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과 사랑 사이

에디터 콜리

by 로버스앤러버스

영화 속 뉴 비전은 기성 문학에 저항하고 새로운 문학의 문법을 만들어 내고자 시작한 모임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류에 편승하며 큰 저항감 없이 살아가지만, 뉴 비전처럼 어떤 대상에게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누군가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반항과 저항을 꽤나 진지한 키워드로 잡고 시작한 인터뷰였고, 드물게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나 인터뷰하는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저항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서 던졌고, 마음속에 있는 반항심을 더 이끌어 내려고 했다. 그런데 자꾸만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에 대한 얘기로 흘렀다.

저항은 대단한 게 아니었다. 좋아하는 걸 하려다 보면 그걸 위해 거부해야 할, 혹은 포기해야 할 것이 생긴다. 그리고 때로는 그 하기 싫은 것도 결국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는 해야만 할 때가 있다. 뉴 비전이 기성 문학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문학을 만들고자 했지만, 이미 쓰인 기존의 문학에서 표현을 뽑아낸다는 게 생각 나는 대목이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있는 누구나 사실은 마음속에 나도 모르는 저항심이 있다. 당신 남들과 다르게 세상에 반발하는 마음이 있잖아,라고 신기한 눈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저는 이런 걸 좋아하고 그래서 이런 건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되더라고요, 하고 우리 사이의 저항심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저항심들이 서로에 대한 응원과 연대로 느껴질 테고, 결국 성공적으로 저항할 수 있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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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면서 깨고자, 혹은 벗어나고자 했던 대상이 있나요?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 마음이 큰 사람이라, 하고 싶은 걸 하느라 일반적인 관습에서 좀 벗어났어요. 일반적인 관습이라 함은 대학을 가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하잖아요. 여자 친구 있냐, 남자 친구 있냐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묻는 걸 보면 연애도 관습마냥 하는 것 같고요. 관습적인 걸 굳이 따르고자 하는 생각이 없어요. 따르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살더라고요.


왜 그걸 벗어나고자 했나요? 계기가 된 경험이 있을까요?

말했듯이 하고 싶은 걸 하려고요.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 마음은 어릴 때부터 있었어서, 어떤 사건 때문은 모르겠고 본성 같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사진이 좋았어요. 중학생 때 카메라를 사고 싶은 마음이 처음인 줄 알았는데, 초등학생 때 찍은 반 단체 사진을 보면 거기서도 저는 사진을 찍고 있던 걸 보면요. 좋아하는 마음은 타고났어요.


관습적인 걸 벗어나려고 했던 행동이 있을까요?

돈 버는 걸 안 해요. 눈 오는 날 태어났고, 눈 오는 걸 좋아해서 겨울에는 사진을 찍으려고 하거든요. 제가 생계를 위해 하는 일은 영상 쪽인데, 스케줄 조정이 어려운 일이라 겨울에는 최대한 돈 버는 걸 안 해요. 대신 겨울이 아닐 때, 일을 할 때는 죽어라 하고요. 일을 하는 시기에는 잠을 줄여서라도 더 많이 일을 잡아요. 겨울에 하고 싶은 걸 하려고 지금 열심히 일하는 거니까, 그 마음으로 일을 하니까 덜 피곤해요. 원동력이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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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걸 하고, 관습적인 걸 안 하는 나의 이런 태도에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요? 영화에서의 인물들의 행동은 저항, 반항, 알 깨기 같은 키워드가 가능해 보였어요.

너무 좋아서 안 하고는 못 배김.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으로서, 눈에 보이는데 안 찍을 순 없는 것 같아요. 가끔은 제가 예술가 같다가도, 너무 이상한 걸 해놓고 스스로 예술가라고 부르는 사람을 보면 반발심이 생기더라고요. 저게 부끄럽지 않나? 저게 예술가라면 나는 예술가 안 할란다. 관습뿐만 아니라 스스로 예술가라고 칭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가지는 반발심이 저항 같기도 하네요.


이런 나의 태도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하는 오해나 편견이 있나요? 보통 뭐라고 답하시나요?

부모님은 고생하지 말라는 마음으로 반대를 하셨었고요. 아버지는 공무원이셔서 더 그렇고. 친구들이 뭐라고 하는 건 대꾸도 안 했어요. 지들이 뭔데. 싸우자는 투로 쏘아붙이는 형들도 있었어요. 늙어서 돈은 벌 수 있겠냐고. 무시했어요. ‘아이 뭐 되겠죠’ 이런 마음으로요. 이런 마음은 지금도 같아요. 굳이 싸울 필요도 없고요. 자기 인생 잘 사는 사람들은 그런 말도 안 해요.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조심스럽게 말하고, 격려해주죠. 다른 일을 하라는 사람도 있고, 계획적으로 살아라,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일을 해라 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여전히 있는데, 어차피 말해봤자 제가 안 들으니까 이제는 말을 안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제 고집이 점점 세지는 느낌도 있어요.


나의 반항심이 흔들리는 순간이 있다면요?

일이 취소되거나 명절에 집에 갔을 때요. 집에 가면 공기도 다르고 새소리도 들리고, 고향집이 너무 아늑해요. 소일거리 하면서 여기서 가족들이랑 살까, 출퇴근 시간이 명확히 있는 일을 하면서 살까 하는 생각이 들 때 흔들려요. 예전에 궁금해서, 남들이 그렇게 사니까 일반 회사를 1년 다녀봤어요. 근데 방학도 없고, 하루에 가족을 보는 시간보다 동료 보는 시간이 훨씬 길고요. 하고 싶은 게 없다면 그런 삶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저는 여기 안주하며 사는 게 편안할 수는 있겠지만, 하고 싶은 게 있고 어차피 인생이 한 번일 테니 하고 싶은 거에 좀 매달려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1년 회사 출퇴근하는 동안 답답했나요?

네. 그래서 일요일에 성당도 가고 혼자 엄청 걷고 그랬어요. 우울하면 사진이 안 찍고 싶어 지는데, 그때는 사진도 안 찍게 되더라고요. 인생에 카메라를 안 들고 다닌 경험이 거의 없는데 그 1년이 거의 유일해요.


하고 싶은 게 명확하다 보니 롤모델도 있을 것 같아요. 이루고 싶은 목표나 되고 싶은 모습이 있나요?

가장 큰 목표는 부끄럽지 않은 사진을 남기는 것. (콜리: 부끄럽지 않은 사진은 어떤 건가요?) 남들 보기에 말고 내가 만족하는 사진이요. 남들 눈치를 엄청 보면서 또 안 봐서요. 감정을 건드리는 사진을 찍고 싶어요. 좋은 노래나 음식은 듣거나 혀에 닿자마자 몸이 반응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고 감각이 반응하는 그런 걸 찍고 싶어요. 나도 누군가의 사진을 보고 그렇게 있어서요. 아라 귈레르라는 작가를 보고 '이스탄불의 눈'이라고 부르더라고요. 너무 멋있는 말이라 나도 그렇게 불리고 싶고, 그런 작품을 남기고 싶어요.

그리고 펜티 사말라티라는 작가를 좋아해요. 이 작가의 전시를 봤는데 사진이 너무 좋더라고요. 이 작가는 직접 현상과 인화를 다 한대요. 인화는 단순 반복이라 엄청 귀찮아서 쉬운 게 아닌데도요. 저도 올 겨울엔 그 기기를 사려고요. 그것도 제일 좋은 걸로! 사진을 찍는 것부터 현상, 인화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내 몸을 이용해서 하고 싶어요. 내가 찍은 거니까 남들에게 못 맡기겠고, 싹 다 제가 하고 싶어요. 이건 하고 싶은 일을 대하는 일종의 태도 같아요.


나와 비슷한 태도를 가진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그 사람들은 이미 잘 살고 있을 거예요. 내가 말한다고 바뀌지도 않을 거고요. 말한다면, 밥 좀 잘 먹고 잠 좀 잘 자라고요. 저는 잘 먹고 잘 사는데, 그런 사람들이 예민해서 자기를 쏘아붙이기도 하더라고요. 너무 심각하지 않았으면, 좀 가볍게 살고 대했으면 해요. 그 사람들도 한 편으로는 힘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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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스앤러버스의 공통 질문입니다. 따라 하고 싶은 취향이 있나요?

이건 이미 좋아하는 취향이긴 한데, 정갈한 걸 좋아해요. 아무것도 없는 민무늬 백자인데 예쁜 것처럼. 그 물건의 본질에 충실한, 베이직한 거. 예를 들면 라이카 같은 것도 몇십 년이 지났는데도 작동이 되고, 손에 걸리는 게 없어요.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거라면, 돈을 위해서 말고 취미로 군고구마랑 붕어빵 팔아보고 싶어요. 이것저것 경험을 많이 해보고 싶고, 삶을 풍성하게 하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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