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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2호, 발 05화

겨울에, 달리다

에디터 먼지

by 로버스앤러버스


충격적인 2021년 초 나의 C커브 인바디


한 번이라도 인바디를 재본 사람은 알 테다. C자형 커브가 얼마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신호인지. 당시 나는 체중과 체지방량은 높은데 골격근량은 적어서 결코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몸 상태였다.

지난 2021년 나의 목표 중 하나는 ‘운동하는 사람이 되자!’였다. 보다 구체적인 목표는 체지방량과 골격근량을 체중 대비 정상범위 내로 집어넣자는 것이었다. 큰맘 먹고 PT를 받으며 열심히 식단 관리도 했다. 내가 목표로 하는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 내게 주어진 과제는 두 가지였다.


1. 무산소 근력 운동을 하며 골격근량을 키운다.
2. 유산소 운동으로 체지방량을 줄인다.


조금씩 무게를 올리며 ‘무게를 친다’는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었던 무산소와는 달리, 유산소는 그야말로 숙제 같았다. ‘30분은 뛰셔야 해요~’라고 말했던 PT쌤 덕에 겨우겨우 30분은 채웠지만, 도저히 30분 그 이상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헬스장 창문을 바라보며 뛰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지. 정말 말 그대로 드럽게 뛰기 싫었다.

그러던 12월, 갑자기 헬스장 운영시간이 9시로 단축되었다. 조금이라도 야근을 하거나 저녁에 일이 있으면 헬스장에 가지 못하게 되는 날이 잦아졌고, 이 글을 쓰기 시작한 1월 중순을 기준으로 한 달간 운동을 하지 않은 지경에 이르렀다. 그나마 1cm 힙업되었던 엉덩이 근육이 약해지고… 술배인지 아이스크림 배인지 모를 뱃살이 잡히는 게 느껴지는 요즘… 헬스장 운영시간을 핑계로 운동을 하지 않는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다.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도 최선의 해결방안은 아침에 헬스장에 가거나 저녁 약속을 잡지 않고 운동을 하는 것이 될 수 있겠지만, 둘 다 현실적으로 꽤나 어려운 도전이 될 터였다. 타고나길 야행성으로 태어난 내가 과연 아침 운동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내가 과연 저녁 약속 없이 일주일에 며칠을 버틸 수 있을까. 결론은 헬스장 운영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운동을 찾는 것이었다. 그러던 차에 문득 러닝을 떠올렸다. 흠, 밖에서 한 번 뛰어볼까?



러너에게 묻다: 왜 뛰어요?


문득 러닝을 떠올린 까닭은 내가 러닝에 대한 일종의 로망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교환학생으로 LA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처음 캠퍼스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마주친 사람이 바로 조깅하는 사람이었다. 캠퍼스에서 에어팟을 끼고 탱크탑에 반바지 차림으로 조깅을 하고 있다니. 그게 내 교환학생 생활의 첫 장면이다. 굉장히 미국스러운, 특유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는 캠퍼스에서 달리는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내심 동경하는 마음으로 유심히 지켜봤었다. 햇볕을 받으며 달리는 사람들은 무척이나 건강하고 활기차 보였기 때문이다. 보고 있는 나마저도 힘을 얻을 정도였다.

우리나라에도 사실 한강에 가면 달리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한강까지도 아니고 근처 강변에만 가더라도 더러 달리는 사람이 있다.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엔 러닝 크루가 한참 유행을 하기도 했을 정도니, 러닝은 꽤나 힙한 운동인 게 분명하다. 건강한데, 힙하다니! 러닝은 내가 찾는 'the 운동’이었기에 이번에 러닝을 떠올린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렇지만 상상만 했던 러닝의 장점과 실제로 달리는 사람이 느끼는 러닝의 매력은 또 다를 게 분명했다. 그래서 마라톤에 도전할 정도로 러닝을 즐기는 고등학교 선생님께 슬쩍 물었다. 대체 왜 뛰세요?



Q1. 쌤, 러닝머신 위에서 뛰는 거랑 바깥에서 달리는 거랑 뭐가 그렇게 달라요?

"당연히 다르지. 바람을 맞으면서 바깥에서 뛰는 건 저항력의 차이 때문에 기계에서 뛰는 것보다 더 힘들어. 그런데 주변을 보면서 뛰는 건 꽤나 매력적이야. 나도 처음에는 러닝머신에서 뛰다가 처음으로 한강을 뛰는데 훨씬 힘들지만 더 재밌었어"


러닝의 첫 번째 장점은 내 발로 땅을 딛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바람을 맞거나, 울퉁불퉁한 바닥을 밟기도 하고 때론 신발에 흙탕물이 묻더라도 다양한 환경에서 그 환경을 만끽하며 달릴 수 있다. 매일 같은 장소를 뛰더라도 그날의 날씨, 그날의 시간, 그날의 계절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훨씬 힘들지만 지루하지 않다. 언제 어디서든 운동화만 있으면 할 수 있기에, 여러 장소나 운영시간과 같은 제약에 구애받지도 않는다.



Q2. 쌤, 뛰다 보면 정말 러너스 하이가 오나요?

“음… 처음에 뛰면 심장이 엄청 빨리 뛴단 말이야. 그게 계속되면 어느 순간 그 박동 수보다 살짝 떨어지는데, 그때 심박수가 안정되면서 그 순간이 엄청 차분하게 느껴져. 그때 힘든 게 사라지고 기분이 좋지.”


러닝의 두 번째 장점은 기분 전환이 된다는 점이다. 달리는 사람들에게 가장 궁금했던 것은 소위 말하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였다. 러너스 하이란, 뛰다 보면 어느 순간 엔돌핀이 돌기 시작해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그 기분 좋은 상태를 말한다. 흔히 30분은 족히 달려야 러너스 하이가 온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꼭 과학적인 정의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달리기를 지속한 후에 심박수가 가라앉고 유지되는 구간이 오면 그 순간이 굉장히 안정적이고 차분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선생님의 이야기였다.



Q3. 쌤, 달리기 얼마나 빨리 느셨어요?

“글쎄, 난 그렇게 빨리 늘진 않았는데. 다른 운동에 비해선 쉽게 느는 편이지.”


그리고 러닝의 마지막 장점은 생각보다 나의 성장을 빨리 지켜볼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이다. 나처럼 저질 체력 상태에서 체력을 기르기 위해 하는 운동으로는 달리기 만한 게 없다. 그리고 기록을 조금씩이라도 매일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근력 무게 치는 건 드럽게 안 늘지만, 달리기 기록을 어제보다 오늘 1초라도 줄이는 건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 차원에서 달리기는 쉽게 느는 축에 속한다.



Q4. 쌤, 왜 뛰세요?

“응, 그냥 뛰면 알게 돼~”


선생님은, 다 때려치우고 그냥 뛰다 보면 알게 된다고 하셨다. 머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한 번 뛰어보면서 사람들이 왜 뛰는지 알아보자.



겨울에 한 번 뛰어보자!

(부제: 일주일 동안 안 쉬고 뛰기!.. 는 실패^^ 그럼 10km 달리기?)


그래서 한겨울 겨울 러닝에 도전해 봤다. 겨울에 추워 죽겠는데 도대체 어떻게 뛰나?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여름 러닝보다 나을 수 있다. 살을 에는 강추위에도, 약속에 늦어 지하철 역까지 전력질주를 하고 나면 패딩 안에서는 훈훈한 온기를 넘어 땀까지 흐르는 걸 느껴봤을 거다. 아무리 춥더라도 뛰다 보면 열이 나기에, 추위를 이겨내야 하는 겨울에 적합한(?) 운동인 셈이다.


첫 러닝은 혼자가 아니었다. 저 이제 러닝 시작할 거예요! 주변인들에게 선전포고부터 하고 다녔는데, 평소에 달리기를 즐기시는 회사 동료분이 같이 한 번 뛰자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회사 사무실 근처 축구장에서 달리기로 했다.

1일 차 트랙

1일 차: 추리닝 바지에 면 반팔티, 겉엔 후리스를 걸치고 영상 2도의 날씨에 뛰었다. 첫날인 만큼, 숨차지 않을 만큼만 뛰었다. 3km를 뛰었는데,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다. 이게 정말 걷는지 뛰는지 모를 정도로. 그러다 두 번째 바퀴부터는 1km에 7분 40초 정도 속도를 유지했다. 그 정도 속도를 유지하고 한 축구장을 4바퀴 정도로 돌고 나니, 기분이 썩 괜찮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런 게 러너스 하이라는 것인가?라는 생각으로 굉장히 마음이 뿌듯해졌다. 그러다 마지막 바퀴는 나름 속도를 올렸고, 마지막 한 100m는 전속력으로 뛰었다. 어, 생각보다 괜찮네?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2일 차: 2일 차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1일 차 러닝을 하고 2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 정도면 다시 1일 차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굳은 다짐을 하고 기모 레깅스와 반팔티, 그리고 후리스를 입고 나갔다. 1일 차에 입었던 옷차림과 거의 비슷하게 하고 나갔다. 시간은 밤 10시쯤. 그런데 바깥에 나오는 순간 후회했다. 알고 보니 날씨가 영하 5도 정도였던 것이다. 와, 정말 너무 추워서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원래는 천천히 웜업을 하고 뛰었어야 하는데, 너무 추워서 얼른 몸에 열기를 내야 했다. 결국 그래, 기왕 나온 것 5분이라도 뛰고 들어가자!라는 마음으로 바람을 가르며 질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차고 다리가 아파왔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자마자 숨이 찬다는 건 잘못된 페이스로 달리고 있다는 의미였고, 다리가 아프다는 건 잘못된 자세로 뛰고 있다는 증거였다. 6분 30초 동안 1km에 6분 45초 정도의 속도로 뛰었으니 그럴 수밖에! 달리기를 마무리할 시점엔 땀이 나기 시작해 훨씬 덜 추웠지만, 처음부터 달리기를 잘못 시작한 터라 이미 몸은 지친 상태였다. 결국 이날은 이렇게 마무리.


3일 차: 그래서 3일 차에는 따뜻하게 입기로 결심했다. 후드티에 항공점퍼, 레깅스에 도톰한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었다. 이번엔 좀 이른 저녁에 나가서 덜 추운 까닭에 뛸 만했다. 1일 차에는 운동장을 여러 바퀴 돌았던 거라 처음에는 여유 있게 뛰다가 점점 속도를 높이고, 마지막 바퀴에는 열심히 뛰어야지! 하는 느낌이 왔었다. 그런데 2주를 쉬었던 데다, 운동장이 아닌 강변에서 뛰니 언제 속도를 올려야 하고 언제 스퍼트를 해야 하는지 잘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3일 차의 달리기는 2km를 1km당 8분 40초 정도 속도로 아주 천천히 뛰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거의 워밍업만 하다 끝난 수준이지만, 그래도 2일 차와 달리 2km 뛰었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4일 차: 대망의 4일 차. 드디어 작심 3일을 벗어났다. 오늘은 겨울 러닝을 정말 즐겨보자! 는 마음으로 단단히 준비하고 밖에 나갔다. 날씨는 영상이라 반팔티 하나에 후리스, 그리고 도톰한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나갔다. 평소엔 강변까지 걸어가지만, 오늘은 좀 얇게 입고 나갔기에 가는 길도 살짝 달리면서 갔다. 그렇게 아주 천천히 1km 정도를 뛰고 강변에서 본격 달리기 시작했다.

4일 차 런데이 기록

처음엔 1km 8분대 정도로 계속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렸다. 그렇게 1.5km 정도 뛴 후에, 조금씩 속도를 올렸다. 그다음 1km는 7분 30초대, 그다음 500m는 6분 50초대에서 7분대로 아주 열심히 달렸다. 그리고 마지막 500m는 1km에 8분대로 아주 천천히 마무리했다.

준비운동을 조금 덜한 건지 처음 강변에 오기 위해 달리는 길에 조금 무리를 한 것인지 다리가 무겁긴 했지만, 다행히도 종아리보다 정강이가 아픈 걸로 봐서 자세는 맞게 뛴 듯했다. 처음 느리게 달릴 땐 몰랐지만, 중간에 500m를 열심히 뛰는데 기분이 왜 이렇게 좋던지. 오늘 드디어, ‘달린다’의 의미를 조금 체감한 것 같다.

문제는 이 날 4km 뛰고는 완전 뻗었다는 사실이다. 그 이후 이틀간 앓아누워서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 정도 뛰니깐, 흠… 30분만 더 뛰면(?) 10km 뛸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이상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10km 진짜 한 번만 뛰어보자는 이상한 오기가 들었다.


5일 차: 4km를 뛰었으니 10km를 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오기로 10km를 뛰기로 결심했다. 사실은 이렇게 급하게 km 수를 올리면 안 되는데 후기를 말씀드리기 위해 급박하게 진행했다.

처음 2.5km는 1km에 8분대로 아주 천천히 달리다, 그다음 1km는 7분 50초대로 약간 당겼고, 그다음 1km는 7분 40초대로 당겼다. 총 4.5km를 뛴 셈이었다. 4일 차의 4km 기록은 넘었으니, 고생했다! 잘했다! 하고 끝냈으면 참 좋았을 것을. 이걸 또 당기겠다고 1km에 7분 30초대로 달리다 결국 지쳐서 나가떨어졌다. 마지막 500m는 다시 아주 천천히 뛸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6km 달리기로 마무리.


사실 나 같은 초보자가 10km를 달리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법인데, 나는 모든 걸 다 스킵하고 바로 10km를 달리기로 했으니 실패가 당연했다. 결국 다시 5km 정도를 많이 뛰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5km까지는 내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은 너무 뻔한 말이지만,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차근차근 거리를 늘리고 차근차근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운동이 그렇다시피 무리한 운동은 정말 다시는 운동을 하고 싶지 않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아주 천천히 도전하시길 추천드린다.

비록 지금의 나에게 10km는 무리였지만, 10km를 목표로 삼았으니 또 5km를 쉽게 뛸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봄에는 반드시 10km를 뛸 수 있도록 꾸준히 연습해보겠다!



겨울 러닝 꿀팁


어쩌면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 중 한 명 정도는 러닝에 관심이 생기셨을 수도 있겠다. 나의 10km 러닝 도전기를 읽으시곤 오히려 관심이 사라지셨을 수도 있지만... 여전히 겨울 러닝은 매력적인 운동이기 때문에 나만의 꿀팁을 전수해드리겠다.


1. 뭘 입고 뛰어야 하나요?

영상의 온도에서 뛰기 위한 복장이다

결론은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영상일 경우엔 반팔티에 후리스 정도면 충분하다. 처음 나갔을 땐 약간 서늘하고 춥더라도, 뛰다 보면 금방 몸이 더워지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영하로 내려갈 경우엔 이야기가 다르다. 사실 영하의 날씨에 반팔티만 입고 뛰더라도, 땀만 난다면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 땀이 날 때까지 내 몸을 덥혀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 온도로 올라가기 전까지 내 몸이 별로 버티고 싶지 않아 할지도 모르므로, 반팔티에 후리스보단 좀 더 두껍게 입어주는 게 좋다. 후드티에 가벼운 점퍼가 좋겠다. 그래도 러닝 할 때 절대 두꺼운 패딩을 입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몸이 무거워 뛰기 어려울 뿐 아니라, 땀이 나기 시작하면 너무 더워서 집어던지고 싶어 질지도 모른다.

러닝 전문가인 고등학교 선생님의 첨언을 덧붙이자면, 본격적으로 달리기 위해서는 바람막이랑 경량 패딩을 입어야 한다고 한다. 안에 경량 패딩을 입고 그 위에 바람막이를 입고 달리면 칼바람 부는 한강을 달리더라도 견딜 수 있다.


2. 마스크 안 불편한가요?

개인적으로 마스크는 러닝에 큰 장벽이 되지는 않았다. 여름이라면 마스크를 끼고 뛰는 게 불편할지 몰라도, 겨울엔 오히려 마스크가 얼굴에 닿는 바람도 막아주는 역할을 해서 좋다. 그리고 겨울에 뛰다 보면 급하게 찬 공기를 들이마셔 가슴이 아플 수도 있는데, 마스크를 쓰면 그런 통증도 어느 정도 방지해줄 수 있다.


3. 신발은 아무거나 신고 뛰어도 되나요?

아니요. 절대 아니다. 러닝화에도 나에게 잘 맞는 러닝화가 있다. 발의 아치 정도에 따라 신어야 하는 러닝화의 종류도 다르다.

안정화는 안쪽에 아치가 있어 발을 지지해준다.

흔히 ‘평발’이라고 불리는 과내전 발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제어화’와 ‘안정화’로 분류되는 러닝화를 신기를 권한다. 평발이 심해 거의 아치가 없는 경우에는 ‘제어화’를, 약한 평발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는 ‘안정화’를 추천한다. 흔히 우리가 나이키나 아디다스에서 볼 수 있는 신발은 대부분 쿠션화로, 적당한 아치를 갖고 있거나 혹은 아치가 높은 과외전 발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나는 아주 심하진 않지만 평발이기 때문에, 아식스의 유명한 안정화인 ‘젤 카야노’를 구매해서 신었다. 평발이 있을 땐 이렇게 맞는 러닝화를 신어줘야 발이 쉽게 피로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4. 뭘 들고뛰어야 하나요?

뛸 때 뭘 들고뛰냐고? 사실 정말 아무것도 들고뛰지 않는다. 가방을 따로 메거나 물병을 들고뛰는 것은 거추장스럽다. 핸드폰은 손에, 카드는 주머니에 넣고 뛰는 게 전부다. 애플워치 같은 스마트워치가 있다면 좋기야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꼭 필요하진 않다고 느꼈다. 아직은 한강처럼 어딘가에 가서 뛰는 게 아니라 집 근처를 뛰는 것이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5. 어떻게 뛰어야 올바르게 뛰는 거죠?

러닝을 할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자세다. 일단 뛰기나 해^^라는 말을 나 스스로에게도 하고 싶지만, 그래도 잘못 뛰면 안 뛰느니만 못하다고. 나는 평발을 가지고 있고, 발목이 약해서 뛸 때도 주의해야 한다.

발목이 약한 나는 뛸 때의 자세부터 다시 배웠다. 발목이 약해서 발목을 잘 쓰지 못하고 대신 종아리를 많이 쓰는 편인데, 필라테스 선생님께서 나의 이러한 자세가 엉덩이를 약화시키고 종아리 알만 발달시키는 주원인이라고 지적하신 바 있다.

그래서 뛸 때 발의 중간부터 닿아야 하고, 뛸 때 종아리가 아니라 정강이 앞쪽이 아파야 제대로 잘 뛰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달리는데 종아리만 터질 것 같이 아프다면, 분명 잘못 뛰고 계신 거니 자세를 한번 체크해보길 바란다. 내가 4일 차에 정강이와 발목 앞쪽이 아팠던 것은, 내가 맞게 잘 뛰고 있음을 의미한다! 뛰는데 허리가 아프거나 무릎이 아프다면, 그것도 잘못된 자세로 뛰고 있다는 의미다. 잘못된 자세로 많이 뛰다 보면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도 하기에, 천천히 무리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무리하지 말자.





겨울 러닝은 약간 노천탕 같다. 겨울 노천탕에 가면 노천탕에 몸을 담그기 전까지는 정말 춥지만, 막상 몸을 담그면 얼굴은 차갑지만 몸은 따뜻해서 아주 노곤 노곤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겨울 러닝도 비슷하다. 찬 바람을 맞으면서 동시에 몸에 열이 나는 것을 느끼면, 정말 뛰기 좋은 계절은 겨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여전히 러닝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혼자 뛰는 게 어렵다면, 같이 뛸 사람을 구해보는 것은 어떨까? 러닝은 혼자 하는 운동이지만, 혼자 해야만 하는 운동은 아니니까.

“사람들 앞에서 옆에서 같이 뛰니까 힘나서 뛰게 되고, 심지어 양화대교를 뛰는데 너무 좋더라고. 그래서 그걸 느끼고 싶어서 계속 뛰는 거야.” 러닝을 하는 쌤이 내게 말해준 말이다. '같이 뛴다’는 것은 러닝의 매력을 배가해준다. 나도 지금까지 소개한 5일간의 러닝 도전기 중, 다른 사람과 함께 뛰었던 1일 차 러닝이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그러니 혼자 뛰는 게 어렵다면 친구 한명 꼬셔서 같이 뛰어보자.


10km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겨울 러닝의 매력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겨울의 마지막에 건강을 위해 뭔가 시도해보고 싶다면, 한번 달려보시는 걸 추천한다. 무리하지 않고, 내 페이스에 맞게 천천히! 다른 사람과 같이 뛰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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