대의 수를 읽는 모습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홀덤이 흔한 취미가 아니기 때문에 그 희소성 덕분에 매력이 배가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어려운 두뇌게임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홀덤을 잘 소개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대학생 홀덤 연합동아리 ‘도너츠’의 회장님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원래 보드게임을 좋아하여 친구들과 가볍게 즐기고는 했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따라 우연히 대회에 참가하게 되고 운좋게 우승을 하고난 후엔 정말로 홀덤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홀덤의 매력은 가장 이성적이면서도 가장 감정적인 게임이라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순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과 판단을 해야 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올라오는 설렘의 감정, 혹은 굉장히 무겁게 짓누르는 압박감을 이겨내야 하는 게임이니까요.
홀덤은 다른 마인드 스포츠와 다르게 올바른 의사결정이 늘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지는 않습니다. 거꾸로 좋지 않은 판단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칫 잘못 생각하면 모든게 운으로만 결정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큰 수의 법칙에 따라 좋은 의사결정은 좋은 결과로, 나쁜 의사결정은 나쁜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데요. 따라서 당장의 결과보다는 과정을 평가하는 태도가 더욱 중요합니다.
물론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포커도 잘 치겠지만 사실 뻔뻔하게 거짓말 잘하는 사람보다 진실을 말해도 거짓말 같고 거짓말을 해도 진실 같아 보이는,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가장 포커를 잘 할 것 같습니다.
홀덤 동아리에서 활동하시면서 ‘아, 나 실력 좀 늘었구나!’라고 생각하신 순간이 있다면?
사실 실력이 늘었구나 싶다가도 금방 나를 자책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 홀덤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늘 나를 겸손하게 만드는 게임입니다.
아무래도 운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보니 도박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홀덤은 처음 받는 카드 두 장에 이미 정해져 있었을 내 운명을 내 힘으로 뒤바꿀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내가 어떤 카드를 받고 어떤 카드들이 보드에 오를지는 딜러가 카드를 섞는 순간 정해져 있지만 주어진 4 번의 기회에서 내가 어떤 행동을 하냐에 따라 결과를 바꿀 수 있는 게임이지요. 정해진 운명을 바꾸는 게임, 오히려 운명론적으로 결정된 도박과 정반대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학생이다보니 자주 가지는 않지만 대신 기를 모았다가 한 달에 한번씩 대회를 나가고 있습니다. 만약 홀덤에 정말 관심이 있고 잘하고 싶다면 대회보다는 온라인으로 연습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유튜브 2ACE 채널의 일명 ‘포신전’은 처음 흥미를 가지기에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결을 가진 마인드 스포츠들, 예를 들어 체스나 바둑을 잘 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홀덤을 좋아하게 된 후에 더 흥미가 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