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하레
책은 작가의 손을 떠난 순간부터 모험을 시작한다. 발간(發刊)된 책은, 서점에 입고되어 자신을 읽어 줄 독자에게 발견(發見)되기를 기다린다. 서점 중, 대형 유통망에 의존하지 않으며 책방 주인의 취향으로 가득 꾸며진 작은 서점을 ‘독립서점’이라고 한다. 독립서점은 취향을 찾아 헤매는 나 같은 사람의 무언가를 자극한다. 서점이 가진 '지성의 집합'이라는 대표성에, 누군가의 감성과 애정이 덧대고 기워져 조금 더 특별한 느낌을 준다. 특히 세련되지는 않아도 소소하게 꾸며진 서점을 방문하면 더더욱 남의 취향을 훔쳐보는 것 같다. 그러니 어찌 ‘로버스 앤 러버스’에 적합한 주제가 아닌지.
또 다른 독립서점의 특징은 독립출판물을 다룬다는 것이다. 아마추어 작가의 두근거림과 서투름이 담긴 독립출판물은 그것만의 '날것' 바이브가 있다. 특히 그런 책들을 찾아 독립서점을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은... 뭐랄까, 현대 사회와 거리가 먼 듯한 느낌까지 준다. 마치 잘 정돈된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게 아니라 얼기설기 가꾼 텃밭에서 뽑아 먹는 것 같다. 나의 언어로는 채 구현하기 어려운 뭔가 감성적이고 포근하고 아기자기한 느낌. 그간 괜히 거리감을 느껴 왔지만, 이번 기회에 독립서점이 주는 삶의 바이브를 경험해 보기로 했다.
먼저 하나를 골라 무작정 가 보기로 했다. 독립서점은 책방 주인의 취향과 선호에 따라 꾸며진다는 특성상 ‘테마’ 내지는 ‘지향’을 갖는다. 가기 편한 위치에 있는 독립서점들을 알아보고, 그중 마음에 드는 테마를 골라 보았다.
초보 독립서점 탐방가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 사이트는 ‘동네서점’이다. 전국에 있는 독립서점과 동네 서점을 지도로 정리해 두어 참고하기 좋고, 테마지도 란도 있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해당 사이트를 통해 자주 가는 동네에 단골이 될 만한 독립서점이 있는지 찾아보면 좋을 듯. 미리 밝히지만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나의 독립서점 픽이 서울 및 서울 근교가 대부분인 것을 양해 바란다.
추리소설. 초등학교 때 ‘명탐정 코난’과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를 섭렵하고 중학교 때 영드 ‘셜록’을 덕질했으며, 여전히 ‘비밀의 숲’, ‘시그널’, ‘괴물’ 같은 장르물 드라마에 꽂혀 있는 나에게 너무나도 유혹적인 테마였다. 안 고를 수가. <미스터리유니온>은 꽤 자주 갔던 골목에 있는데, 왜인지 그동안은 막상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제는 힘차게 문을 열어 보자.
<미스터리유니온>이 있는 골목은 좁은 편이고, 입구 크기도 작아 지나치기 쉽다. ‘MISTERY UNION’이라고 적힌 깃발을 보고, 옛날 방문 같은 손잡이를 돌려 열고 들어가면 책으로 가득한 긴 공간이 펼쳐진다. 왼쪽(사진상 오른쪽)에 빼곡하게 들어찬 추리소설들은 미국-영국-일본 등 국가별로 나뉜다. 오른편(사진상 왼쪽)은 미스터리 장르를 다루는 격월간 잡지 ‘미스테리아’와 한국 소설들이 꽂혀 있다. 다작을 하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는 별도의 책꽂이를 차지하기도 한다.
선택지가 지나치게 많으면 되려 선택을 포기해 버리는 사람에게 책방은 조금 힘든 공간이다.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소설은 읽은 지 오래라 더더욱 힘들었다. 다행히 어떤 책을 고를지 고민될 때 추천해 주신다는 쪽지가 곳곳에 붙어 있어, MBTI가 본투비 I인 나도 용기 내어 사장님께 추천을 부탁드렸다. 1. 사회적 메시지가 있거나, 2. 아니면 아예 일상적인 주제였으면 좋겠다는 두루뭉술한 요청에도 진지하게 고민하시더니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 책 몇 권을 추천해 주셨다. 책 이야기를 하시는 사장님이 조용하게 신나 보이셔서, 추리소설을 정말 사랑하시는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추천받은 책 중 하나를 들고, 내내 시선을 잡아끌던 <미스테리아> 36호도 함께 구매했다. 이전 호 마지막 챕터에서 내내 찬양했던 드라마 ‘괴물’의 김수진 작가 인터뷰가 실려 있었기 때문. 추천받은 책은 비밀이다. 이유는 없다. 그냥 혼자서 처음 찾아간 독립서점에서 처음 추천받은 책이라는 소소한 의미 부여 정도.
사실 <미스터리유니온>은 아주 세련되게 꾸며진 공간은 아니다. 다만 ‘골목 안에 있는, 목조 인테리어의 추리소설 서점’이라는 공간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들어가는 순간 바닥부터 천장까지 메운 책들과, 나무판자 같은 천장이 오래된 저택의 숨겨진 서재 같은 느낌을 준다. 사장님이 계신 책상 뒤편에 있는 (서고로 추측되는) 반투명 유리 나무 문도 그러한 분위기에 한몫한다. 특히 어둠이 살짝 내려앉기 시작한 저녁 즈음 가면 노란빛 조명과 우드톤이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더욱 살려 준다.
<책방을 위한 포스터> 전에서 까만개 프레스의 황은영 대표는 이러한 느낌을 살려 작업했는데, 책방 내부에 사건의 중심이 되는 비밀 공간이 있다고 상상했다고 한다. 포스터를 보면 가장 왼쪽 방이 <미스터리 유니온>의 실제 공간이다. 또는 실제가 아닐 수도? ‘추리소설’이라는 테마 때문인지는 몰라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임에는 틀림없다.
“하드보일드 관련 작업을 하며 해밋의 단편들을 읽고 있었는데, 마침 이번 의뢰를 받아 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미스터리 유니온을 택했다. 탐정소설은 공간성이 부각될 때가 특히 많은데, 미스터리 유니온 서점 내부에 숨겨진 공간이 있다고 상상하고 그것을 사건의 무대가 되게끔 작업했다. 미스터리 전문 서점이 미스터리하게 존재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 황은영 일러스트레이터
여기저기 독립서점을 찾아보면서 놀랐던 것은, 생각보다 내가 좋아하는 지역에 독립서점이 많다는 것이다. 혜화, 해방촌, 서촌, 연희동, 연남동 등등. 세상에, 나는 왜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거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사람은 늘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는 자아성찰을 잠깐 하고, 다음은 어떤 책방을 가 볼지 고민해 봤다. “돈 걱정 안 해도 된다 치고, 나중에 살고 싶은 곳을 하나만 꼽는다면?”이라는 질문에 늘 “서촌!”이라고 대답해 왔던 나로서는 서촌을 고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가게 된 서촌의 독립서점 <서촌 그 책방>과 <일일호일>을 소개한다.
경복궁역에서 내려 위로 쭉 걷다가 토속촌 삼계탕 앞 좁은 한옥 골목을 따라 더 걷다 보면 나온다. 일단 외관이 마음에 든다. 안으로 들어서면 책꽂이에 책들이 얼기설기 꽂혀 있고, 구매한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책마다 책방 주인의 코멘트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주제, 추천 대상, 간단한 소감 등이 적혀 있고 페이지마다 포스트잇과 밑줄, 메모가 있어 마치 남의 서재를 구경하는 기분이었다. 앞서 말했듯 선택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내게 이러한 코멘트는 수맥 탐지기 같은 것이다.
사장님과의 대화를 놓칠 순 없었으므로, 일단 “혹시 사장님이신가요?”로 대화의 물꼬를 텄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 너무 웃지 마시길... 친근해 보이려고 마음속으로 톤을 오백 번 연습했다. 다행히 책방 주인분께서 따뜻하게 웃으면서 맞아 주셔서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메모와 추천글을 다 직접 쓰셨냐고 물었더니, 본인이 직접 읽은 책만 가져다 두고 추천하는 것이 <서촌 그 책방>의 콘셉트이자 원칙이라고 하셨다. 다독보다 중요한 것이 ‘완독’이라고들 하는데, 이 책방의 사장님은 둘 다 하고 계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메모해 본 적이 없어 어렵다고 했더니, 본인만의 방법을 자세히 추천해 주셨다.
“많은 분들이 책에 메모하는 것을 주저하시는데, 사실 전혀 어려워할 것 없어요. ‘내 책’이잖아요! 일단 읽으면서 밑줄을 긋고, 생각난 것을 간단하게만 적어 두는 거예요. 단어만이라도 좋아요. 그러고 나서 한 챕터가 끝나고 나면 본인이 밑줄 친 부분을 다시 읽어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거죠. 처음은 어색하고 어렵지만, 습관이 되면 점점 쉬워져요.”
꼭 시도해 보겠다는 다짐을 전한 후, 선물용 책을 하나 추천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책방 주인이 직접 읽고 메모까지 남긴 책들이어서 그런지, 주제와 내용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며 몇 권을 추천하셨다. 그중 책방지기 본인의 ‘인생 책’으로 꼽는다는 한정원 작가의 <시와 산책>을 선물용으로 고르고, 읽어보고 싶은 책 한 권을 샀다. 선물하는 책이라고 말씀드리면 아기자기하게 포장도 해 주신다. 내가 고른 책을 보시더니 “노란색으로 색깔 맞춰서 사신 건 아니죠?”라고 장난스럽게 말씀하시며 책모임 회원이 만들었다는 지우개 도장도 상단에 찍어 주셨다.
현재 2022년 책모임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월 1회 모임으로 5개월간 진행된다. 심지어 저 멀리 제주도나 부산에서 오시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책방 사장님은 전직 독서모임 강사로 활동하시다 책방을 여신 지 5년째라고 하시는데, 독서모임의 가장 큰 매력으로 혼자서는 읽지 않을 책도 함께 읽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정기 책모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인스타, 브런치 등으로 더 알아 보길 추천한다.
서촌 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통인시장 입구 맞은편에, 귀여운 간판과 함께 유리창이 시원하게 달린 한옥 건물을 볼 수 있다. <일일호일>은 ‘매일매일 건강한 하루’라는 뜻으로, ‘건강책방’이라는 테마를 갖고 있다. 들어가 보면 실제로 몸 건강, 마음 건강, 동물과의 건강한 공존, 자연, 식물 등 건강에 대한 책들이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사실 내부는 책방이라기보다는 카페에 가깝다. 사진은 시그니처 메뉴인 벨벳 아메리카노와 비건 무화과 스콘. 공간 활용 역시 책방보다는 카페가 위주인 듯하다. 이러한 점이 다소 아쉽지만, 한옥에서 커피와 함께 책을 읽으며 예쁜 마당 뷰를 곁들이면 온전히 내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완벽하게 내 취향이다. ‘매일매일 건강한 하루’가 이런 곳에서는 정말 가능할 것만 같은 기분.
일단 책방에 왔으니 책을 한 권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몇 권 골라 읽어 보았다. 그중 ‘몸’을 여성주의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을 선택했다. 책을 사면 손님 한 분이 그린 일일호일 전경 미니 엽서를 함께 준다. <일일호일>은 햇빛이 적당히 기우는 오후 3-5시 사이에 방문하면 특히 예쁘다. 마당의 대나무 그림자가 흰 벽에 비쳐 그림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외에도 서촌에는 역사책방, 피스북스, 오프투얼론, 이라선 등 다양한 독립서점이 위치해 있다. 아예 날을 잡고 독립서점 투어를 하다 보면, 익숙한 곳에서도 처음 가 보는 골목골목을 누빌 수 있다. 다만 책방마다 휴무일이 다를 수 있으니 미리 알아보고 갈 것. 물론 서촌뿐만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곳들 모두 특히 책방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다. 친구들을 만날 때, 또는 혼자 돌아다닐 때, 조금 더 똑똑해 보이는 루트가 필요하다면 답은 독립서점이다.
단순히 책을 사는 행위만으로는 대형 서점과 다른 독립서점의 차별점을 느끼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공간을 온전히 경험하려면 그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법. 그러나 상품을 판매하는 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려면 그만큼 구매해야 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미덕이다. 경제적 여유도, 산 책들을 둘 공간적 여유도 없어 낙심하던 찰나 ‘일일 책방지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독립서점들을 발견했다. 서울 근교의 서점 중 성수 <스토리텔링>과 의정부 <동반북스>가 눈길을 끌었다. 글을 쓰던 당시 <스토리텔링>의 책방지기 프로그램은 쉬어 가고 있어 2월부터 신청 가능했다. (현재 신청 가능하다!) 조금 멀지만 <동반북스>를 택했다. 귀여운 길고양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니 설득 완.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5시간 동안 서점 운영 및 정해진 일들을 하면 된다.
1호선을 타고 의정부역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책방 골목에 도착했다. 아파트 단지 앞 골목이라 생각보다 더 조용하고 한적하다. 두시 즈음 책방에 도착하면 일일 책방지기 일지와 함께 추천도서와 엽서 선물을 준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 주인 또는 직원 분이 나가면 그때부터는 오롯이 나 혼자만의 공간이 된다. 물론 일일 책방지기로서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손님맞이는 물론이고, 추천도서 고르기, 음악 선곡 등을 해야 하고, 서점을 찾아오는 고양이들을 챙겨 주는 일도 있다. 끝나면 일지에 추천도서와 선정 이유, 간단한 소감문을 작성하기만 하면 된다.
‘동물’을 주제로 한 책방답게, 동물 관련 서적들이 매우 많다. 반려동물 교육법, 기후위기, 비거니즘, 길고양이, 펫로스 등의 주제가 에세이, 만화, 소설, 그림책, 잡지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정리되어 있다. 책방 내부를 둘러보고, 관심 가는 책들 몇 권을 뽑아 읽어 보고, 종종 가게 앞을 서성이는 길냥이들 사진을 찍던 시간이 심심하기는 해도 무료하거나 지루하지는 않았다. 정말 하루 종일 책을 읽었다. 그 어떤 방해 요소 없이, 온전히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평일이긴 했지만 실제로 책방지기로 있는 동안 온 손님도 두 명뿐이었다. 따라서 주로 할 일은 둥이 보살피기, 였지만 이마저도 둥이가 내리 잠만 자느라 내가 할 일은 없었고 하지 말아야 할 일만 생겼다. ‘귀찮게 하지 않는 것’. 둥이는 <동반북스>의 마스코트인데, 길고양이지만 돌아다니다가 꼭 책방 안에서 밥을 먹고 낮잠을 자는 요망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이다.
책으로 둘러싸이고 옆에서는 고양이가 따뜻하게 낮잠을 자는 곳. 현실의 나에게는 없는 꿈같은 공간이지만 여기서는 5시간 동안 현실에서도 그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본인만의 서재, 또는 실제 본인의 책방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런 시간과 공간을 한 번쯤 경험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잠시 빌려온 공간과 행복임에도 온전히 내 것처럼 편안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아직 그렇게 많은 곳을 가 본 것은 아니지만, 단기간에 새로운 서점을 많이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이제 독립서점은 왜 가는 걸까, 라는 질문에 어느 정도 나만의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형 서점을 가면 책의 분류는 대부분 이렇다.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한국 문학, 한국 비문학, 외국 문학... 그 자리에 그대로 꽂혀 있기만 한 책들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독립서점에서, 책들은 책방 주인을 통해 선택되어 일차적으로 생명력을 부여받고 테마에 따라 더 돋보이기도 한다. 이쪽 서점에서는 눈에 안 띄다가도, 저쪽 서점에서는 당장 읽어보고 싶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독립서점에서는 그 수만큼 다양한 시각과 취향을 간접 경험하게 된다.
글의 시작에서 말했듯 독립서점은 나 같은 취향 유목민을 자극한다. 타인의 취향이 압축된 공간을 방문하는 것만으로 내 취향 역시 자기들끼리 부딪히고 섞이고 정돈된다. ‘독립서점’이라는 소재를 고르고, 여기저기 찾아보면서 가고 싶은 책방만 한 바가지가 되었다. 마당책방, 통문관, 클래식책방, 지금의 세상… 지도 어플에 리스트를 만들면서 나의 공간적 취향을 조금 더 알게 되었다. 남의 입맛이지만 따라서 이것저것 찍어 먹다 보니 어쩌다 어라? 괜찮네? 맛있네? 하는 것들이 축적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기에 본인의 취향을 아직도 모르겠다는 당신, 독립서점을 많이 다녀 보길 추천한다. 타인의 압축된 취향을 한 번에 보기에 독립서점 만한 곳이 없다. 일단 사는 곳 근처에서, 평소 좋아하던 곳으로 넓혀 보면서 남의 취향이라도 찍어 먹어 보시길. 그러다 내 취향에도 맞으면 살짝 망태기에 넣으면 된다. 이 글을 모든 취향 유목민에게 바친다. 우리 모두, 정착하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