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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스앤러버스 Jun 22. 2022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시네필' 되어 보기

에디터 먼지

  ‘영화를 좋아한다’는 문장만으로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 영화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기에 그렇고, ‘영화’의 어떤 면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는 탓이다. 영화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집에서 편안하게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스펙터클한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따지자면 둘 다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IMAX나 4D 상영처럼 영화관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런 촬영이 가능할 정도로 자본력이 받쳐주는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다. 1호에서 유니버스에 미친 사람들을 인터뷰한 이유가 다른 데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디 가서 ‘저, 영화 좋아해요.’라고 당당하게 말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내가 마음속으로 그려온 진정한 ‘시네필’의 모습 때문일 테다.


‘어, 그 영화 알지. A 감독 영화 아냐? 이번에 새로 나온 영화 B도 A감독 영화잖아. B는 왠지, 원래 그 감독 스타일과 좀 다르던데. A 감독 다른 영화 중에 C라는 게 있는데, 진짜 괜찮아. 네가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거든, 추천할게.’   
내가 그려왔던 시네필은 아마도 이런 사람이었다.


  ‘왓챠피디아(구 왓챠)’라는 영화 평점 앱을 사용하는데, 이용자들이 영화마다 별점을 남기고 평가를 남길 수 있다. 일종의 SNS와 비슷해서, 이용자들의 프로필을 누르면 지금까지 몇 개의 영화를 봤는지, 영화에 대한 별점은 어떻고, 어떤 글을 썼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영화를 보고 리뷰를 남기러 들어갈 때마다 다른 사용자들의 평가에 자주 감탄한다. ‘아니 어떻게 이 영화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글을 쓸 수 있지?’ 하고 놀라게 된다. 평가에 우열을 가릴 수는 없지만, 상당히 분석적이거나 통찰력 있는 평론을 마주하면 깊이 감동받는 동시에 그런 글을 쓸 수 있음이 무척이나 부럽다. 감독에 대해 잘 알고, 좋아할 만한 영화를 추천해줄 수 있는 그런 멋진 능력은 말할 것도 없다.

  한 컷 한 컷에서 자본의 향이 느껴지는 나의 영화 취향은, 그 무엇보다 주류이지만 동시에 좁은 영화 취향임이 분명했다. 그동안 동경해온 멋진 영화력(力)을 갖기 위해 내가 넘어야 할 산은 소위 ‘예술 영화', ‘독립 영화'로 분류되는 ‘다양성 영화’들이다. 그동안의 내게 이런 영화들은 마치 도도한 고양이 같았다. ‘진정한 씨네필이라면 이런 것을 즐겨야지, 암’이라고 새침하게 말하는 고양이 말이다. 그래서 도전해보기로 했다. 내가 상상해왔던 ‘그’ 시네필이 되기 위해!



전주국제영화제에 가다


  극심한 MBTI ‘E’ 성향을 가진 나는,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면 그런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가야 한다고 믿는다. 무언가를 같이하는 데서 오는 재미와 적절한 강제력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알고 싶으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야 한다. 영화제를 선택한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전국의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지 않겠는가! 타이밍 좋게 열렸던 전주 국제 영화제는 우리나라 3대 국제 영화제 가운데 가장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영화를 많이 상영하는 영화제다.

  2022년 전주국제영화제는 4월 28일 개막작인 ‘애프터양'을 시작으로, 지난 5월 7일 막을 내렸다. 나는 어린이날 연휴를 끼고 영화제 후반부에 들러 이틀간 총 세 편의 영화 <파리의 책방>, <청춘을 위한 앨범>, <아슬란을 찾아서>를 관람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맨땅에 헤딩하듯 다양성 영화에 도전했던 후기를 나누고자 한다.



파리의 책방

   프랑스에 대한 환상과 책방에 대한 낭만이 있는 내게 <파리의 책방>이라는 영화는 예매 1순위였다. 예매할때는 이렇게 생각했다. 파리의 책방 주인의 어떤 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가 아닐까?

  그런데 영화는 예상과 전혀 딴판이었다. 주인공이 책방의 사장이라는 것을 제외하곤, 파리와 책방은 그저 영화의 배경일뿐이었다. 화면에 종종 잡히는 에펠탑이 아니라면 이곳이 파리의 책방인지, 런던의 책방인지, 베를린의 책방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고, 책방도 그저 드라마가 펼쳐지는 배경에 불과했다.

  게다가 인물들 사이 격정적인 로맨스의 스파크가 튀는데, 상당히 급하게 전개가 되어 감정선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마치 미드 속 한 장면처럼 급작스레 서로의 뺨을 붙잡고 격정적인 키스를 하다가도 갑자기 냅다 뺨을 때리는데… 알고 보니 프랑스어 원제는 ‘Il materiale emotivo’로 ‘The emotional material’이라는 뜻이더라. 확실히 격정적인 감정으로 가득한 영화 내용에는 ‘파리의 책방’이라는 제목보다 훨씬 더 잘 어울린다.

프랑스와 한국의 포스터 차이


청춘을 위한 앨범

  이 영화는 특별히 코멘트 달 것이 없다. 그 이유는 졸았기 때문이다… 첫째 날 밤 신나게 전주의 밤을 불태웠기에 피곤한 상태였던 것도 맞다. 이게 10시 반 아침 영화였던 것도 맞다. 최악의 조건 속에서 정말 열심히 졸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기승전결의 ‘기'밖에 없는, 이 지나치게 아무 일 없는 영화의 흐름에 어느샌가 잠들어있었다.

  비록 상당 부분 졸기는 했으나 확실히 드라마틱한 요소가 없는 영화였음은 장담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갈등도 치열함도 없이 ‘거리를 두고 바라본다'와 같은 영화 홍보문구가 ‘이 영화는 졸릴 것'임을 알려주는 경고 메시지였던 셈이다.


아슬란을 찾아서

  이 영화 역시 예상했던 내용과 사뭇 달랐다. ‘노르웨이에 사는 저널리스트가 난민 실종 사건을 조사하면서 삶과 정의를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한다’니. 시놉시스 내용만 보고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처럼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영화일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흡입력 있게 사건에 집중하는 장르물이라기보다, 사건을 다루는 저널리스트의 고요한 일상을 그저 보여주는 영화였다.

  ‘아슬란'은 주인공인 저널리스트 ‘아스타'가 찾으려는 난민의 이름이다. 아스타는 우연히 이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되고 아슬란을 찾으려 여러 시도를 하지만 결국 찾지 못한 채 영화가 끝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아스타가 이주민 출신인 애인 리브에게 ‘노르웨이에서 좋은 게 뭐냐'며 던지는 질문이다. 아주 조용히 흘러가듯 물었지만 정말 이 나라가 살기 좋냐는 냉소적인 의문이 담겨있을 테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케아풍의 북유럽 인테리어와 귀여운 고양이가 만들어낸다. 차갑고도 안락해서, 이질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고요하고 차분한 가운데 온기가 느껴지는 구석이 있다. 여기엔 아스타와 리브 사이의 애정도 한 몫했다. 과연 감정이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 정도로 건조해 보이는 아스타이지만, 리브와 함께하는 일상과 서로에게 조용히 행동으로 표현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던 영화다.



전주 국제 영화제를 갈 때 알아둘 것들


  인생 첫 영화제의 세 편의 영화를 보며 느낀 감상과 함께, 다시 영화제에 올 때 염두에 둘 만한 몇 가지 팁에 대해 공유해보고자 한다.


제목으로 판단하지 말자

  영화제 예매 당시에 세 편의 영화를 고른 기준은, 조용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영화였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판단했냐고? <파리의 책방>, <청춘을 위한 앨범>... 솔직히 제목이었다. 얼마나 기분 좋아지는 제목인가? 영화의 제목만 보고는 <미드나잇 인 파리> 속의 파리나,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속 엘리오의 찬란한 청춘까지 떠올렸다. 실제 영화의 내용과는 달랐지만.

  그래, 솔직히 과하게 기대했다고 인정한다. 처음 가보는 영화제에, 운명처럼 인생영화를 만나고 싶다는 소망도 담겨있었다. 다양성 영화라면 자본력만 부족할 뿐 작품성이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형 프랜차이즈의 영화라고 반드시 작품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듯,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라고 해서 반드시 엄청난 작품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첫 영화제에 인생작을 만날 거라는 기대나 제목만으로 내용을 부풀리는 상상은 하지 않기를 권한다. 그랬다간 실망하기 십상이니! 마음 편하게 가서 영화의 ‘예상 깸'을 즐기길 바란다.  


졸아도 괜찮아

  2시간 자고 아침 6시 조조로 영화를 보러 가도 눈이 반짝이고 쌩쌩하던 나다. 그래서 나는 영화 볼 때 절대 안 자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 영화제를 계기로 자신이 너무 오만했음을 깨달았다. ‘내’가 잠을 안자도 똘망똘망 영화를 볼 수 있는 체력왕이었던 게 아니라, 내가 봤던 ‘영화’가 엄청난 액션과 사운드를 동반한 IMAX 영화들이었다는 것을… 닥터스트레인지의 화려한 액션을 보면서 어떻게 잠이 오겠나.

  알고 보니 전주 국제영화제는 잠이 오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영화제였다. 실험적인 영화들이 많은 영화제 특성상 드라마틱함이 없는 경우가 많다. 어두운 영화관에, 편안한 좌석에, 영화까지 조용하다면 잠이 오기 딱이다. 같이 갔던 언니에 따르면, 전주에서는 영화 보러 왔다가 편안하게 자고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한다. 생판 모르는 관람객들한테서도 지나가면서 ‘영화 어땠어?’ ‘자서 몰라'라는 대화를 들었으니! 이 정도면 전주는 졸음에 주의해야 하는 영화제다.

  그래서 더더욱 영화를 반드시 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보겠어!라는 기대는 내려놓는 게 좋다. 졸았다고 해서 자신에게 실망할 필요 없다. 난 영화제랑 안 맞나 보다며 풀 죽을 필요도 없다. 다들 그러니까! 영화제에 온 것만으로 반 이상은 성공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인기 영화보단, 단편 영화를

  인기가 많은 영화라고 해서 재밌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아무래도 관람객 대부분 영화의 후기를 보지 않고 예매하다 보니 시놉시스가 매력적이거나, 제목이나 포스터가 보고 싶게 만들면 인기가 있는 듯 보였다. 사람들이 많이 보면 재밌는 거 아니겠냐고? 아니… 다 속은 거다…

  ‘청춘을 위한 앨범’은 예매 당시 인기가 무척 많았던 탓에 앞에서 두 번째 줄 맨 왼쪽 자리였는데, 목을 꺾어 화면 오른편의 자막을 읽으면서 조느라 목에 담까지 왔다. (일반 영화관의 자막이 화면 아래쪽에 깔리는 것과 달리, 영화제의 자막은 화면 오른편에 세로로 달린다!)

  전주는 오히려 단편 영화들이 재밌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단편 영화를 예매하면 여러 단편 영화를 보여주는데, 짧기도 하고 임팩트 있는 경우가 많아 추천한다고 들었다. 예매하기 전에 이 꿀팁을 알았다면 더 좋았을 것을!



영화 말고 영화제는 어땠는데?

  전주 국제 영화제 자체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 테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제 개막 3주 전부터 예매가 시작됐다. 1차로는 더 저렴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모바일 예매권을 판매하고, 개폐막작 예매-일반 상영작 예매 순으로 이뤄진다. 예매를 할 예정이라면 반드시 전날에 회원가입을 하고 30분 전부터 로그인을 해놓고 기다려야 한다. 이번에 예매사이트 서버가 터지는 바람에, 하마터면 영화제에 가지 못할 뻔했다. 예매를 할 때에는 보려는 날짜와 영화에 해당하는 고유 코드를 기억해두길 바란다. 영화별로 예매 창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 영화 리스트를 스크롤 다운해가면서 고르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고유 코드를 알고 있어야 원하는 영화를 예매하기 쉽다.

  전주 국제 영화제는 cgv 전주고사점과 씨네큐 전주영화의거리점, 두 개의 영화관에서 거의 모든 상영관을 활용하여 동시 상영한다. 두 개의 영화관 사이 거리가 도보로 2-3분 거리여서, 어디에서 영화를 보든 영화 스케줄을 짜기에 용이하다. 보통 상영관 당 아침, 점심, 저녁, 밤 이렇게 네 타임으로 영화를 상영하고, 전주에 출품된 작품은 전체 영화제 기간 동안 작품 당 3번 정도 상영한다. 티켓은 지류 티켓과 모바일 티켓 둘 다로 입장 가능한데, 기분을 내기 위해선 지류 티켓을 반드시 뽑아야 한다.

  전주 국제 영화제는 전주영화의거리를 중심으로 열린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심볼, ‘전주 큐브’가 있는 오거리 문화광장을 시작으로 거리에 매단 현수막이 이곳이 영화제 현장임을 보여준다. 전주 돔까지 이어지는 영화의 거리는 영화를 상영하는 cgv 전주고사와 씨네큐를 지나는데, 중간중간 영화제 굿즈를 판매하는 가판대가 있다. 영화관 앞에는 각종 부스들이 즐비해있다. 솜사탕을 팔기도 하고, 조그만 액세서리를 판매하기도 한다.

좌: 전주큐브(전주스퀘어), 우: 영화의 거리


  보다 본격적인 영화제의 공식 부스는 전주돔 쪽에 위치해있다. 안내 부스를 비롯해서, 각종 브랜드의 협찬 부스를 볼 수 있다. 영화제 공식 굿즈샵도 이번에 전주돔 앞에 설치되었다. 난 영화제 후반에 방문했던 터라, 대부분의 굿즈는 이미 팔리고 없었다.

  전주돔은 엄청 큰 천막 형식의 실내 공연장으로 개막식과 폐막식을 여기에서 진행한다. 몇 개의 작품은 돔에서 ‘돔 상영’이라는 이름으로 상영하는데, 내부가 엄청 넓어서 단체로 관람하기 좋다고 한다. 아쉽게도 올해가 전주돔 마지막 설치라고 한다. 대신 같은 위치에 전주독립영화의 집이 설치되어 24년 완공 예정이라고 하니, 2024년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생기겠다.


이 곳이 전주돔


전주 말고 다른 영화제는?

  전주는 이미 지났지만, 다행히도 전주가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제이기에 아직 갈만한 영화제는 많이 남아있다. 특히 전주 영화 후기를 보고 영화제 영화들은 다 재미없을까 겁을 먹었다면, 다른 영화제를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규모 순으로 영화제를 소개한다.


부산국제영화제 BIFF

  영화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알만한 영화제가 바로 부산국제영화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5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부국제를 다녀온 친구에 따르면 훨씬 규모가 크고, 개봉 전 상업영화도 종종 상영한다고 한다. 전주에서는 보다 실험적인 예술, 독립영화가 많았다면 부산은 독립영화 중에서도 좀 더 대중의 입맛에 맞을 만한 영화들이 많다고 한다.


2021 BIFF 상영작 톺아보기

    아네트, 언프레임드, 마이네임(넷플릭스 드라마), 라스트 나잇 인 소호 등 영화제 이후 개봉했거나 OTT 상영작이 많다.   

    수상작 이외에도 러빙 빈센트, 친절한 금자씨, 플립, 삼진 영어 토익반, 무간도,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 등 과거 개봉작을 특별 상영하는 경우가 많다.   

    수상작: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초록 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BIFAN

  부산, 전주, 부천 국제영화제를 국내 3대 영화제라고 부른다. 부천 영화제는 장르영화를 다루는 장르영화제다. 호러, 스릴러, SF, 심지어 고어 영화까지…, ‘판타스틱'이라는 이름이 아마도 이런 장르 영화적 특성을 반영한 이름이 아닐까 생각한다. 올해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는 7월 7일부터 17일까지 열린다. 얼마 남지 않았다!

  가장 많은 수의 상영작이 포함되는 월드 판타스틱 레드 존은 액션 호러 스릴러 장르만 모아놓은 섹션이고, 심지어 ‘제한상영가’의 고어 영화만 상영하는 ‘금지구역' 섹션이 있으니 장르 팬들은 참고하면 좋겠다. 물론 이런 장르 영화 말고도 보다 덜 스릴러틱하고 대중적인 장르들도 상영한다.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들이 많다고 한다.


2021년 BIFAN 상영작 톺아보기

    랑종, 내가 죽던 날, 디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등 스릴러 호러 장르가 대표적이다.   

    수상작: 랑종, 그녀는 만찬에 초대받지 않았다, 속거나 속이거나, 님비: 우리 집에 오지마  



제천 국제 음악 영화제 JIMFF

제천 국제 음악 영화제는 이름답게 음악영화를 많이 상영한다. 올해는 8월 11일부터 16일까지 열린다. 음악공연과 함께 진행되는 것이 제천영화제의 특징인데, 특히 올해는 <위플래시>와 <라라 랜드>의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가 단독 공연을 연다고 한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길 바란다!


2021년 JIMFF 상영작 톺아보기

    루카스 그레이엄의 7 Years / 천명의 락커, 하나의 밴드 / 패니: 락의 권리 / 엘리제를 위하여 등 제목만 들어도 음악 영화로 보이는 영화들을 많이 상영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자우림, 선우정아, 소란, 에픽하이, 헤이즈 등 국내 유명 가수들의 공연도 함께 열렸으니 음악영화와 음악공연을 함께 즐기고 싶다면 강력 추천  



‘다양성 영화’, 맛보기

  상업 영화를 좋아하지만 ‘다양성 영화’로 자신의 취향을 넓히고 싶은 분들에게, 맛보기 용으로 몇 가지 영화를 추천하려고 한다. 전문가가 아닌 순도 100%의 일반인 시선에서 ‘이 정도는 괜찮겠다!’ 하는 영화를 꼽아봤다.

  *제작 당시에 독립영화였거나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인 경우 포함했다. 예술 영화의 경우, 경계가 모호하기에 지극히 내 기준 예술 영화스럽다! 할 정도로 영상미가 좋은 영화를 골랐다. 처음 한 발을 내딛기 위해서는 일단 유명한 작품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으로 다수의 명작 영화를 포함했다.



[국내] 한국 독립영화 명작이 궁금하다면?

: 파수꾼, 메기, 찬실이는 복도 많지


한국 독립영화 명작으로 꼽히는 수많은 작품 가운데 세 영화를 뽑았다.

<파수꾼>은 2010년작으로, 2010년대 한국 독립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청소년기 남학생들의 친구관계, 폭력과 상처, 그리고 이로 말미암은 비극을 다룬 이야기다. 조금은 묵직한 영화를 보고 싶다면, 무명시절의 배우 이제훈과 박정민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파수꾼>을 추천한다.

<메기>와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모두 2019년 작품이다. 비교적 오래된 명작인 <파수꾼>과는 달리, 두 작품은 최근 2-3년 내 한국 독립영화에서 손꼽히는 작품이다. <메기>는 성관계 엑스레이 사진으로 발칵 뒤집히는 병원에서 시작하는 영화로, 몇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무엇을 믿을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다. 코믹하고 독특한 연출, 생각해볼거리를 함께 얻어가고 싶다면 메기를 추천한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집도 없고 일도 끊긴, 소위 아무것도 없는 영화 프로듀서 ‘찬실'의 씩씩하고 따수운 일상을 보여준다. 잔잔한 위로와 힐링이 필요하다면, 두 영화보다는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추천한다.



[국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를 원한다면?

: 가버나움, 플로리다 프로젝트, 케빈에 대하여


국제 경쟁작은 두 부문으로 나눴다. 저예산 영화이면서 생각할 거리를 주는 세 가지 영화를 꼽았다. 차례로 <가버나움>, <플로리다 프로젝트>, <케빈에 대하여>다.

영화 <가버나움>과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아이와 가난을 다룬다. <가버나움>은 오랜 전쟁으로 황폐화된 레바논 빈민촌의 ‘자인'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 아이가 겪는 지독한 가난, 지고 있는 삶의 무게, 그리고 이로 인해 자인이 어떤 삶의 경로로 흘러가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한편,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디즈니랜드 근처의 모텔에 사는 아이 ‘무니’와 싱글맘 ‘핼리'의 이야기로, 화려한 디즈니랜드 변두리에 사는 이들의 삶을 보여준다. 삶을 직접 헤쳐가야 하는 ‘자인'과 달리, ‘무니'는 여전히 아이스러움이 잔뜩 묻어나지만 오히려 무니의 이 천진난만함이 현실과 대비되어 관객에게 묵묵함을 전한다.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현실의 이면을 바라보고 싶다면, 이 두 영화를 추천한다.

<케빈에 대하여>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던 ‘에바'와, 끊임없이 반항하고 이를 넘어서 잔혹함을 보이는 아들 ‘케빈'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에바와 케빈의 관계를 통해 모성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모성이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싶다면 케빈에 대하여를 추천한다.



[국제] 영상미 가득한, 어딘가 예술적인 구석이 있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 킬 유어 달링, 무드 인디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마지막으로 영상미 가득한 예술영화다. <킬 유어 달링>은 특유의 퇴폐적 분위기와 배우 ‘데인 드한’의 연기가 특히 매력적인 영화다. 1940년대 미국 대학의 분위기, 비트 세대의 정신을 느끼고 싶다면, 그것도 아름다운 미장센과 함께! 킬 유어 달링을 추천한다.

<무드 인디고>는 사랑을 표현하는 미셸 공드리 감독의 상상력 결정체를 볼 수 있다. 다채로운 색감, 초현실주의가 떠오르는 독특한 연출이 돋보인다. 영화에서만 가능한 연출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무드 인디고>를 추천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영화보다 포스터가 유명한 영화다. 한때 유행하던 ‘아날로그 파리’ 필터를 떠오르게 하는 분홍빛 색감은, 미스터리하면서도 동화적인 영화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눈도 즐겁고, 마음도 신나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단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다.



나가며

  전주 국제 영화제를 통해 다양성 영화의 세계에 한 발 내디뎠다고 믿는다. 영화제에서 봤던 영화들이 비록 내 ‘인생작'이 되진 못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평단이 손꼽는 명작이라도 왓챠피디아 예상 평점이 낮으면 머뭇거리던 내게, 아무런 정보 없이 무작정 영화관에 들어가는 것은 큰 도전이고 낯선 경험이었다.

  영화제에서 영화를 고르고 직접 영화를 까보고, 망하면 망한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영화 한 편을 완주하는 과정은 일종의 도전이다. 그 도전의 과정을 일상으로 옮겨와보려 한다. 집중해서 봐야 한다는 부담 없이, 뭔가를 가슴 깊이 느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일상의 도전으로 취향의 경계를 조금씩 넓혀갈 테다. 더불어, 내가 사랑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도 분명 멋진 취향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 이 영화를 보지 않으면 시네필이 아니야! 감히 누가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시네필이 별건가! 영화를 잘 알아야만, 평론가만큼의 지식이 있어야만 시네필인가! 영화를 보는 순간, 영화와 함께하는 일상을 사랑하는 이들은 모두 시네필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시네필 되어보기는 이미 우리 모두 시네필이었음을 알게 되었다는 깨달음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출처

Amazohttps://www.amazon.com/materiale-emotivo-Colonna-Sonora-Originale/dp/B09HMK4JZG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

https://moviestory.cgv.co.kr/fanpage/mainView;jsessionid=023C04D195B28D520486F5D28FFA39DA.STORY_node?movieIdx=85047

https://star.ytn.co.kr/_sn/0117_202109270934249546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11108_0001643428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22807#photoId=1383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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