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에디터 일영

by 로버스앤러버스


굿 플레이스는 소울메이트가 실존하는 곳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소울메이트와 2인 1조로 짝을 이뤄 지내며 영원히 함께하게 된다. 한 사람과 영원히 함께하라니, 내향인으로서 벌써 불편하고 막막하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나와 퍼즐처럼 꼭 맞는 소울메이트라면 달라질까? 어릴 때는 '단짝친구'라는 단어를 잘만 썼던 것 같은데, 어른이 될수록 지키기 힘든 약속은 그저 멀리만 하고 싶어졌다. 그런 시간개념 없이 단편적으로 생각해보니 소울메이트는 진짜 같기도 하고 환상 같기도 하고 알쏭달쏭하다.

우리에게 마이클이 백년가약을 맺어준 실제 소울메이트는 없지만 살면서 만나는 수많은 인연들은 있다. 그 중 나와 소울메이트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아니, 애초에 소울메이트라는 것이 성립할 수 있는 말인지 롭럽이 에디터들과 이야기 해봤다.


스크린샷 2023-03-31 오후 7.09.05.png



Q. <굿 플레이스>를 보기 전에도 소울메이트라는 단어를 들어봤나요? 익숙했나요?

먼지: 옛날에 드라마에서 이 단어를 들었던 기억이 나서 익숙했어요. 지코의 ‘소울메이트’를 좋아했던 즈음 소울메이트에 대한 환상을 가진 적도 있었고요.

콜리: 저는 많이 안 들어봤고 써 본 적도 없는 것 같아요. 그나마 베스트프렌드 정도?



Q. 소울메이트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찾아보니 이렇게 다양한 사례가 있더라고요. 롭럽이들의 정의도 궁금합니다!

베스트프렌드 이상의 사람

어떤 사람보다 나를 잘 이해하는 사람

의심할 수 없이 강하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

만나자마자 강한 연결이 느껴지는 사람


콜리: 친구버전의 이상형이라고 생각해요. 나와 아주 잘 맞는 사람 중 최상위 버전이요! “ 와 우리 소울메이트 같아!” 라는 말은 해도 “우린 소울메이트야!” 이런 말은 잘 안하지 않나요? 이상형 그자체인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은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소울메이트는 100% 완벽한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먼지: ‘love of my life’는 아닐지라도 굉장히 비슷한 사람을 소울메이트라고 생각해요. 내가 말을 안 해도 나를 이해해줄 수 있고 사고방식도 비슷하고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고 맞춰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 이미 맞춰져 있는 사람. 그래서 허상인 것 같기도 하고요. 소울메이트가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면 현재 관계에 소홀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레: 먼지랑 비슷하긴 한데, 애초에 태어나기를 나와 비슷한 사람보다는 나를 완성시키는 사람이 소울메이트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온전할 수는 없잖아요. “you complete me…”

일영: 왜 이렇게 다들 로맨틱하신가요. 저도 맞춰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라는 말에 제일 동감해요. 상대방 말하는 것 두 마디만 들어도 50% 정도는 각이 나오잖아요. 그만큼 쿵짝도 잘 맞고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사이요.



Q. 소울메이트를 직역하면 ‘영혼의 단짝’인데요, 이런 사람이 정말 있을 수 있을까요? 이 두 단어의 결합이 성립 가능한 것일까요?

먼지: 저는 맞춰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믿음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영혼의 단짝이 되어가려는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우린 너무 안 맞는 것 같애!”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면 많은 관계를 지레 포기해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일영: 좋은 경각심이네요. 제가 방금 지코의 ‘소울메이트’ 가사를 보고 왔는데요, 원래는 강경 없다파였는데 연인 관계에서라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나와 어딘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더 나다워지는 느낌이 들게 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서로만 공유하는 미묘한 포인트들, 좋아하고 싫어하는 포인트들이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먼지: 연인 관계에서 소울메이트인 것 같다는 느낌이 생긴다는 건 일리가 있네요. 하지만 굿플레이스처럼 ‘The one’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하레: 저의 정의에 비추어 말하자면.. 소울메이트는 없다. 서로 맞춰가는 과정 자체가 나를 완성시키는 사람에 가깝다면 그렇게 믿는다는 것 자체가 없는 소울메이트를 있는 걸로 만드는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결국은 신뢰와 과정이 중요하달까요?

콜리: 강경 없다파입니다. 제 정의에 따르면 소울메이트는 이상형 같은 건데, 이상형은 내가 만들어 낸 것이고 바뀔 수도 있잖아요. 내가 바뀌면 소울메이트도 바뀔 수 있고 정의나 모습도 변할 수 있는 거죠. 굿플레이스처럼 한 명을 지정해주는 건 말이 안 됩니다.



Q. 각자 지금 자신의 소울메이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먼지: 제 정의에 비추면 없는데, 그나마 유사한 것 같은 관계가 동생이에요. 안 맞을 땐 진짜 안 맞는데, 맞을 때는 너무 웃기고 둘이 깔깔깔 거려요.. 동생이랑 저는 같이 성장했잖아요. 그래서 아는 노래도 똑같고, 웃기다고 생각하는 것도 똑같고, “야 너 그거 알지” 하면 친구들은 모를 수도 있는데 맨날 똑같이 알고 있어요.

일영: 친구들이 너무 불리한 싸움 아닌가요?


스크린샷 2023-03-31 오후 7.41.44.png



Q. 미래에 소울메이트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어떤 점이 가장 통했으면 좋겠나요?

하레: 웃음포인트가 정말 중요하긴 한데, 분노하거나 슬퍼하거나 불편해하는 포인트가 비슷한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웃음코드가 비슷해도 이 부분이 다르면 ‘쟤랑 나는 진짜 타인이구나’ 싶을 때가 많아서요.

먼지: 맞아요. 장항준 감독이 “부부는 두 가지가 맞아야 한다. 웃는 포인트가 같으면 일상이 즐겁고 분노하는 포인트가 같으면 인생의 궤가 같다” 이런 말을 했거든요. 분노 포인트에 굉장히 공감합니다.

콜리: 제가 어릴 때 ‘절친의 기준이란?’ 하고 생각했던 게 있어요. 같이 만났을 때 수다를 떨고 싶은 사람은 많을 수 있는데,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은 그것보다 적다는 것입니다! 아무 말이 없을 때 어색하지 않고 억지로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느낄 때 소중하다고 느껴져요.

일영: 저는 인류애의 정도가 비슷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통하면 사람의 바이브가 비슷해진다고 생각해서요. 저는 인류애가 어떤 부분에선 바닥이고 어떤 부분에선 넘치는데 그런 정도가 맞으면 좋겠어요.

하레: 제가 말했던 슬퍼하는 포인트가 일영이 말한 것과 비슷해요!

먼지: 상충되지만 상호보완되는 사람이 아까 나온 ‘you complete me’이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내가 굉장히 감정기복이 심할 때 상대방은 그걸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거나 내가 너무 감정이 메말라 있을 때 자극을 던져줄 수 있는 사람이거나.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살면서 소울메이트가 있어야 할까요?

콜리: 꿈에 그리는 이상형을 만나고 싶은 것처럼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을 만나면 행복하지 않을까하는 단순한 생각이 들어요.

하레: 나를 완성해주는 사람? 있으면 좋다! 근데 나랑 비슷하다? 없는 게 낫다. 비슷한 사람이면 그 사람에게서 제 약점을 찾을 것 같아요. 제 약점이 남에게서 보이는 순간 그 사람에게 드는 실망감과 동시에 거울치료 같은 자괴감을 갖고 싶지 않아요. 사람은 어디까지나 다르기 때문에 관계가 재밌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