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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스앤러버스 Dec 20. 2021

야매 와인 테이스팅 도전기

에디터 먼지


완벽했던 어느 날의 저녁


    가깝고도 먼. 와인의 위치는 딱 그렇다. 위스키만큼 어렵거나 비싸진 않으면서도, 소주나 맥주보다는 적당히 기분 낼 수 있는 술이다. 한편으로는 마트나 편의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매니아 층으로 넘어가기엔 꽤나 장벽이 느껴지는 술이기도 하다.


  가장 좋아하는 주종이라면 단연 와인을 꼽는 나지만, 불과 2년 전만 해도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무조건 ‘꿀’ 막걸리에 ‘꿀’ 맥주, ‘달달한’ 칵테일을 선호했고, 소주를 마셔도 토닉을 섞어 달게 먹어야만 직성이 풀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와인은 뒷전이었다. 우연히 먹어본 와인은 쓰고 텁텁했는데, 심지어 스테이크나 치즈를 곁들여 먹어야 한다니. 맛도 없는 게 있어 보이는 척만 하는 것 같아서 내키지 않았다. 와인은 왠지 멀어 보였던 탓이다.


  하지만 와인과 가까워지는 건 생각보다 한순간이었다. 와인에 처음 호감을 갖게 된 건 우연히 마신 ‘모스카토’ 덕분인데, 한 입 마시는 순간 청포도 에이드를 방불케 하는 달달함과 청량함에 매료되고 말았다. 그런 모스카토의 유일한 단점은 5도 안팎의 낮은 도수. 이 아쉬움을 충족해준 것이 바로 ‘포트와인’이다. 포트와인은 포르투갈의 주정 강화 와인인데, 와인 숙성 중에 브랜디*를 추가해 알콜 도수를 18도 이상으로 높인 와인이다. 브랜디를 추가하면 와인의 발효가 중단되어 포도 본연의 단맛이 많이 남는다. 달달한 모스카토와 포트와인은 더 넓은 와인의 세계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줬고, 난 멀게만 보였던 씁쓸한 와인도 홀짝홀짝 마실 수 있는 으른이 되었다.


  아니, 으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와인과 아주 조금은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아무 와인이나 감에 의존해 골라 마시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물론 이 와인 저 와인 마셔보는 것은 좋지만, 어떤 와인을 마셨는지도 잘 기억을 못하다 보니 데이터베이스가 쌓이지 않았다. 이럴 순 없었다. 먹고 마시는 것에 누구보다 진심인 만큼, 내가 좋아하는 와인을 더 잘 알고 싶었다. 그렇다고 와인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긴 또 귀찮았다. 여기서 나의 고민이 시작된다.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노력으로 적절한 상황에 기가 막힌 와인을 마실 수 있을까?


   술은 자고로 마시면서 배우는 법. 어렵고 재미없는 와인 공부 대신, 먹고 마시며 나만의 와인 고르는 기준을 가져보기로 결심했다. 말로만 듣던 '와인 테이스팅', 야매 도전기다.


*브랜디는 과일주를 증류하여 만든 술의 총칭. 좁은 의미로는 포도주를 증류한 후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술을 가리킨다.



별천지 새마을 구판장


  그래서 방문하게 된 곳이 바로 새마을 구판장. 구의역에서 도보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동네 마트다. 이곳은 서울에서 손에 꼽는 와인 성지로 유명하다. 동네 마트답지 않게 와인 코너가 잘 마련되어 있고 고급 치즈와 잼을 비롯한 여러 와인 안주들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이곳을 소개해준 직장 동료의 말을 빌리자면 여기가 서울에서 가장 와인이 저렴하다나, 뭐라나. 실제로 다양한 와인을 상당히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와인 바에서 5만 원 넘게 주고 마신 와인이 여기서는 2만 원도 안 한다는 사실을 알고, 어찌나 억울하던지.


  안에 들어가면 와인이 양옆으로 가득 진열장을 채우고 있다. 입구를 등지고 좌측에는 화이트 와인, 우측에는 레드와인 위주로 진열되어 있다. 매장 한켠에 자물쇠로 잠긴 냉장고 안에는 백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와인도 몇 병 보였다. 선반에 붙은 태그에는 와인과 함께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한 포도의 품종과 원산지가 쓰여있는데, 같은 품종의 와인끼리 진열해두어 원하는 와인을 찾기 쉬웠다.


좌: 자양시장 입구, 우: 새마을구판장 전경.

 

   와인을 사러 왔으니, 와인을 골라야 할 차례다. 난 총 4가지 기준에 따라 와인을 구매했다.


1. 와인에 사용된 포도 품종  

  와알못이 와인을 알아가기 위한 여정이니 최대한 다양한 와인을 먹어보고자 시도했다. 와인은 사용한 포도의 품종에 따라 맛이 다르고, 산지에 따라서도 맛이 다르다고 한다. 산지까지 고려하기엔… 너무 어려워서 우선 다양한 품종을 먹어보기로 결정했다. 품종도 정말 많더라. 나 참, 평생 거봉, 캠벨포도, 씨 없는 청포도, 샤인머스켓 정도 구분할 줄 알았던 내게 와인 포도 품종은 조금 과했지만. 불꽃 구글링으로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각각 3개와 2개를 골라봤다.

  레드와인으로는,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이라는 ‘까베르네 소비뇽 자주 가던 와인 바에서 포도 품종인지도 모르고 먹어  ‘쉬라즈’, 와인에 한번 빠지게 되면 좋아하게 된다는 ‘피노 누아 골랐다. 그리고 화이트와인으로는, 역시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이라는 ‘소비뇽 블랑’, 이전에 마셨을  마음에 들었던 ‘피노 그리 골라봤다.


2. 가격대

  와인 테이스팅을 하겠다고는 했지만, 혼자 테이스팅을 하기 위해 수십만 원을 지출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총예산을 10-15만 원으로 책정하고 한 병 당 2만 원에서 3만 원대 정도의 와인 위주로 골랐다.


3. 비비노 와인 평점 3.7 이상

  새마을 구판장에서 와인을 구경하는 사람 중 와인병 사진을 찍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비비노(Vivino)’라는 와인 평점 앱에 와인 라벨을 스캔하기 위해 찍는 것이었다. 와알못에게 와인 평점이란 한 줄기 빛과도 같았기 때문에, 바로 비비노 앱을 다운받아 와인을 스캔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새마을 구판장의 수많은 와인을 일일이 다 찍어볼 수는 없는 법. 첫 번째와 두 번째 기준을 충족한 와인만 스캔해보았다.


비비노 앱 캡처 화면이다.


  와인 라벨을 스캔하면, 산지와 평점, 맛에 대한 묘사, 그리고 리뷰들이 보인다. 가격은 부정확해서 참고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국어는 지원하지 않아 영어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평점과 맛의 특징 정도를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하기에 큰 무리는 없다.

  평점 4.0이 넘으면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라고. 하지만 4.0이 넘는 와인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기 때문에, 평점 3.7 이상으로 구매 기준을 잡았다.


4. 예쁜 라벨

  같은 품종, 합리적인 가격대, 게다가 평점까지 비슷하다면. 기왕이면 라벨이 예쁜 것으로다가 골랐다.



와인, 와인, 와인을 마셔봅시다


  그래서 고르게 된 와인은 총 5개! 왼쪽부터 페레즈 크루즈 까베르네 소비뇽 리제르바 2018, 말보로 썬 소비뇽 블랑 2020, 스몰 걸리 미스터 블랙스 리틀 북 쉬라즈 2017, 산타 그리스티나 피노 그리(지오) 델레 베네지에 2020, 백하우스 피노 누아 2019다.

  참고로, 맨 앞에 붙은 페레즈 크루즈, 말보로 썬, 스몰 걸리와 같은 말은 와인을 만든 와이너리(양조장) 이름이라고 한다. 마지막에 붙은 숫자는, 그해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뜻이라고.


비비노 앱에서는 와인 맛의 특징을 총 4가지 척도로 표현하는데, 그 척도를 아주 간단하게 설명해보겠다.

1. 바디감: 가벼운가(light), 뚜렷한가(bold)?
Bold에 가까운 와인일수록, 조금 더 진하고 무겁고 뚜렷한 맛을 갖고 있다. ‘바디감이 좀 있네~’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봤다면, 그것을 표현하는 척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2. 타닌: 부드러운가(smooth), 떫은맛(tannic)이 나는가?
와인을 처음 마시는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면 종종 텁텁하고 떫은맛이 나! 이걸 왜 먹어! 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앞서 말했지만 와인에 대한 나의 첫 기억도 그렇다. 여기서 이 텁텁함과 떫은맛을 타닌감이라고 한다.

3. 당도: 달지 않은가(dry) 달달한가(sweet)?
내가 와인을 고를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척도다. 드라이할수록 당도가 낮아 달지 않고, 스위트에 가까울수록 아주 달달한 와인이다. 개인적으로 적당히 드라이한 와인을 좋아하는데 상황에 따라 스위트한 와인이 끌릴 때가 있어서, 와인을 사기 전에 이 척도는 꼭 확인하는 편이다.

4. 산도: 부드러운가 (soft) 신맛(acidic)이 나는가?
얼마나 와인에 신맛이 나는지를 알려준다.


  테이스팅에 쓰이는 척도까지 간단히 소개했으니, 본격적으로 와인을 마실 시간이다. 야매 테이스팅 도전기이니만큼 일단 마셔본 소감을 주절주절 소개하고, 위 척도를 참고해 해석해보겠다.


  페레즈 크루즈 까베르네 소비뇽 리제르바 2018: 가볍고, 전형적인 레드와인 맛. 맛있었다. 평점이 3.9로 레드와인 가운데 가장 좋았는데,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무난한 맛이라 그런 듯하다. 신맛이나 떫은맛이 모두 강하지 않다. 척도로 봤을 때는 은근히 무거운 편이었는데, 직접 마셔봤을 때는 크게 무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말보로 썬 소비뇽 블랑 2020: 엄청 상큼하다. 과일 맛이 나고 상큼하고 가벼운 느낌. 굉장히 향이 풍부하다. 그냥 먹었을 때 신 편인데 척도로 봤을 때도 산미가 있는 편이더라! 신기… 평점이 4.4로 굉장히 좋았는데, 산미 때문인지 과일 향 때문인지, 나한테 베스트는 아니었다.

  스몰 걸리 미스터 블랙스 리틀 북 쉬라즈 2017: 가장 먼저 소개한 까베르네 소비뇽이나 아래에서 이야기할 피노 누아보다 살짝 더 무거운 감이 있다. 더 무겁고 더 진하다. 떫은 맛도 있다. 그런데 오히려 무겁고 진해서 그 떫은맛이 잘 튀지 않는 느낌? 얘는 거의 풀바디에 가까울 정도로 볼드한 바디감을 갖고 있더라. 떫은맛이 튀지 않는다고 했는데, 실제 척도를 보니 그냥 타닌감이 강한 와인이 아니어서 그런 것 같다. 다만, 피노 누아보다는 타닌감이 있어서 더 떫게 느껴진 듯하다.

  산타 그리스티나 피노 그리(지오) 델레 베네지에 2020: 내 최애 픽. 앞서 소개한 소비뇽 블랑은 와인병을 따자마자 상큼한 과일향이 진동을 하는데, 얘는 향이 잘 안 난다. 그런데 잔에 따르는 순간 은은한 향이 퍼진다. 그리고 상당히 깔끔하다. 확실히 위의 말보로 썬보다 시큼한 맛이 덜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산미가 덜한 와인을 더 좋아하는 듯!

  백하우스 피노 누아 2019: 이번 테이스팅은 피노 누아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뒤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얘를 방어회랑 같이 먹었는데 세상에나 너무 잘 어울린다. 어쨌든, 처음 먹었을 때는 흔한 레드와인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방어랑 같이 먹어서 그런지, 공기에 노출된 후가 더 맛있는 건지. 갈수록 이 맛이 더 부드러워지고 좋더라. 얘는 위에서 말한 쉬라즈보다는 좀 가벼운 느낌이 있다. 실제로도 위의 쉬라즈보다 바디감이 가벼운 편. 애는 바디감이 딱 중간이다. 괜찮은 것 같다!


  총 5병의 와인을 마셔본 결과, 이 중에는 산타 크리스티나 피노 그리, 그리고 백하우스 피노 누아가 각각 최애와 차애였다. 전반적으로 나는 바디감이 아주 강한 와인보다는 중간 바디감의 와인이 좋았고, 산미가 강한 와인보다는 깔끔한 와인에 더 끌렸다.

  그동안 와인을 마시면서 바디감, 산미와 같은 와인의 특징에 대해 고민한 적이 없었는데, 품종과 테이스팅 척도를 알고 마시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직접 기준을 가지고 와인을 고르니, 마신 와인 하나하나의 매력을 더 잘 알게 되는 기분이다. 알고 마시니 더 맛있다고 해야 할까. 아직 먹어보지 못한 품종이 너무나 많고, 같은 포도 품종이라도 그 맛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너무 많다는데. 다른 와인들이 너무 궁금해져서 큰일이다.



와인을 이거랑 같이 먹는다고?


  와인을 마셔봤으니 와인 테이스팅의 절반은 끝난 셈이다. 와인 테이스팅의 또 다른 한 축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안주다. 안주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마리아주(marriage)’라는 단어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마리아주’는 와인과 요리의 궁합을 이야기하는 말이다. 어디에선가 ‘고기에는 이게 잘 어울려, 생선에는 이게 잘 어울리지.’ 하는 말을 들어본 것도 같았는데, 바로 그게 이 ‘마리아주’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술을 마시면서 배우듯 마리아주도 먹으면서 배워야 한다. 와인 테이스팅을 완성하는 건 그와 어울리는 안주인만큼, 이번엔 야매로 알아낸 와인과 안주의 궁합을 소개하려 한다. 스테이크나 치즈는 너무 식상하니까, 이번엔 흔히 와인 안주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이색 조합을 가져왔다.


1. 소주 대신 와인을 - 방어회, 족발

  첫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조합은 방어회와 와인이다. '회에는 소주 한잔을 곁들여줘야 한다'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약속이 있지만, 와인과 먹는 방어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이번 와인 테이스팅을 하면서 방어회를 안주로 먹었는데, 방어회와 피노 누아가 굉장히(!) 잘 어울렸다. 어떻게 이렇게 맛있을 수 있는지… 와인과 방어회를 각각 먹는 것보다 와인과 함께 먹었을 때 훨씬 더 부드럽게 느껴졌다. 이게 잘 어울린다는 것인가 싶더라. 일반적으로 회는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하는데 방어는 기름져서 그런지 레드 와인이 더 잘 어울렸다. 특히 요즘은 방어 철인만큼 방어와 피노 누아, 꼭 한 번 시도해보시길 바란다.

  또 하나는 와인과 족발이다. 내가 먹었던 조합은, 족발과 ‘운두라가 파운더스 까베르네 소비뇽'이다. 족발의 기름짐을 와인이 가라앉혀줘서 같이 먹기 좋았다. 매콤하게 양념 되어있는 족발보다는 일반 족발을 먹을 때 더 추천한다. 양념 된 족발도 한번 먹어봤는데, 향도 강하고 맛도 강해서 내가 같이 먹었던 레드 와인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2. 막걸리 대신 와인을 - 김치전

  전에는 무조건 막걸리지! 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그 조합을 상당히 사랑하기는 하지만, 전에 무조건 막걸리만을 생각한다면 이젠 살짝 섭섭하다. 김치전과 먹는 와인의 조합이 생각보다 훨씬 괜찮기 때문이다. 사실 이 조합은 서촌의 한 와인바에서 처음 먹어봤는데, 그 이후로 종종 집에서도 먹게 되었다. 기름진 김치전에 산미 있는 와인 한 잔 곁들여주면 참 좋다. 김치전과는 '르 레프리 토스카나’를 마셨는데 조합이 괜찮았다.

르 레프리에 김치전


3. 사케 대신 와인을 - 오꼬노미야끼

  오꼬노미야끼를 먹을 때 사케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일본 술이니까. 하지만 오꼬노미야끼에 화이트와인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과일 향이 많이 나는 소비뇽 블랑보다 깔끔한 피노 그리가 더 잘 어울렸다. 향이 약한 소비뇽 블랑이라면 그것도 역시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의외의 조합을 시도해보며 와인과 어울리는 짝을 찾는 것이 마리아주 테이스팅의 매력이다. 그런데 사실 꼭 먹어보지 않아도 어떤 와인에 어떤 안주가 잘 어울릴지 대략 예측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그건 바로 마리아주에는 법칙이 있기 때문인데…! 앞서 소개한 테이스팅 척도를 기준으로 하나씩 소개하겠다.

1. 간이 세지 않은 요리 (회, 해산물) + ‘가벼운(light)’ 화이트 와인:
와인 자체의 맛이 풍부하면 간이 세지 않은 요리를 압도할 수도 있다고. 간이 세지 않은 요리는 가벼운 와인과 즐기고, 무거운 와인은 피하는 게 좋다.

2. 육류 + ‘타닌감이 있는(tannic)’ 레드 와인: 타닌이 육류의 지방질을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전반적으로 타닌감이 강하고 힘 있는 와인과 잘 어울린다.

3. 기름진 음식 + ‘산미 있는(acidic)’ 와인: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땐,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와인이 잘 어울린다.

4. 달달한 디저트 + '더 달달한(sweet)’ 와인: 달달한 디저트를 먹을 때 더 달달한 스위트 와인을 마시면 좋다. 둘이 만나면디저트와 와인의 맛이 모두 살아난다. 와인이 디저트보다 더 달아야 와인 맛이 죽지 않는다고.


  음식에 와인을 더하고 싶다면, 이 공식을 기억해도 좋을 것 같다. 다만, 공식만이 언제나 정답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 번의 시도와 도전이 나만의 기준과 취향을 만들어준다는 사실이다. 술과 음식은 먹고 마시며 배우는 것 만한 게 없으니까! 다만 소개해 드린 추천 조합과 간단한 팁으로 조금 더 빠르게 그 취향에 도달하셨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와인 이렇게 드셔주세요 제발


  혹시 이 글을 읽고 연말에 와인 한잔해볼까? 하신다면. 제발 이렇게 한 번 드셔주시면 좋겠다. 접근성과 가성비가 좋은 '가깝' 버전과 조금의 노력이 필요한 '' 버전으로 나눠 아주 구체적인 추천을 하려 한다.


1. 크리스마스 연말 홈파티라면?   

두 차례의 홈파티다

먼 ver. 초코케이크과 달달한 모스카토의 조합을 추천한다. 초코케이크는 '지유가오카 핫초메'의 아키케이크인데, 가히 연말을 장식할만한 케이크다. 모스카토는 '보시오 모스카토 다스티', 혹은 '빌라엠 모스카토'를 추천한다. 후자는 내가 먹어본 모스카토 중에서도 특히 달달한 편이었다. 만약 초코케이크가 취향이 아니라면 '나폴레옹 제과점'의 큐브 치즈 케이크도 추천한다. 치즈를 큐브로 잘라서 표면에 덮어놓은 케이크인데, 얘랑 같이 먹어도 정말 좋다.   

가깝 ver. 편의점에 있는 와인 중 모스카토라고 써있는 와인 아무거나 사서 먹으면 좋다. 모스카토라면 정말 중간은 가기 때문에, 뭘 먹어도 만족스러울 거라고 장담한다. 위에서 소개한 빌라엠도 종종 편의점에서 판매한다고 하니 참고해주시면 좋을 듯! 여기에다가 gs25에서 파는 '끼리 크림치즈 모찌롤'을 함께 먹으면 너무 맛있어서 눈물 날지도 모른다. 끼리 모찌롤이 없다면 차선책으로 케이크나 롤이라면 뭐든 좋다.


2. 영화를 보며 야금야금 집어먹을 안주가 필요하다면?   

가운데의 빨간 피망같은게 체리페퍼다.

먼 ver. '체리 페퍼 위드 스파이시 크림치즈'를 추천한다. 정말 맛있다. 비유하자면 절인 토마토 안에 달달한 치즈가 들어간 듯한 맛인데, 살짝 매콤함까지 느껴진다. 이것만 있으면 와인이 술술 넘어간다. 올리브도 하나씩 까먹으면 맛있다. 이 안주에는 사실 어떤 와인이라도 잘 어울릴 텐데 피노 그리 품종을 사용한 와인이나 '운두라가 까베르네 소비뇽'을 추천한다.

가깝 ver. 편의점 버전으로는 크래커 위주로 추천하려 한다. '고소미'랑 와인이 참 잘 어울린다. 여기에 크림치즈까지 얹어 먹어도 좋다. 혹은 '리츠 치즈 맛'을 강력 추천한다. 편의점 와인 중 가장 무난한 '디아블로 까베르네 소비뇽'을 곁들이면 좋을 것 같다. 꼭 디아블로가 아니라도 드라이한 레드와인이라면 뭐든 좋다. 


3. 쉽지만 맛있고, 인스타에 올려도 좋을 만큼 있어 보이는 와인 안주가 필요하다면?

  이 경우에는 블루베리 크림치즈 까나페를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안주 중 하나다. 그럼 어떻게 까나페를 만들면 좋을지 2가지 버전으로 소개하겠다.   

먼 ver.  아이비나 참 크래커에 알갱이가 살아있는 샹달프 블루베리 잼, 르갈 크림치즈, 프로슈토까지 얹어서 먹으면 완벽한 단짠 까나페가 된다! 같이 먹을 와인으로는 '19 크라임즈 쉬라즈'나 '프로메사 쉬라즈'를 추천한다.

가깝 ver. 편의점에서 파는 필라델피아 크림치즈와 마트에서 파는 블루베리 잼, 이마저 없다면 딸기잼을 얹어 먹으면 충분히 맛있게 까나페를 즐길 수 있다. 편의점에 있는 어떤 와인이라도 무난하게 어울릴 것! 




  지금까지 와인을 즐기는 데 중요한 두 가지 요소, 와인과 안주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글이 와인을 즐기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데 약간의 실마리가 되어주면 좋겠다. 그런데 사실 여전히 와인이 가깝지만 멀게 느껴질지 모른다. 그럴 때는 한 가지 방법이 더 남아있다. 바로, 함께 와인을 마실 사람들이다. 와인을 알아가는 여정은 결국 와인을 즐기는 순간을 위함이다. 와인을 즐기기 위해서는 와인도 안주도 중요하지만, 결국 누구와 마시느냐가 참 중요하다. 여러분도 이번 연말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와인에 도전해보시면 어떨까. 즐거운 날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알맞은 와인을 마시는 순간은 잊지 못할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그 순간을 꼭 느껴보면 좋겠다. 이 글은 행복한 순간에 그냥 조금의 반짝이를 뿌릴 수 있게 도와줄 거다. 앞으로 우리 모두 와인에 취할 날을 기대하며... 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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