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먼지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은 시간이 흘러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작품마다의 특색도 뚜렷하다. 그래서 스튜디오 지브리의 영화를 사랑하는 세 명의 인터뷰이를 만나보았다. 특색이 뚜렷한 지브리의 작품만큼이나, 각자의 색깔이 명확한 인터뷰이들이다.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코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코코라고 합니다. 애니메이션 굿즈를 모으는 것이 제 삶의 큰 낙이예요. 오타쿠라고도 할 수 있죠.ㅎㅎ 지브리 덕후랍니다.
호호 전 호호입니다. 음악과 영화를 좋아해요.
꾸물 안녕하세요, 꾸물이에요. ‘꿈을’ 꾼다는 의미와 ‘꾸물꾸물’ 살아도 나는 잘 살고 있다~ 라는 의미예요. 꿈을 꾸며 꾸물꾸물 잘 살고 있어요.
Q. 좋아하는 지브리 영화가 뭔가요?
꾸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하 센과 치히로)>을 좋아합니다. 사실 어렸을 땐 지브리 영화를 무서워했는데, 커서 보니 작품이 담고 있는 주제의식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호호 <원령공주>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이하 나우시카)>를 좋아합니다. <센과 치히로>도 정말 좋아하고요. 제가 요괴를 좋아해서 그런가 봐요. 사람의 형상이 아닌 요상하게 생긴 애들을 좋아하거든요. 철권(게임)을 할 때도 인간형 캐릭터는 쳐다도 안 봐요. <센과 치히로>의 각종 요괴나 <원령공주>의 코다마, <나우시카>의 오무 같은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느낌이 참 좋아요.
코코 오, 저도 <센과 치히로> 정말 좋아해요! 학생 때 심적으로 너무 힘들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힘이 돼준 게 <센과 치히로> 였거든요. 그 이후로 지브리의 모든 작품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특히 <마녀 배달부 키키(이하 키키)> 특유의 평화로움은 지금까지도 제게 큰 의지가 돼요.
호호와 꾸물은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 전체보다는 특정 작품들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반면 코코는 자신을 ‘지브리 덕후'라고 자부할 만큼 스튜디오 지브리를 좋아하시네요.
Q. 그래서 코코에게 지브리의 매력에 대해 묻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지브리를 사랑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코코 음, 지브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낭만'을 떠올리게 해서가 아닐까요? 낭만은 제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이기도 한데, 바로 지브리가 저에게 낭만이거든요. 한여름은 사실 되게 덥고 지치잖아요. 그런데 지브리를 보면 기분 좋은 무더운 여름이 떠오르는 것처럼요.
지브리를 보면 꼭 이 세상 어딘가에는 이 작품 속 세계가 존재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요. 저희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처럼 치히로, 하울, 산, 키키, 그리고 아리에티가 살고 있을 것만 같아요. 자꾸 그런 생각이 들면서 작품 속 캐릭터의 삶을 응원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꼭 지브리의 세계 속에 가 보고 싶다, 이런 낭만적인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것 같아요.
Q. 그럼, 덕질 자랑 한 번만 해주세요. 혹시 ‘나 지브리 좋아해서 이것까지 해봤다’ 하는 것 없으신가요?
코코 별 거 없어요. 굿즈 모으기와 열혈 시청이죠. 작품을 정말 무한 반복해서 봤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요. (웃음) 엄청 특별한 것은 아닌데, 일본에 갈 때마다 ‘도토리숲’에서 굿즈를 쓸어오는 타입이에요. 일본 지브리 파크를 정말 정말 가고 싶은데, 현지인만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느낌이라 아직 못 가본 게 정말 아쉬워요. 다음에 일본 갈 때는 무조건 도전하려고요.
별 거 없다고 하셨지만, 돈과 시간을 쓰는 것이야 말로 애정을 쏟는 것이라 생각해요. (웃음) 지브리 덕후답게 지브리에 대한 애정이 아주 물씬 느껴지네요.
Q. 그런가 하면 호호는 영화 속 캐릭터나 장면이 가진 아름다움을 많이 느끼신 것 같거든요. 영화의 어떤 시각적인 부분이 마음에 드셨나요?
호호 일단 일러스트의 느낌과 분위기가 제 마음에 들어요. 저는 그림체가 투박한 것이 좋거든요. 전 애니메이션이 굉장히 세련되거나 너무 사실적이기보다 애니메이션스러운 ‘맛'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림은 그림다워야죠. 내용도 마찬가지예요. 너무 현실적인 내용을 다루면 전 별로 끌리지 않더라고요. 적당히 환상을 그리면서, 요상한 캐릭터들도 많이 등장시켜 줘서 좋아요. 물론, 특유의 푸릇푸릇하고 초록색 가득한 느낌도 참 좋고요.
지브리 영화에서 참 마음에 드는 건, 대사 없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 가만히 보여주는 장면들이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센과 치히로>에서 요괴들이 목욕탕으로 들어오는 장면이라거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성이 삐걱이며 움직이는 장면이라거나. 이런 장면을 보면 참 감탄이 나오더라고요. 등장인물의 개입 없이 상황만 잔잔히 비춰주는 장면이 있는 게 참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참, 그때마다 잘 어우러지는 히사이시조의 OST도 기가 막히죠.
Q. 작품 자체가 갖고 있는 주제 의식이 어땠는지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아까 꾸물이 말씀해 주실 게 더 있을 것 같은데요.
꾸물 <센과 치히로>에서 자신의 진짜 이름을 잊어버리게 되면 영원히 유바바가 만든 세계에 갇혀서 살 수밖에 없잖아요. 거기에서 새로 부여받은 아이덴티티로 살 수밖에 없게 되고요. 어떻게 보면 현대인의 초상이죠.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런 이들에게 잊고 있던 질문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생각해요. 세상이 붙여준 타이틀대로만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때, ‘사실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게요. 물론, ‘어디 소속 누구’와 같은 타이틀이 의미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런 말 말고 다른 말로 어떻게 나를 설명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예요. 이런 고민, 질문이 제게 의미 있어서 정말 좋았고요.
전 영화를 보면 작품에 대한 평론을 읽어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동진 평론가님이 쓴 글이 인상적이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치히로가 터널을 빠져나오기 전까지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무언가 성장을 이뤄내려면 어떤 단계를 뒤돌아보지 않고 완전히 통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걸 다 거치고 나와서 그제야 비로소 뒤를 돌아봤을 때, 미련이나 후회가 남지 않은 상태로 성장의 한 단계를 빠져나올 수 있으니까요. 이런 의미에 대해 해석한 평론이었는데, 그 덕에 이 작품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Q. 그럼 혹시 지브리가 다른 프랜차이즈 영화와 어떤 점이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꾸물 음, 지브리는 기자 ‘여성 아동 또는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에요. ‘해리포터’ 시리즈 같은 서구권의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의 경우는 ‘남성 소년'의 성장기인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고요. ‘디즈니’ 작품의 경우, 여자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여전히 ‘공주’잖아요. 최근에 실사 리메이크를 하면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원류를 생각해 봤을 때 ‘공주 이야기'에 치중되어 있죠. 제가 디즈니를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웃음).
저는 연결감을 강하게 느끼는 편이에요. 그것이 인류나, 더 확장해서 환경이나 생태계 전체에 대한 연결감이 되기도 해요. 그런데 지브리의 세계관은 그 연결감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령공주>나 <천공의 성 라퓨타>도 환경과 생태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어떻게 보면 다른 존재와의 교감이라는 점에서 <이웃집 토토로>도 비슷하게 해석할 수 있어요. 요컨대 지브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여러 가지 존재와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감각을 풀어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필연적으로 주인공이 ‘여자 어린이와 청소년’ 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오직 나’보다는 더 연결감 있게 ‘세상’과 어떻게 소통하고 관계 맺는지를 보여주는 장치인 거죠. 여성으로서, 어린이로서 느끼는 감각들에 집중하면서요. 그렇게 설정될 수밖에 없는 부분을 지브리가 잘 이해하고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전 좋아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캐릭터를 비교적 덜 대상화하는 면도 마음에 들어요. 주제의식 면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를 정말 재밌게 봤는데요. 재난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계속 풀어내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럼에도 끝내 <너의 이름은> 같은 영화를 아주 사랑할 수 없었던 것은, 중간에 굳이 여자 주인공의 속옷을 보여준다거나 하는 불필요한 장면들이었어요. 캐릭터를 대상화하지 않는다는 것도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과의 차별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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