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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스앤러버스 Jun 22. 2022

안 취향 체험기

  지난 호의 9번째 글에서는 로버스앤러버스의 모든 에디터들이 취향이 아닌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로  좋아하는 취향이 겹치기도 하고 “ 그거 좋은데요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지만, 모두의 취향을 존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자신의 글을 검열한 마음만은 같았을 것이다. 그때는 다같이 취향의 영역을 넓혀보자는 따뜻한 결론으로 마무리했지만, 이번 호에서는  취향들을 다시 끄집어  직접 체험해 보려고 한다. 체험잡지인 만큼 취향이 아닌 것들도 피해갈 수는 없다. 지난 글에 정말 시도하고 싶지 않은 취향만을 썼다면  무덤을  격이  것이다. 에디터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건을 제시했다.


- 지난 호의 ‘ 취향 1 택하여 참여

- 인증사진과 솔직후기 필수

- 인증사진은 노력한 사실을 확인할  있어야  


ex) 취향 아닌 노래    듣기 (X)

일주일 동안 이동할   곡씩 듣기 (O)



일영 - 한국 드라마

  체험해  ‘ 취향으로 국내 드라마/영화를 골랐다. 누군가는 ‘뭐야이거 날로 먹는  아냐?’라고 생각할  있지만,  입장에서는 황금 같은 쉬는 시간에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콘텐츠를 본다는  생각만 해도 괴로운 일이다. ‘ 시간에 지난 번에 보다  <워킹맘 다이어리> 본다면..<베터  사울> 본다면..’ 이런 생각들이  솟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내가 고른 드라마는 넷플릭스 1위를 달리고 있는 <나의 해방일지>. <범죄도시 2>에서 인상 깊게 봤던 손석구 배우가 나오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이 미쳐있다고 하길래 시도해 보았다.

  1화를  보았을 때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한국 드라마의 장점이라면 한국에만 있는 소소한 문화들을 재치 있게 보여준다는 것인데, <나의 해방일지>에서도 바로 그런 부분들이 좋았다. 퇴근 후의 소주와 삼겹살, 약속시간 2시간 전에 출발해야 하는 경기도민의 애환 같은 것들이 공감되어 기분 좋게 웃으며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한드의 최대 단점..전개가 너무 느렸다. 1화가 1시간 분량인데도 배경 설명만 하다가 끝난 느낌이었다. 자극적인 넷플릭스 드라마들에  절여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본론과 결론에 다다를 때까지 견딜  있을지 자신이 없어졌다. 결국 나의 야심찬 도전은 1화에서 끝나고 말았다.



먼지 - 콩국수 

  콩국수를 먹어보기로 결정했다. 어릴  몇번 엄마가 먹는 콩국수를 슬쩍   먹어본  전부였던 탓에 사실  맛도  기억이 안났다, 별로였다는 기억 밖에는. 어른이 되어 먹는 콩국수의 맛은 조금 다를까 솔직히 조금 기대도 되었다. 리틀 포레스트의 김태리가 그렇게 맛있게 콩국수를 먹던 장면이 떠올랐다. 군침도  돌았던  같다.


  일영의 추천을 받아 서울시청 근처 콩국수 맛집이라는 진주회관에 하레와 함께 다녀왔다. 여러 군데를 고민했지만, 이왕 먹을 거라면 콩국수가 대표메뉴인 곳에서 제대로 먹자는  나의 입장이었다. 그런데 막상 메뉴판에서 섞어찌개와 김치볶음밥을 보니 ‘그냥 콩국수는 하나만 시키고 다른  시켜서 나눠먹자고 할까…’ 하는 생각이  근처까지 맴돌았다. 하지만 애써 외면한채 콩국수  그릇을 시켰다.

엄청 꾸덕해보인다. 참고로 여기 김치 맛집

    만에 먹는 콩국수였을까. 생각보다  ‘ 못먹겠다수준은 아니었다. 일단 스프를 떠먹는  같을 정도로 콩국물이 무지무지 진했다. 국물만 떠먹었는데 ? 괜찮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면과 함께  젓가락 집어먹었다. 소금을 뿌려야 하는지, 설탕을 뿌려야 하는지 조차  몰라서 그냥 숟가락에 설탕 한번 뿌려서 먹고, 소금   뿌려서 먹고 반복했다.

  그런데 먹다보니 어디선가 먹어본  같았다. 그리고  느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림 까르보나라 같은  없어서 못먹는 내가  콩국수를 느끼하다고 느꼈을까? 이게 무슨 맛인지 고민하다 알아차렸다. 약간 미숫가루랑 흑임자 라떼 , 엄청 진한 두유맛. 생각해보면 콩국물이니 당연하긴 하다. 어쨌든 엄청 진하고 꾸덕한 두유를 짜장면 면발에 부어 먹는 느낌이  맞았다. 흑임자 라떼에  말아 먹는 느낌. 분명  맛은 나에게 디저트 맛인데, 디저트를 밥과 함께 먹으려니 인지부조화가 왔다.   느끼하다는 생각이 들고 나서는    젓가락을 들지 못했다.

내가 남긴 콩국수와 완콩한 하레 그릇

  사실은 조금 아쉬웠다. ‘어릴 때는 별로였지만, 지금 먹어보니 괜찮더라. 새로운 취향을 발견했다.’  이런 식의 결론을 내심 내리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어린 시절에 내가 싫어했던 이유가 있다  배웠다. 어릴 때의 , 꽤나 정확한 입맛을 갖고 있었군!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굳이 콩국수를 먹지는 않을  같다. 두부도 좋고, 두유도 좋고, 콩비지도 좋지만, 콩국수는 아니다. 그래도 도전한 , 장하다!



콜리 - 힙합/클럽 음악

  이번 호에 플레이리스트를 주제로 인터뷰한 사람답게, 유튜브에 ‘힙합 플레이리스트 검색해 가장 상위에 뜨는  개를 들어보기로 했다. ‘역대급 국힙 플리 들고왔다,,, 찐이야|흥 터지는 둠칫한 감성힙합 노래모음 플레이리스트 광고없음’, ‘몽환 퇴폐 감성 힙합/R&B 모음|새벽 드라이브 플레이리스트라는 어마어마한 이름의 플레이리스트가 가장 먼저 검색됐다.

  역대급 국힙 플리를 먼저 들어보았다. 비오의 리무진을 시작으로 쇼미더머니에서 들었던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쇼미더머니를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클립 영상으로 몇 곡 들었던 사람으로서, 쇼미더머니 노래는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왜 힙합에는 무작정 거부감이 들었지? 싶었다. 사실 그게 그건데. 감성힙합 플레이리스트여서인지 생각과 달리 클럽에서 나올 만한 시끄러운 노래는 없었고, 할 일을 하면서 틀어두면 적당히 배경음악으로 들을 만한 노래들이었다. 그럼에도 내 취향에 딱 맞는 노래들은 아니다보니 조금 듣다가 다른 유튜브 영상 보고, 조금 듣다가 영상 보고 하며 끝까지 듣기 어려웠다.

  그래도 나름 나쁘지 않은 인상에 몽환 퇴폐 감성힙합 플레이리스트로 넘어가 보았는데, 이건 더 듣기 힘들었다. 원래 힙합 음악을 안 좋아하는 이유는 사운드가 무지하게 빵빵해 시끄럽다는 인상도 있었지만, 본인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돈에 취한 가사가 너무 오글거려서였다. 몽환 퇴폐 감성힙합의 노래들은 가사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대부분 ‘흐어~’하는 느낌의 발성으로 채워져 있어 그게 오글거렸다…

 결국 감성힙합 플레이리스트는 절반 정도, 몽환 퇴폐 감성힙합 플레이리스트는  정도 들어 총합  시간  정도 도전해보는 것으로  취향 체험을 마무리했다. 앞으로도 힙합은 쇼미더머니 노래를 가끔 찾아듣는 정도로만 들을  같다.




하레 - (하레 기준) 프릴프릴한 옷

  프릴, 레이스가 달린 옷들과는 어렸을 때부터 거리가 멀었다. 아토피가 심해서 간질거리는 재질은 최대한 멀리했으니. 커서도 간지러운 옷들은 좋아지지 않았다. 예민한 피부에 자극적인 것은 둘째치고, 체형상 자칫 도전했다간 부해 보이거나 아주아주 건장해 보이는 몸이 되었기에.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 번은 입어 보자고 생각했다. 입을 수 있는 옷이 많아지면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내 모습도 늘어나는 것이니까! 그렇지만 조금 긴축 재정인 상황이라, 옷을 사기는 어렵고 언니 옷장을 조금 뒤져 보았다. 

  왜 저렇게 애매하게 사진을 찍었지? 한다면 여러분이 본 게 맞다. 아주아주 어색하고 조금 쑥스러운 상황이다. 입은 옷들이 누군가에게는 전혀 프릴로 보이지 않을 수 있겠지만 나름 노력했다! 두 번이나 입었으니 봐 주시길.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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