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플레이스 함께 보고 사후세계 상상해보기

에디터 먼지

by 로버스앤러버스

굿 플레이스의 제작진들은 사후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4개의 시즌 동안 마음껏 펼쳐낸다. 과연 우리가 죽은 다음엔 어떻게 될까? 사후세계란 정말 있을까? 사후세계에 대한 대화를 나눠보았다.


*드라마 '굿 플레이스'에 대한 강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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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굿 플레이스 속의 동네를 처음 봤을 때 어땠어요?

온갖 맛이 나는 프로즌 요거트나 소울 메이트와 평생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집에서 살 수 있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 등등... 많이 나오잖아요.


콜리: 저는 제가 생각했던 천국보다 확실히 별로였어요. 저는 우리 삶에서 되게 중요한게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내가 선택하고 경험을 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사람이 너의 소울메이트야! 하고 정해주고, 대궐같은 집 옆에 있는 겁나 조그만 집이 네 취향에 딱 맞춘 집이야! 하면 ‘응 그렇구나~’ 하고 살아야 하는게 천국이 맞나 했던 것 같아요.


일영: 천국하면, 하늘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했어서 하늘에 둥실둥실 떠있거나 그런걸 상상했거든요. 그런데 굿플레이스는 인간세계랑 너무 똑같았어요. 땅있고 집있고 가게 있고… 이러면 그냥 사는거랑 대체 뭐가 다르냐… 그런 상상력과 초월적 초자연적인게 부족해서 실망스러웠어요. 그리고, 소울메이트 없이 혼자 살고 싶었어요. (웃음) 그게 더 재밌을 것 같아요. 부담돼요 부담돼… 소울메이트란 부담된다…


하레: 저는 그 묘하게 머리 속이 꽃밭인 것 같은 사람들을 보면 살짝 거부감 느껴지거든요. 예를 들면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도 기쁨만 있어선 안되고 슬픔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잖아요. 그런데 나가면 다 웃으면서 인사해주고, 다들 행복해하고, 프로즌 요거트 너무 좋아! 내 소울메이트 너무 좋아! 이런게 되게 불편했어요.

그리고 내 취향에 딱 맞는 집, 음식, 소울메이트라고 하면, 어느 시점의 내가 가졌던 취향인지? 내가 죽을 때 가졌던 취향인지? 취향은 계속해서 변하는데. 그럼 굿플레이스에 한번 간 사람들은 자기가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건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하게 되는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먼지: 저는 반대로 되게 새로운 상상력의 천국을 그렸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소울메이트가 있으면 좋겠거든요.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의 집을 알아서 해주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고 뭔가 그런 생각이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하레의 의문에 답을 해보자면 뭔가 사람이 늙어서 죽을 때쯤 되면 자기의 취향이 별로 바뀌지 않잖아요...? (웃음)

그래서 이곳이 굿 플레이스가 아니라 배드 플레이스 일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특히 마이클이 너무 착해보여서 의심할 수 없었어요. 너무 천사 같아서...


콜리: 일부러 마이클의 이름을 마이클로 지은 것 같지 않아요? 천사처럼 보이게.


하레: 아주 노렸다고 생각해요.


콜리: 묘하게 어떤 요소라고는 말 못하겠는데, 계속 실버타운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웃음) 요양원 같은 느낌. 프로그램도 다 짜져 있고, '오늘은 하늘을 날 거예요!' 하면 다 같이 하늘 날고. 다 모여서 애기 듣고 그런 포인트들이 특히나…


하레: 실버타운 같은 느낌이 너무 웃기네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먼지: 그러니까요. 이걸 좀 뒤틀면 공포영화 미드소마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밝고 좋아보이는데 좀 쎄한 느낌?




2. 사후세계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상상하는 사후세계가 있다면?


콜리: 없다고 생각하는데,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했던 적은 있어요. 어떤 자녀를 잃은 부모님이 매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데, 자기는 하나님을 믿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계속 이 아이를 생각하면서 현생에서 최선을 다하면, 죽어서는 천국에 가서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권선징악을 떠나서, 현세에서 만날 수 없는 사람을 '내세에서 만날 수 있겠지?' 라는 희망을 갖게 해주는 요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하레: 사람은 자기가 믿는 종교나 가치에 따라 사후세계가 결정된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어요. 기독교적 세계관을 믿는 사람이면 천국과 지옥이 될 수 있을거고, 불교인이면 윤회사상을 믿을 수 있을 것 같고, 그 사람이 믿는 세계관과 거기에 맞게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냐에 따라 사후세계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사후세계란 없다에 가깝긴 하긴 한데, 사후세계를 믿는 사람들의 믿음이 결국 사후세계를 구성하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먼지: 어떤 구체적인 사후 세계가 있다라고 뭔가 진심으로 믿는 건 아니지만, 카르마 그러니깐 업보라는게 있다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결국에 내가 한 행동이나 이런 건 나한테 이번 생이든 다음 생이든 나한테 업보로 돌아온다라고 믿거든요. 저는 선함의 가치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사실 세상이 그렇지 않잖아요. 안 그런 사람도 많고 나쁜 짓 하는 사람도 많고. 근데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지 않는 용도로 사후세계의 업보설을 사용하는 것 같아요. 뭔가 현타가 오지 않게 하는 용도랄까?


일영: 저는 반반이예요. 지금 생각으로는 없는게 더 깔끔하지 않을까. 사후 세계로 가든 가도 어차피 저는 인간이잖아요. 근데 인간으로 사는 것 자체가 사실 굉장히 생각이 많고 피곤하기 때문에 깔끔하게 지금 인생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에너지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레: 저는 그래서 코코의 사후세계가 제가 생각하는 사후세계와 가장 가깝다고 생각해요. 어떤 죽은 사람들이 영혼으로서 존재하는 세계가 있다는게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이 떠나간 사람을 기억하는 기억과 추억만으로 사람은 여전히 살아있다! 고 생각하는 가치관이 내가 생각하는 사후세계와 가장 닮아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서 잊히는 순간이 정말 그 사람이 실존하지 않는 순간이 되는 거죠.


콜리: 원피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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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과연 많은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권선징악’의 사후세계란 정말 있을까?

하레: 권선징악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현세에서의 판단을 유보하고 내세로 돌리려는 것 자체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권선징악이 내세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현세에서 정의를 더 이야기하고 활발하게 논의했으면 좋겠어요.


일영: 하레 의견에 동의하지만 정말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보면 '저 **는 천벌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인간이 내릴 수 있는 형벌에 한계가 있으니까… 지옥불에 끓이지 않으면 분이 안풀릴 것 같은… 속이 시원하지 않다… 그때는 정말 권선징악의 사후세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웃음)


콜리: 지옥불 하니까 생각나는게 대부분 한국인들이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대표적인 사후세계가 신과함께에 나온 지옥 같아요. 신과함께는 매우 권선징악에 대한 내용이잖아요. 심지어 악도 종류별로 나눠서 이런 악을 저지르면 이런 지옥에 가고까지 정해져있고요.


먼지: 신과 함께를 보면서 근데 신과 함께는 솔직히 좀 가혹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웃음) 아니 현세도 힘든데 내세에서까지 내가 무슨 나태지옥 가면 너무 무섭게 뒤에서 쇠구슬 쫓아오고 ... 너무 무섭더라고요.


하레: 밈도 있잖아요. 코코와 비교하면서. 한국인들은 지옥가서 편안하지 못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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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진짜 굿플레이스에서 행복하기 위해 ‘소멸’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만들게 된 6인방. '소멸'이라는 굿플레이스의 엔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영: 인간은 어떤 상태여도 만족이라는 걸 모르기 때문에 소멸이라는 선택에 너무 공감하는 타입이고요. 그런 계속되는 행복에서 오는 권태조차 안 느낄 수 있는 굿플레이스가 찐 굿 플레이스라고 생각해요. 계속해서 행복만을 느낄 수 있어야 진짜다... 그렇지 않다면 소멸이 정답이다…


먼지: 저도 이 결말을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어요. 죽음이 아쉬운 이유가 내가 조금만 더 살면 조금만 더 좀 더 행복하게 돈을 벌어서 이것도 사고 저것도 하고 싶은데 하는 마음이잖아요. 이런 거는 어쨌든 한 100년 200년 더 살았으면 좋겠다, 뭐 이런 마음인 거죠. 그런데 여기서 상상도 못할 단위의 시간인 '제러미 베러미'가 나오잖아요. 그만큼 살면 진짜 진짜 지겨울 것 같아요. '트와일라잇'에서도 뱀파이어들이 인간이 죽을 수 있음을 굉장히 부러워하잖아요. (웃음) 그런 것처럼 결국 내가 죽을 수 있다. 고통 없이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시간에 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너무 굿플레이스에 맞는 결말인 것 같아요.


하레: 곱씹을 수록 잘 만든 결말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려고 하지만, 그래도 죽음을 목전에 두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잖아요. 못한 것들, 아쉬운 것들이 생각날 것 같고. 그래서 그만큼의 내가 하고싶은 걸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난다는 선택권이 있다는게 잘만든 결말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으로 살면, 번뇌는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오늘 점심 뭐먹지부터 해서, 사소하게 계속 고민하면서 살아가는게 인간인데, 그걸 죽어서까지 갖고 살아야 하는건 가혹하니까요.


콜리: 처음엔 이미 그들이 굿플레이스에서 살고 있는데 그니까 이미 거기가 사후 세계인데 끝에 끝이 또 있다는 게 좀 어리둥절했던 것 같아요. 저는 내가 죽으면 뼈만 남고 소멸 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저한테 이들이 살고 있는 게 굿플레이스든 베드 플레이스든 이미 이미 거의 소멸에 가까운 상태였는데 찐 소멸이 따로 있다? 이건 그냥 좀 영화적 허용 같은 느낌이랄까…


먼지: 소멸이라는 결말을 생각해보면, 사후세계와 같은 상상을 굉장히 배제하는 과학자들도 유사하게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우리 몸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잖아요. 김상욱 교수님이 유키즈에서 했던말이 인간은 원자에서 와서 원자로 돌아가고, 결국 죽음이라는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돌아가는 거다. 이런 말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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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리: 마무리하기 전에 한마디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어요. 꼭 사후세계가 있다고 믿어야지만 현생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사후 세계가 없어서 지금 내 삶이 전부이기 때문에 지금 잘 살아야 되는 걸 수도 있고 사후 세계가 있어서 천국에 가기 위해 지금 잘 살아야 되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사후 세계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어떤 모습인지 자체가 우리가 믿는 거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고 생각을 하면, 결국에 이번 생에 최선을 다해서 잘 살지 말지는 결국에 그냥 내 선택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사후세계 실존 여부와 상관없이 내가 어떻게 살건지는 나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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